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뒤 재활 동안 심신이 지쳐 시즌 중 코트를 떠나기로 결정한 국민은행 홍아란(왼쪽)과 1년여의 외도 뒤 복귀해 열심히 선수 생활을 잇고 있는 우리은행 최은실.(자료사진=WKBL)
'청주 아이유'로 사랑을 받았던 청주 국민은행 홍아란(25 · 173cm)의 임의탈퇴 홍역을 겪은 여자프로농구. 국민은행은 4일 "홍아란이 농구에 심신이 지쳐 잠시 코트를 떠나기로 했다"고 임의탈퇴 소식을 알렸다. 마음을 돌리면 복귀할 수 있다.
시즌 중 임의탈퇴라는 충격적 소식에 논란이 커졌다. 가뜩이나 최하위에 처진 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홍아란의 전력 이탈은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국민은행은 5일 아산 우리은행과 원정에 나섰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기가 쉽지 않았다.
안덕수 국민은행 감독은 "남은 선수들이 분위기를 추스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이날 51-71 대패를 막지 못했다. 4연패에 빠진 국민은행은 6승14패, 최하위를 면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홍아란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경기 전 위 감독은 "욕을 먹을 각오로 말한다"고 전제하면서 "홍아란처럼 팀의 주축인 선수가 시즌 중에 이탈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처사"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위 감독이 예를 든 선수가 최은실(23 · 183cm)이다. 위 감독은 "은실이도 중간에 운동을 쉬고 다른 분야로 나섰다가 복귀한 경우"라면서 "경기장 밖이 얼마나 힘든지 깨닫고 난 뒤에는 정말 열심히 선수 생활을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실은 2012년 입단해 2013-2014시즌 뒤 잠시 코트를 떠났다가 지난 시즌 중 복귀했다.
이날 경기 후 최은실은 기자회견에 나와 의미있는 발언을 남겼다. '돌아온 탕아'로서 혹시라도 마음이 흔들리는 여자프로농구 선수들이 귀담아 들을 만한 메시지였다. 직접 경험에서 우러나온 설득력 있는 발언이었다.
우리은행 최은실이 5일 국민은행과 홈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는 모습.(아산=WKBL)
최은실은 예전 이탈 경험을 떠올리며 "그때는 부모님이 말려도, 무슨 말을 들어도 운동을 그만둘 심산이었다"면서 "그러나 내 생각이 짧았다"고 털어놨다. 순간의 충동을 이기지 못해 코트를 떠났지만 힘겨운 농구장 밖 삶을 톡톡히 체험했다. 최은실은 "가게 점원 아르바이트 등을 했는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다시 코트로 돌아와 보니 좋다는 것을 알았다"고 강조했다.
혹시라도 농구를 떠날 생각을 하는 동료들에게 할 말이 많다. 최은실은 "농구계를 떠나면 힘들다"면서 "어릴 때부터 농구를 해온 만큼 잘 하는 것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지금 동기들을 보면 그때 그만두지 않았다면 기량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1군 리그 두 시즌 동안 존재감이 미미했던 최은실은 올 시즌 팀의 식스맨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앞서 두 시즌 12경기 평균 10분 미만이었던 출전 시간이 올 시즌에는 20경기 평균 22분여를 뛰며 5.9점 3.7리바운드의 알토란 역할로 19승1패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이날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우리은행 베테랑 양지희도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양지희는 "홍아란이 어떤 이유로 시즌 중 팀을 떠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선수 입장에서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면서 "프로 의식이 없다고 비난이 일고 있는데 그렇지 않은 선수가 거의 대부분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위 감독도 "사실 경기 전 욕먹을 각오를 하고 쓴소리를 했다"면서 "그러나 지도자들도 잘못은 없었는지 반성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감히 지도자들을 대표해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