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관중은 어디가 많을까' 잠실 라이벌 두산과 LG는 최근 4년 동안 최고 흥행 구단을 다퉜다. 내년에도 두산의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력을 보강한 LG가 최고 인기 구단의 자존심을 되찾을 태세다. 사진은 2014년 두 팀의 개막전 때 응원 모습.(자료사진=윤창원 기자)
프로 스포츠는 인기를 먹고 산다. 팬들이 없으면 프로 구단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 때문에 성적도 중요하지만 인기도 빼놓을 수 없다. 각 구단들이 성적 향상뿐 아니라 관중 유치를 위해서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KBO 리그도 마찬가지다.
물론 대부분 인기는 성적에 비례하기 마련이다. 순위표에서 구단의 이름이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관중도 는다. 물론 현대 등 취약한 팬층에 성적을 내고도 비인기 구단의 설움을 겪은 신생팀들의 사례도 있지만 SK, 넥센, NC 등은 괄목할 만한 성적 향상으로 꾸준히 팬들을 늘려온 팀이다.
때문에 최고 인기 구단은 우승팀 못지 않은 프로 구단의 명예다. 이 타이틀을 지키기 위한 각 구단들의 자존심 싸움도 치열하다. 인기의 척도는 관중이다. 얼마나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는지다. 물론 원정 팬들이 많은 KBO 리그의 특징이 있지만 홈 관중은 대체로 인기의 기준이 된다.
그런 점에서 대도시 연고지, 큰 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이 유리했다. 서울이나 부산 연고 팀이다. 이들 팀은 상대적으로 관중 수용 능력이 큰 구장을 쓴다. 때문에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구단은 거의 대부분 서울, 부산 연고팀이었다. 프로 원년을 빼면 모두 대도시 연고팀이 최다 관중 구단이었다.
▲80년대는 롯데, 90년대는 LGKBO 리그 출범 첫 해인 1982년 최고 인기 구단은 대구 연고의 삼성이었다. 총 33만 467명을 불러모아 MBC(현 LG)의 29만8051명을 제쳤다. 그러나 MBC는 이듬해 고(故) 김동엽 감독 돌풍으로 무려 63만814명을 불러모아 40만 명을 채우지 못한 다른 팀들을 크게 따돌렸다.
이후로는 롯데의 연고지 부산이 맹주에 올랐다. 당시 최고의 에이스 고(故) 최동원을 앞세운 첫 우승을 일군 1984년 롯데는 42만9070명으로 첫 최다 관중 구단이 됐다. 이후 1989년까지 6년 연속 최다 관중을 모아 구도(球都) 부산의 기틀을 다졌다.
80년대와 2000년대 중후반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부산 사직구장은 최근 롯데의 부진으로 예전 구도의 명성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2013년 한화와 개막 개막전 모습.(자료사진)
그러나 90년대는 'LG의 시대'였다. MBC를 인수해 전격 창단한 LG는 처음 KBO 리그에 뛰어든 1990년 우승을 일궈내며 처음으로 한 시즌 70만 관중(76만8329명) 시대를 열어젖혔다. 이에 질세라 롯데는 1991년 역대 최초 100만 관중(100만1920명) 시대를 열었고, 염종석을 앞세워 우승한 이듬해는 무려 120만9632명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LG는 1993년 115만4308명으로 최다 관중의 영예를 되찾았다. 이듬해 우승을 차지한 LG는 이후 6년 연속 최다 관중을 찍었다. 특히 김재현-유지현-서용빈 신인 삼총사를 앞세워 우승한 1994년 이듬해인 1995년에는 126만4762명,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갈아치웠다.
80년대가 롯데였다면 90년대는 LG였다. 20세기 한 시즌 최다 관중은 롯데가 가장 많은 9번이었고, LG가 전신 MBC를 포함해 8번이었다. 삼성이 1번이었고, 다른 팀들은 없었다.
▲두산, LG-롯데 양강 구도를 깨다21세기 들어서는 두산이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롯데, LG의 최고 인기 구단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양강 구도를 살짝 깬 팀이 두산이다.
LG의 신바람은 여전했다. 밀레니엄 첫 해인 2000년부터 역시 6년 연속 최다 관중을 찍었다. 롯데가 이른바 암흑기에 빠진 사이 최고 인기팀으로 군림하는 듯했다. 롯데는 2002년 팀 역대 최소인 12만7995명까지 관중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 두산이 72만6359명을 불러들이며 처음으로 '잠실 라이벌' LG(71만8635명)을 제치고 최다 관중 구단에 올랐다. 물론 LG가 이듬해 90만1172명으로 곧바로 되찾아왔지만 그동안 최다 관중 타이틀을 양분했던 LG, 롯데 외에 새로운 팀이 등장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두산은 2000년대 꾸준한 성적을 내며 LG와 롯데가 양분하던 최고 흥행 구단 대결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진은 두산의 홈 경기 때 팬들의 응원 모습.(자료사진)
역시 두산이 2005년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한 성적이 뒷받침했다. 이후 두산은 비록 최다 관중 타이틀은 아니었지만 2008년부터 2012년까지 LG에 관중에서 앞섰다. 90년대의 유산을 업은 LG 역시 암흑기에 접어든 사이 김경문 감독(현 NC)을 앞세운 성적으로 당당히 인기 구단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부산은 역시 구도였다. 긴 암흑기에 빠져 있던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하면서 화끈한 공격 야구로 부산을 깨웠다. 2008년 롯데는 무려 137만9735명으로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깨더니 이듬해는 138만18명으로 기록을 늘렸다. 이는 지금도 깨지지 않는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이후 롯데는 2012년까지 5시즌 연속 100만 관중 이상으로 최다를 찍었다.
이후 롯데가 주춤한 4시즌은 다시 잠실 라이벌의 대결이었다. 2012년 LG가 긴 암흑기를 끝내고 가을야구로 나서면서 신바람에 불을 지폈다. 2013(128만9297명), 2014년(116만7400명) 연속 최다 관중을 찍었다. 그러나 두산은 KS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112만381명)와 올해(116만5020명)으로 다시 타이틀을 가져왔다.
▲두산 아성을 LG가 깰 수 있을까내년에도 최다 관중 구단 타이틀은 잠실 라이벌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안정된 팬층을 자랑하는 데다 성적도 상위권을 차지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들 팀은 각 구단들의 원정 팬들을 최대한 흡수할 서울 연고팀이다.
두산은 올해 한국 프로 스포츠 최초로 8년 연속 100만 관중을 기록하며 두터운 팬층을 확인했다. 이미 2년 연속 KS 우승을 차지한 두산은 내년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막강 선발진이 건재한 데다 김재환, 박건우, 오재일 등 새 얼굴들이 가세한 타선도 리그 정상급, 여기에 수비는 리그 최고다.
하지만 LG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올해 LG도 7시즌 연속이자 역대 최다인 11시즌 밀리언셀러를 찍었다. 올해 관중에서는 115만7646명으로 살짝 뒤졌지만 입장 수익은 133억 원으로 두산보다 5억 원이 많았다.
올해 만원 관중을 이룬 LG-두산의 어린이날 매치.(자료사진=LG)
더군다나 LG는 내년 대권 도전이 기대된다. 올해 세대 교체 중에도 플레이오프(PO)까지 가며 두 마리 토끼를 잡은 LG는 스토브리그에서 차우찬이라는 대어를 낚았다. 4년 95억 원에 계약한 차우찬은 데이비드 허프, 류제국, 헨리 소사 등과 LG 선발의 주축을 이룰 전망. 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장원준-유희관의 '두산 판타스틱4'에 도전장을 낼 만하다.
이런 관중 집계에서 서운한 팀이 KIA다. KIA는 사실 8, 90년대 장외 최고 인기팀이었다. 원정을 가면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는 팀이 KIA의 전신 해태였다. 그러나 작은 구장을 사용해 역대 관중에서는 LG, 롯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도 KIA는 전국구 팬들을 보유해 각 구단들에서는 VIP로 꼽힌다.
과연 내년 프로야구의 최고 흥행 구단은 어디가 될까. 대권 경쟁과 함께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관심사다. 물론 성적이 인기를 결정할 가능성이 제일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