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KBO 태풍의 눈?' 2017 KBO 리그 우승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FA 선수들인 KIA 최형우(왼쪽부터), LG 차우찬, KIA 양현종.(자료사진=KIA, LG)
사상 첫 100억 원 시대를 열어젖힌 올 시즌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아직 미계약 FA들이 더러 남아 있지만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모양새다.
최형우와 양현종(이상 KIA), 차우찬(LG), 김광현(SK) 등 초대형 선수들의 행선지가 이미 결정이 됐다. 우규민, 이원석(이상 삼성), 김재호, 이현승(두산), 나지완(KIA) 등 쏠쏠한 자원들도 도장을 찍었다. 대어급으로 분류되는 FA는 황재균만 남았다. 봉중근, 정성훈은 LG와 목하 협상 중이고, 이진영과 조영훈 등은 행선지를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황재균은 아직 메이저리그(MLB)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가운데 올해 포스트시즌(PS) 탈락팀인 롯데와 케이티 정도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해외파 이대호는 워낙 몸값이 높게 책정된 상황이라 국내 구단이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황재균을 놓친다는 가정 하에 친정팀 롯데가 이대호 잡기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사실상 내년 가을야구에 영향을 미칠 FA들의 이동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올 시즌 FA 시장에 따른 내년 대권 구도는 어떻게 될까. 또 가을야구를 놓고 경쟁할 각 팀들의 포스트시즌(PS) 기상도는 어떻게 그려볼 수 있을까.
▲KIA-LG "가을야구는 기본…대권 노린다"이번 스토브리그의 승자는 KIA와 LG가 꼽힌다. 타자와 투수 최대어로 꼽힌 선수들을 영입하거나 잔류시켰다. 그러면서 PS 진출은 확실하고 단숨에 우승후보로까지 격상됐다.
먼저 KIA는 타격 3관왕 최형우를 4년 100억 원에 모셔왔다. 여기에 해외 진출이 유력했던 좌완 에이스 양현종마저 잔류를 선언, 투타의 핵심을 얻었다. 양현종은 다만 1년 22억5000만 원 계약이지만 어쨌든 내년 대권 도전 자격이 충분해졌다. 4년 40억 원에 잔류한 나지완의 존재감도 작지 않다.
최형우의 가세로 KIA 타선은 어디에도 꿀리지 않게 됐다.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거머쥔 김주찬과 역시 생애 첫 30홈런(33개)-100타점(108개)을 이룬 이범호와 막강한 중심 타선을 형성하게 됐다. 나지완까지 이들 4명의 올해 성적은 112홈런 443타점이다. 지난해 말 군 제대한 안치홍-김선빈 키스톤 콤비도 내년 본격 활약할 전망이다.
양현종의 잔류로 선발진도 안정감을 찾게 됐다. 올해 15승을 올린 헥터 노에시와 강력한 원투 펀치가 내년에도 가동된다. 평균자책점(ERA) 4위(3.68)에도 12패(10승)를 안았던 양현종은 내년 타선 강화로 15승 안팎의 성적이 기대된다. 10승의 지크 스프루일을 버리고 데려온 좌완 팻 딘과 내년 부활할 김진우까지 4선발 모두 10승 이상을 기대한다.
'한국시리즈에서 만날 수 있을까'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큰 전력 보강을 이룬 KIA 김기태(왼쪽), LG 양상문 감독은 내년 우승에 도전한다. 사진은 올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 때 모습.(자료사진)
LG도 이번 FA 시장에서 대단한 전력 보강을 이뤘다. 차우찬을 4년 95억 원에 데려왔다. 잠실구장의 이점을 더한다면 리그 정상급 선발진용을 갖추게 된 셈이다. 올해 6승(11패)의 우규민이 떠났지만 여파는 크지 않다.
대권도 노려볼 만하다. 선발진만으로는 리그 1, 2위를 다툰다. LG는 외인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 헨리 소사와 재계약했고, 올해 주장 류제국이 건재하다. 지난해 13경기만 던지고도 7승(2패)을 따낸 허프는 내년 15승도 기대할 만하다. 류제국(13승), 소사(10승)에 차우찬(12승)까지 경우에 따라 4명 선발이 50승 이상도 합작할 수 있다.
올해 성공적으로 세대 교체를 이룬 LG는 분위기도 상승세다. 채은성, 이천웅, 유강남 등 젊은 선수들로 플레이오프(PO)까지 진출한 LG는 차우찬 영입으로 그 이상의 성적까지 노리고 있다. 협상 중인 베테랑 봉중근, 정성훈까지 남게 되면 신구 조화의 정점을 찍을 수 있다.
▲두산 3연패 도전…삼성-SK-롯데, 힘겨운 도전이러니저리니 해도 내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두산이다. 올 시즌 내부 FA 단속에 성공하면서 2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우승 전력을 고스란히 안고 갈 수 있게 됐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두산은 주장이자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유격수 김재호를 4년 50억 원에 앉혔다. 좌완 불펜 핵심 이현승도 3년 27억 원에 계약했다. 내야수 이원석이 4년 27억 원에 삼성으로 갔지만 허경민, 오재원 등이 버틴 두산의 내야진에 영향은 미미하다. 두산은 보상 선수로 이흥련을 지명해 포수 왕국의 명성이 더 오래갈 전망이다.
결국 두산이 내년에도 우승에 가장 가까운 셈이다. 올해 모두 15승 이상을 거둔 최강의 선발진이 건재하다. MVP 더스틴 니퍼트가 아직 협상 중이지만 두산을 떠날 가능성은 극히 적다. 검증된 마이클 보우덴, 꾸준한 장원준과 유희관 등이 있는 두산이 올해 KS 준우승팀 NC와 KIA, LG 등과 쟁패할 가능성이 높다.
'잠실에 남은 자와 떠난 자' 올해 FA 자격을 얻어 친정팀 두산에 남은 유격수 김재호(왼쪽)와 LG를 떠나 삼성에 새 둥지를 튼 사이드암 우규민.(자료사진=두산, 삼성)
나머지 팀들도 저마다 내년 가을야구를 노리고는 있다. 하지만 FA 시장 결과로만 본다면 쉽지 않을 도전이 될 전망이다.
올해 9위로 몰락한 명가 삼성은 지난해 박석민(NC)에 이어 올해 최형우까지 중심 타자 2명을 잃었다. 우규민이 가세했지만 차우찬이 떠난 터라 마운드의 높이도 더 낮아졌다. 사실상 세대 교체를 해야 하는 삼성이라 PS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6위 SK도 4년 85억 원에 잔류시킨 에이스 김광현이 왼 팔꿈치 수술로 사실상 내년을 접는 까닭에 PS 도전이 부담이다.
7위 한화, 8위 롯데는 아직까지 FA 영입이 없다. 최근 FA 시장의 큰손이던 한화는 올해는 일찌감치 손을 뗐다. 김성근 감독의 마지막 시즌은 내년 큰 각성이 없다면 PS는 힘들다. 황재균만 바라보는 롯데는 이대호가 와도 PS 진출을 장담하기 어려운 전력이다.
케이티 역시 아직 FA 관련 소식이 없다. 황재균이 오면 그나마 탈꼴찌를 노려볼 수 있을 테지만 아니라면 내년도 막막하다. 숱한 중심 선수 유출에도 선전한 넥센은 '염갈량' 염경엽 감독이 물러난 내년 과연 장정석 신임 감독이 돌풍을 이어갈지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