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갔다?' 4일 국민은행이 임의탈퇴를 발표한 가드 홍아란(왼쪽)과 이에 대해 작심한 듯 비판 발언을 쏟아낸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자료사진=WKBL)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청주 국민은행의 시즌 4차전이 열린 5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 이날 경기에는 1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챔피언결정전인 줄 알았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이 아산을 찾은 것은 전날 국민은행에서 들려온 소식 때문. 바로 간판 가드 홍아란(25 · 173cm)의 임의탈퇴가 결정된 것. 4일 국민은행은 홍아란이 지난해 12월 초 발목을 다쳐 재활에 전념했으나 부상 기간이 길어지면서 심신이 지쳐 잠시 코트를 떠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시즌 중 임의탈퇴는 극히 드문 사례다. 우리은행 가드 이승아(25 · 176cm)도 임의탈퇴 처리됐으나 시즌을 앞두고서였다. 이런 까닭에 취재진이 이날 경기에 몰린 것이었다.
일단 안덕수 국민은행 감독은 갑작스러운 상황을 추스르는 데 집중할 뜻을 밝혔다. 안 감독은 "홍아란과 면담을 하면서 타일렀지만 본인의 뜻이 워낙 강했다"면서 "안타깝지만 남은 선수들도 소중하다. 잘 분위기를 이끌어 시즌을 치르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은 당초 196cm의 장신 박지수를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영입해 기대감을 키웠다. 주포 강아정에 홍아란까지 선두 다툼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박지수가 부상으로 데뷔가 늦어지고 홍아란까지 부상을 당하면서 4일까지 6승13패 최하위로 처졌다. 이런 가운데 홍아란의 임의탈퇴 변수까지 생긴 것이다.
이에 대해 위 감독은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팀의 간판으로서 너무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위 감독은 "욕을 먹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면서 "시즌 전이나 뒤도 아니고 시즌 도중에 농구를 그만두겠다는 것은 프로가 아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일견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나 생각도 든다"면서도 "그러나 농구단은 개인이 아닌 단체 스포츠로 팀 동료들에게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에서 임의탈퇴된 가드 이승아.(자료사진=WKBL)
시즌 중 이탈은 팀에 큰 타격을 입힌다는 것이다. 위 감독은 "사실 우리 팀도 이승아가 부상으로 힘들어 하면서 운동을 그만두겠다는 말을 해왔다"면서 "그러나 다른 선수들이 있으니 시즌 후에 생각해보자면서 겨우 타일렀다"고 말했다.
더 좋지 않은 상황의 동료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 감독은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그에 따른 책임이 있는데 홍아란도 20대 중반으로 팀의 중추 역할"이라면서 "사실 코트에 뛰는 것이 간절한 후보 선수나 시즌 뒤 은퇴에 몰리는 선수들을 생각하면 더 무책임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홍아란은 연봉 1억2000만 원을 받는다. 위 감독은 "이승아도 억대 연봉인데 어떤 때는 차라리 빨리 나갔다면 기회가 간절한 선수 2명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결국 정신력의 문제라는 것이다. 위 감독은 "사실 운동은 예전에 더 심해서 힘들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상대적으로 환경이 더 좋아졌지만 그만큼 선수들의 정신력이 약해진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외국 선수들에게 물으니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는 워낙 경쟁이 치열해 운동을 죽기살기로 한다더라"면서 "그에 비해 우리는 워낙 저변이 얇아 선수가 그만둔다고 하면 감독이 오히려 무서워 해야 하는 처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남자 선수들은 대부분 가정이 있어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라 팀에서 내보낼까 걱정한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은 비슷한 이유로 코트를 떠났다가 복귀한 선수들이 있다. 이선화와 최은실이다. 위 감독은 "은실이는 사회 생활이 녹록치 않은 것을 겪어 아주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고교 졸업 뒤 곧바로 프로에 와서 그런 경험이 적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