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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란계 농장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계란 생산은 늘고 있지만 소비는 정체되면서 수급 불안에 따른 가격 폭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미국과 유럽 등 축산 강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만,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우리나라와 다를 뿐이다.
외국은 계란을 푸딩이나 소스, 에너지 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계란 가공산업을 통해 소비를 늘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계란 가공산업이 아직 초보단계에 머물러, 국내 소비확대는 물론 국제 경쟁에서도 크게 뒤지고 있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계란 과잉생산, 가격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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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1일 계란 생산량은 2014년 4029만 개에서 지난해는 4270만 개로 6% 증가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5200만 명) 기준 1인당 매일 0.82개, 연간 300개를 먹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계란 소비량은 254개로 지난 2014년 수준을 유지하며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창고에 계란 재고물량이 쌓이고 있다.
결국, 계란 과잉생산에 따른 산지 가격은 계속해 하락해 생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산란계 농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 계란 가공산업…일본 전체 계란 생산량 가운데 50%는 가공품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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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가공산업은 말 그대로 계란을 공장에서 제과·제빵, 아이스크림, 마요네즈, 푸딩, 소스 등의 재료로 재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또한, 구운 계란과 분말 계란도 가공산업에 포함된다.
1차 가공된 계란은 살균처리한 후 냉동상태로 보관하거나 분말 등으로 만들어 유통하기 때문에 일반 계란에 비해 위생적이고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계란을 유형별로 보면 전란액과 난황액, 난백액, 알가열 성형제품 등으로 분류된다. 전란액은 껍질을 제거한 후 노른자위와 흰자위가 함께 포함된 상태를 말하며, 주로 제과와 제빵용으로 사용된다.
난황(노른자위)액은 계란의 30%를 차지하는 에너지의 보고로, 계란 무게가 보통 50~60g인 것을 감안하면 계란 당 난황은 15~18g이 된다. 마요네즈와 아이스크림, 제과용으로 쓰인다.
난백(흰자위)액은 게맛살과 어묵, 아이스크림 재료로 사용된다. 이밖에 알가열 성형제품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굽거나 삶은 계란을 말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계란 가공산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전체 계란 생산량 가운데 가공품 소비가 50%에 달한다.
계란푸딩과 소스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수출까지 하고 있다. 학교와 음식점 등 단체급식소도 대부분 가공품을 사용한다.
또한, 미국은 계란 가공품 소비 비중이 40%, 프랑스와 덴마크 등 유럽은 30% 수준까지 도달했다. 특히, 미국은 최근 웰빙문화와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특수 프리미엄 계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프리미업 계란은 오메가3와 비타민 등 특별 영양성분이 첨가돼 일반 계란에 비해 20%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 韓, 계란 가공산업…걸음마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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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나라는 공식 발표된 자료는 없지만, 유통물량을 기준으로 가공품 소비 비중이 13% 정도로 추정된다.
더구나 가공품 가운데 액란(껍질 제거한 계란)이 55%, 가열성형 40%, 분말용 5%로 단순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액란을 생산할 경우 살모넬라균과 대장균 등 세균 기준이 미흡하고, 업체의 위생 상태나 파란(깨진 계란), 폐란(폐기처분 계란) 등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기준도 취약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계란가격의 등락 폭이 워낙 심해서 원료의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운데다, 계란 가공산업을 영세 업체들이 주도하기 때문에 직접 신제품을 개발하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계란 가공업체는 110여개로 이 가운데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업체는 50여 개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산 계란이 홍콩에서 저렴하지만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오히려 내수시장이 침체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국내산 계란의 홍콩 수출을 재개해, 현지에서 계란 10개에 25~30달러(한화 3,600~4,300원)로 일본산의 60%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수환 연구원은 "난가공산업이 아직까지 그 실체가 뚜렷하게 밝혀진 게 없다"며 "단순히 계란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계란과 난가공품의 안전한 생산을 위해서 정부가 적절히 규제하고,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계란자조금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계란을 단순히 집에서 프라이해서 먹거나 삶아서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외국은 가공을 통해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 소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나라의 계란 자급률은 99.6%로 시장 규모도 2014년 기준 1조8000억 원에 달한다"며 "계란 가공산업에 대한 보다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경우 식량안보 차원에서 계란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소비촉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