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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연맹 vs FILA' 유니폼 전쟁의 진짜 이유는?

스포츠일반

    '빙상연맹 vs FILA' 유니폼 전쟁의 진짜 이유는?

    '금메달 유니폼인데...'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 15일 최근 5년 동안 경기복 등 용품을 지원해온 휠라와 우선협상에서 결렬을 선언하면서 '유니폼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지난달 삿포로아시안게임에서 이승훈이 남자 매스스타트 경기를 하는 모습.(자료사진=대한체육회)

     

    한국 빙상계에 때아닌 '유니폼 전쟁'이 벌어졌다. 대한빙상경기연맹과 공식 후원업체였던 휠라코리아 사이에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경기복 논란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관심이 쏠린다.

    발단은 연맹이 지난 15일 휠라와 우선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다. 휠라는 2012년부터 5년 동안 연맹에 경기복을 비롯한 용품과 현금 등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을 11개월 남긴 시점에서 연맹은 다른 업체들과 같은 출발선 상에서 협상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단 연맹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경기복(슈트)'이다. 그동안 선수들이 휠라의 경기복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 다른 업체 제품도 함께 알아본 뒤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사례로 2015년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때 이승훈(대한항공)의 유니폼이 찢어져 매스스타트에 출전하지 못한 것과 지난달 삿포로아시안게임에서 쇼트트랙 최민정(성남시청)이 넘어지면서 경기복이 찢어졌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휠라는 "연맹이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5년 동안 최첨단 소재의 유니폼을 지원해온 데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50억 원을 들여 새 경기복을 제작했는데 연맹이 새 업체와 계약을 염두에 두고 일방적으로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 '유니폼 전쟁'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복 불만 제기" vs "세계 최첨단 유니폼"

    연맹이 강조하는 것은 선수들의 경기력이다. 연맹 빙상 담당 관계자는 "그동안 선수들이 경기복에 대해 적잖게 불만을 제기해왔다"면서 "아무리 평창올림픽을 1년 앞두고 있다고 이런 상황에서 경기복을 점검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쇼트트랙 선수들이 경기복이 너무 꽉 끼어서 불편하다든지 하는 사례다.

    일각에서 제기한 후원 계약 규모에 대한 '밀당'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후원 계약에 대한 계산은 없다"면서 "평창올림픽에서 성적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가장 잘 맞는 경기복을 고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휠라의 생각은 다르다. 휠라 관계자는 "지난 5년 동안 이상화(스포츠토토) 등 선수들이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성과를 냈다"면서 "또 선수들의 불만은 충분히 접수했고, 개선에 대한 답변을 연맹에 전했다"고 강조했다.

    2012-2013시즌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여자 500m 세계신기록을 세운 이상화의 인터뷰 모습. 당시도 휠라 유니폼을 입고 세계기록을 세웠다.(자료사진)

     

    평창올림픽을 앞두고도 새 유니폼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빙상 강국 네덜란드에도 경기복을 독점 공급하는 휠라는 왕립 네덜란드빙상경기연맹의 허락 하에 한국에도 똑같은 유니폼을 지원한다. 400만 달러(약 50억 원)를 들여 항공기용 윈드 터널 테스트까지 거친 경기복을 오는 7월 연맹에 지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연맹의 입장 변화로 계획은 백지화될 판이다. 또 다른 휠라 관계자는 "애초 연맹이 다른 업체와 계약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면서 "재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맹이 다른 업체와 협상을 하고 있지만 경기복 생산업체를 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빙속 강국 네덜란드와 쇼트 최강 한국의 괴리감(?)

    그렇다면 연맹이 경기복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네덜란드와 한국의 주종목이 다른 점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려진 대로 네덜란드는 스피드스케이팅 최강국이다. '빙속 황제' 스벤 크라이머 등 네덜란드는 소치올림픽 12개의 금메달 중 8개를 휩쓸어갔다. 아무래도 휠라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계약을 맺은 '스포츠컨펙스'는 스피드스케이팅에 강점이 있는 네덜란드업체다.

    다만 한국은 쇼트트랙 최강이다. 내년 평창올림픽에서도 한국 빙상의 주력은 여전히 쇼트트랙이다. 연맹이 주장하는 선수들의 경기복 불만도 쇼트트랙 종목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 사실이다. 휠라 관계자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런 차이가 이른바 '유니폼 전쟁'의 시발점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최민정(왼쪽)이 여자 1500m에서 심석희 등을 제치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자료사진=대한체육회)

     

    더군다나 내년 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의 메달 유망 종목으로 남녀 매스스타트가 떠오른다. 2016-2017시즌 남녀 세계 랭킹 1위 이승훈과 김보름(강원도청)의 금메달 가능성이 높다. 0.01초를 다투는 단거리 종목보다 경기복의 섬세한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종목이기도 하다. 빙속이지만 기록보다는 순위가 중요한 종목으로 쇼트트랙과 흡사하다.

    이런 상황에서 연맹이 보다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쇼트트랙일 수 있다. 해당 선수들이 더 편하게 여기는 경기복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빙상 관계자는 "쇼트트랙은 기록 단축보다 순위 경쟁이 치열해 몸싸움에 따른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안전이 더 중요한 종목"이라면서 "연맹이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경기복 재검토에 들어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일단 이번 논란으로 연맹과 휠라 사이의 감정의 골은 상당히 깊게 팬 상황이다. 휠라는 "그동안 아낌없이 후원해왔고, 향후 2022년 베이징올림픽까지 지원과 유망주 유학 등의 파격적인 조건까지 제시했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서운함을 드러내고 있고, 연맹도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데 언론에까지 알려져 논란이 커졌다"고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연 이 '유니폼 전쟁'이 어떤 식으로 종식될지, 가장 중요한 것은 평창올림픽의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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