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도 무용지물' 최근 메리트 제도 부활 요청과 관련해 논란을 빚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이호준 회장(오른쪽)이 결국 3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이 회장이 김선웅 협회 사무총장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자료사진=노컷뉴스)
최근 '메리트 제도 부활 요청' 논란을 빚었던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이호준 회장(41 · NC)이 전격 사퇴했다.
선수협은 3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호준 회장이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논란이 된 메리트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선수협 회장직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호준은 선수협을 통해 "이번 일로 본의 아니게 야구 팬들과 야구 관계자 여러분께 실망시켜드린 점에 대해서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선수협은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개막을 앞두고 10개 구단 주장을 통해 각 구단에 수당을 주지 않으면 팬 사인회 등 구단 행사에 나서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논란을 빚었다. 이에 선수협은 지난달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이틀 뒤 기자회견까지 열어 이 회장이 통보가 아닌 협의를 위한 고지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의 따가운 시선은 바뀌지 않았다.
이호준은 3일 자료를 통해 "최근 WBC 대회의 실패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도 선수들의 입장만을 성급하게 오해를 살 수 있도록 주장했다는 점을 반성하며 야구 팬 여러분께 사랑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 회장은 선수들이 이렇게 나온 데 대한 배경도 설명했다. 지난해 승리 수당, 이른바 메리트 제도가 폐지된 가운데 올해 전지훈련에서 그동안 관행적으로 받았던 격려금마저 반토막이 난 데 대한 상실감이 컸다는 것이다. 구단 일각에서도 가뜩이나 선수들이 허전함이 큰 데 사람당 50만 원 정도 경비를 아끼려고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선수협의 요구는 팬들을 볼모로 했다는 점에서 야구 팬들의 공분을 샀다. 게다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FA(자유계약선수) 몸값과 2회 연속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에서 드러난 실력에 대한 거품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나온 갈등이라 더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KBO 리그 개막 3연전은 지난해보다 15% 가량 관중 수가 줄었다. 주말 다소 궂은 날씨 탓도 있었지만 최근 일련의 논란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은 마침내 선수협 회장의 사퇴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과연 위기의 프로야구가 예전 국민 스포츠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