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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못 가는 오승환과 올림픽 출전한 박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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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BC 못 가는 오승환과 올림픽 출전한 박태환

    [임종률의 스포츠레터]

    '승환이 형, 나는 갔어요' 해외 도박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 때문에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서 제외된 오승환(왼쪽)과 금지약물 복용으로 받은 징계가 풀려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수영 박태환. 사진은 2009년 WBC 때 오승환의 모습과 박태환이 리우에 입국한 모습.(자료사진=삼성, 노컷뉴스)

     

    '끝판 대장' 오승환(35 · 세인트루이스)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여부에 대해 야구계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기로서니 해외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에게 태극마크를 달게 할 순 없다는 여론과 위기의 한국 야구를 위해 몸을 던져 죗값을 치르고 명예회복을 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맞섭니다.

    일단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WBC 최종 명단에 오승환의 이름을 뺐습니다. 당초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오승환의 합류를 간절하게 바랐지만 기술위는 반대 여론을 의식했습니다.

    하지만 세밑 즈음해서 오승환의 WBC 대표팀 승선에 대한 목소리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김응용 대한야구협회장을 비롯한 일부 야구 인사들 사이에서입니다. 김 감독도 여기저기 발로 뛰면서 여론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2017년 새해를 맞아 오승환은 한동안 한국 야구계의 이슈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논란 키운 KBO 징계의 현실성

    오승환 논란의 핵심은 '죗값을 치렀느냐'는 겁니다. 오승환은 도박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아 법적 절차는 마무리가 됐습니다. 그러나 KBO가 부과한 징계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WBC 대표팀 발탁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오승환은 일본 한신에서 뛰던 지난 2014년 11월 마카오 카지노 VIP룸에서 4000만 원 상당의 도박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지난해 1월 법원으로부터 단순 도박 혐의로 벌금 1000만 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여기에 KBO는 별도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KBO 리그에 복귀할 경우 한 시즌 50% 출장 정지입니다. 함께 도박 혐의를 받아 벌금형을 받은 임창용(현 KIA)과 같은 수위의 징계입니다.

    하지만 오승환은 징계를 소화할 여건이 아닙니다. 이미 해외로 진출한 데다 징계를 받은 지난해는 일본에서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했습니다. 임창용처럼 KBO 리그의 절반을 쉰 뒤 복귀할 수 없는 상황인 겁니다. 죗값을 치르려 해도 치를 수 없던 조건이었던 셈입니다.

    때문에 오승환 논란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징계의 실효성과 적절성입니다. 애초 징계의 방향과 범위가 잘못 설정된 게 아니냐는 겁니다. 오승환은 이미 국내 리그를 평정하고 일본과 미국 등 더 큰 무대를 찾아 떠난 상황. 이런 가운데 KBO 리그 출전에 징계를 내린 게 과연 효과가 있겠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현재 오승환은 MLB에서도 정상급 불펜으로 인정받아 KBO 리그에 복귀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KBO 징계 받은 자와 받을 수 없는 자' 윤성환(왼쪽부터), 오승환, 안지만, 임창용 등 전, 현 삼성 투수들이 2014년 한국시리즈 당시 기념 촬영한 모습. 이들 중 안지만, 임창용은 KBO의 징계를 받았지만 오승환은 리그에 복귀하지 않으면 징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자료사진=박종민 기자)

     

    그렇다면 KBO의 징계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겁니다. 그러나 KBO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오승환은 일본 리그에 뛰고 있어 KBO의 영향력에서는 벗어나 있던 선수였습니다. 이후에는 MLB로 진출하는 단계. KBO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국내 비난 여론이 비등하면서 KBO는 징계에 대한 제스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 KBO 실무 담당자도 "효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KBO로서는 하지 않을 수 없는 징계"라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애초에 오승환 징계에는 국제대회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었습니다. 이게 이번 논란의 진짜 핵심일지 모릅니다. KBO 리그 징계에 실효성이 없다면 혹시라도 모를 국제대회 출전에 대한 범위가 주어지는 게 차라리 나았을지 모른다는 겁니다. 90년대부터 해외파들이 배출된 점을 감안하면 KBO가 놓치고 있었던 징계의 사각지대인 셈입니다.

    물론 국제대회 출전 금지 등에 대해서는 대한야구협회와 협의 과정도 필요할 겁니다. 그러나 프로 선수들이 대거 대표팀을 이루는 최근에는 KBO가 선발의 전권을 쥐고 있는 만큼 해외파들의 국제대회 출전 규정은 신경을 써야 했던 부분이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 논란은 어땠나

    말썽을 야기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논란이라는 점에서 오승환의 경우는 수영 박태환(28 · 인천시청)을 떠올리게 합니다. 박태환은 도박은 하지 않았지만 금지약물 복용으로 징계를 받았습니다. 특히 국제대회 출전을 놓고 법정 공방까지 갔을 만큼 큰 논란과 파장이 일었다는 점에서 오승환과 일견 비슷한 점도 있습니다.

    박태환은 지난 2014년 9월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돼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3월 FINA 징계가 풀렸지만 대한체육회 규정에 묶여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도핑 적발 선수는 징계가 풀린 뒤에도 3년 동안 국가대표 자격이 없다는 체육회 규정 때문이었습니다.

    논란은 커졌습니다. 박태환은 체육회, 본질적으로는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전 차관에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국내 법원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를 통해 국가대표 자격을 인정받아 리우올림픽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박태환이 지난해 3월 도핑 검사와 관련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훔치는 모습.(자료사진=박종민 기자)

     

    당시 여론은 분분했습니다. 박태환이 절차에 맞게 FINA의 징계를 받은 만큼 올림픽에 출전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과 체육회 규정에 따라 출전을 막아야 한다는 반대 여론이 맞섰습니다. 여론은 살짝 박태환의 출전 쪽에 무게가 실린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국내 법원이 박태환의 손을 들어줬고, CAS 역시 마찬가지여서 체육회 규정은 이중족쇄라는 의견이 힘을 얻었습니다.

    국제대회 출전 논란이라는 점에서 오승환도 유사한 상황입니다. 벌금형으로 법적 심판을 받은 만큼 WBC에 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과 KBO 징계가 풀리지 않은 만큼 나가서는 안 된다는 반대 여론입니다. 박태환과 달리 반대 여론이 살짝 앞서는 게 아는가 하는 분위기입니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징계의 실현 여부입니다. 박태환은 18개월 선수 정지 징계, 죗값을 치를 수 있었지만 오승환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박태환은 시간이 지나면 징계가 풀리지만 오승환은 몇 년이 지나도 소화할 수 없는 징계인 겁니다.

    여기에 징계 범위의 확실성도 차이가 큽니다. 박태환은 선수 자격 정지라는 확실한 범위가 정해진 반면 오승환은 KBO 리그에 국한돼 있습니다. 박태환은 국내는 물론 국제 대회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물론 훈련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확실한 제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승환은 KBO 징계와는 별개로 해외 리그에서 뛸 수 있었고,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수준급 마무리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WBC와 올림픽의 차이도 크다

    WBC와 올림픽, 두 국제대회의 성격에도 분명한 차이는 있습니다. 똑같이 4년에 한번씩 열리는 대회지만 그 위상은 다릅니다.

    올림픽은 모든 종목 선수들, 특히 프로가 없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는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절대적인 대회입니다. 금메달을 따거나 필적할 만큼 성적을 낸다면 부와 명예를 동시에 쥘 수 있습니다.

    펜싱 박상영은 리우올림픽 이후 CF를 섭렵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프로 리그가 없는 선수들에게는 사실상 평생 수입을 결정하는 중요한 대회입니다. 박태환이 국내외에 법적인 절차를 밟으면서까지 출전하고 싶어했던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그러나 WBC는 올림픽만큼의 부와 명예가 따르지는 않습니다. 야구 최강을 가린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만 혜택은 크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이미 리그에서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굳이 출전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자칫 부상이라도 당하면 엄청난 손해가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계 최고 기량의 메이저리거들이 상당수 빠지고 MLB 구단들이 일부 소속 선수들의 출전을 막는 것도 이같은 이유입니다.

    2013년 WBC 국가대표팀 출정식 및 유니폼 발표회에서 코치진과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자료사진)

     

    이는 국내 선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WBC는 시즌 전 몸을 한 달 가량 빨리 만들어야 하는 데다 부상의 위험이 커 꺼리는 선수들도 적잖습니다. 특히 류현진(LA 다저스), 김광현(SK), 봉중근(LG) 등 투수들이 국제대회 후유증으로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 구단 감독은 "봉중근은 2009년 WBC의 여파로 구위가 떨어진 탓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병역 혜택이라는 당근이 주어졌거나 가능성이 있던 1, 2회 대회와 달리 2013년 3회 WBC에서 한국 야구가 1회전 탈락의 쓴잔을 마신 것도 선수들의 로열티가 떨어진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오승환은 WBC 출전을 마다하지 않을 뜻을 밝혀왔습니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오승환은 이미 MLB에서도 인정을 받은 상황. 굳이 개인적인 혜택이 없음에도 나라를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할 뜻을 드러낸 겁니다.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올림픽과 달리 WBC는 이제 선수들의 동기 부여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WBC에 나서지 않아도 KBO 리그 정상급 선수들은 4년 100억 원 안팎의 몸값을 받습니다. 대표팀의 메리트는 국가대표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가장 클 겁니다.

    ▲KBO, 차제에 '오승환법'은 만들면 어떨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승환이 당연히 WBC에 내보내자는 뜻은 아닙니다. 오승환은 벌금형 외에 도박에 대한 죗값을 씻을 별다른 다른 참회는 하지 않았습니다. 소아암 환자를 위한 기부 등 선행 움직임을 보였지만 WBC 출전에 대한 여론을 돌릴 만큼은 충분하지 않았을 겁니다.

    향후 지속적으로 배출될 해외파 선수들을 위해, 나아가 KBO 리그 선수들까지도 국제대회 출전 자격에 대한 확실한 기준을 만들어놓자는 겁니다. 물론 대표급 선수들이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불가피하게 문제가 발생할 경우 혼란스러운 여론 충돌을 피하자는 겁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징계의 모호함과 징계 주체의 한계가 오승환 논란의 핵심일 겁니다. 사실 오승환이 받은 KBO 징계는 문서 상으로는 국제대회 출전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KBO 리그 출전 정지이지 국제대회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민 정서상 반대 여론이 많아 KBO가 지레 오승환을 국가대표 명단에서 뺀 상황입니다.

    만약 오승환을 확실하게 WBC에 나서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주체가 있다면 MLB 사무국이나 세인트루이스 구단일 겁니다. 이들이 도박 혐의로 한국에서 벌금형을 받았으니 오승환이 WBC 등 국제대회에 나서지 말라고 하면 됩니다. 하지만 MLB와 세인트루이스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 단 1경기도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리지 않았고, WBC도 아마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 기준을 적용할 겁니다. 도박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미국 문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꼭 필요한데...' 지난해 세인트루이스에서 MLB 정상급 불펜으로 인정받은 오승환(왼쪽)에 대해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은 꾸준하게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자료사진)

     

    그렇다면 KBO가 문제를 일으킨 선수들에 대해 국내 리그는 물론 국제대회 출전 정지까지 확실하게 징계를 내릴 수 있게 규정을 손보면 될 일입니다. 명시된 규정 없이 여론에 따라 선수 출전이 결정되는 까닭에 논란이 되는 겁니다. 대표팀 김 감독을 비롯해 일부 야구인들이 오승환의 WBC 출전을 언급하는 것도 여론이 선수 발탁의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론이 아닌 규정으로 깔끔하게 정리하자는 겁니다.

    WBC는 축구 월드컵과 같은 국제대회를 만들겠다고 나선 MLB가 주도한 대회입니다. 굳이 한국이 목을 매고 치러야 할 대회는 아니라는 의견도 맞습니다. 그러나 2006년 초대 대회의 4강 신화와 2009년 준우승에 열광한 국민들의 폭발적인 반응과 2013년 1회전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에 대한 싸늘한 눈초리는 대회 성적에 대해 초연할 수 없게 만듭니다.

    지금이라도 KBO는 대표 선수들에 대한 행동 규범과 선발 규정 등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논란을 자초한 것은 어쩌면 KBO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오승환의 출전 여부도 중요하지만 제 2의 오승환 논란이 벌어지지 않도록 확실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움직임을 통해 이번 오승환의 WBC 출전 논란도 자연스럽게 정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p.s-사실 스포츠 선수로서 일탈 행위를 논하자면 오승환보다는 박태환의 죄과가 더 클 겁니다. 고의든, 아니든 박태환은 공정한 경쟁이 최우선 가치인 스포츠에서 가장 금기하고 있는 금지약물이 핏속에 섞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박태환은 리우올림픽 이후 오히려 영웅이 됐습니다. 온 나라를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의 피해자로 인식된 탓이 클 겁니다. 올림픽에서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지만 이후 국제대회에서 전성기 못지 않은 기록을 내면서 주가가 더 높아졌습니다.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선 수영 스타의 면모를 입증했습니다.

    박태환은 그러나 분명히 스포츠 선수로서 씻기 어려운 낙인이 찍혔습니다. 오승환 논란에 박태환을 언급한 것은 본받을 만한 사례가 아니라 징계의 형평성과 실효성을 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오승환도 분명히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중요한 것은 죗값을 씻기 위한 기회를 제대로 받았는지, 제도의 허점은 없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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