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이 18일 강릉 쇼트트랙 월드컵 500m에서 아쉽게 실격을 당한 뒤 홀가분한 표정으로 인터뷰하고 있다.(강릉=노컷뉴스)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30 · 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귀화 이후 한국에서 열린 두 번째 월드컵 시리즈를 노 메달로 마무리했다.
안현수는 18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500m 결승에서 실격 처리됐다. 1500m와 러시아의 남자 계주 5000m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한 안현수는 노 메달로 대회를 마감했다.
결승에서 안현수는 4위로 출발한 뒤 첫 커브 구간에서 충돌을 빚었다. 3위로 달리던 한승수(국군체육부대)를 추월하려다가 팔로 민 것. 이에 한승수는 넘어졌고,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심판진은 안현수의 반칙을 인정, 실격 처리했다. 이에 따라 한승수가 대신 500m 동메달을 차지했다.
노 메달에 그쳤지만 안현수의 표정은 밝았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안현수는 "아쉬울 수 있지만 생각보다 잘 타서 기분은 홀가분하다"면서 "앞으로 대회가 또 있고 (이번은) 거쳐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크게 아쉽기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더 크다"고 웃었다.
몸을 끌어올리는 과정이다. 안현수는 "지금은 어차피 마지막에 게임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한데 그게 부족하다"면서 "마지막에 스퍼트 부분이나 스케이팅하기에는 좀 힘든 부분이 있는 거 같다"고 자체 진단했다. 이어 "그런 게 보완되면 자신감도 생기고 게임에 대한 리듬 생기면 충분하게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돌 상황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안현수는 "스타트를 하고 제가 조금 급했던 거 같다"면서 "승수와 부딪혔는데 그 부분은 나도 오래 경기하면서 경험을 쌓았지만 이를 통해서 한번 더 배우고 공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그렇고 승수도 아쉽게 경기를 마무리하게 돼서 그런 부분에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경기 후 안현수는 한승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에 한승수도 "경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이라 괜찮다"고 답했다. 이어 "안현수 형과 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2018 평창올림픽을 앞둔 테스트 이벤트의 의미가 있다. 안현수는 "전체적 환경이나 분위기가 개인적 만족한다"면서 "공사 마무리가 안 된 부분을 빼면 굉장히 만족한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예전 고국에서 열리는 대회, 미묘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안현수는 "오늘 결승에 처음 올라가서 (선수) 소개할 때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많은 힘을 얻게 된 것 같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만약 평창올림픽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러시아 국가를 들으면 어떨 것 같나"는 질문에 "소치올림픽 때도 그런 부분이 있었는데 평창에서라면 더 마음이 이상할 거 같다"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평창에 대한 각오도 다졌다. 안현수는 "항상 올림픽을 준비할 때마다 어떤 구체적 목표를 정하지 않고 준비해왔다"면서 "첫 종목이 중요한데 1500m이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어떤 식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첫 종목이 잘 풀리면 나머지는 잘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