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BS노컷뉴스 특별취재팀)
'인양'.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이 두 글자는 간절한 기다림임과 동시에 처절한 두려움이었을 테다.
9명의 사랑하는 가족을 무너진 세월호 어딘가에 둔 이들은 종종 외치곤 했다. "이제는 제발 미수습자 가족이 아닌 유가족이 되고싶다"며 울부짖었다.
2017년 진도 팽목항과 목포 신항에는 그토록 사랑했던 가족의 죽음을 확인시켜달라고 외치는 아이러니가 숨 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러니를 결합시킨 것이 세월호 인양이었다. 인양, 곧 미수습자 수습이란 이들에게 재회이며 영원한 이별이었기 때문이다.
고통 속에서도 가족들은 꽤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각자 가족들의 사진이 걸린 액자를 쓰다듬으며 옛날 얘기를 하기도 했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사진=CBS노컷뉴스 특별취재팀)
그럼에도 종종 터지는 감정을 참기 어려운 때가 있다. 며칠 전 단원고 조은화 양의 어머니는 "우리 은화 유실될까봐 두려워 죽겠다"며 처음으로 은화의 이름과 '유실'을 연결 지어 울부짖었다.
처음이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그동안 미수습자들을 유실, 죽음 등과 같은 말과 연결 지어 말하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은 인양과 함께 현실이 돼가고 있다.
인양(引揚)의 사전적 정의는 '끌어서 높은 곳으로 올림'이다. 그러나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그 '높음'은 지나칠 정도였다.
해양수산부와의 불통은 골이 더 깊었다. 해양수산부의 작업 상황은 가족들보다는 기자회견으로, 포털 사이트 화면으로 더 빨리 알려졌다.
(사진=CBS노컷뉴스 특별취재팀)
'유가족' 추천 몫이 배정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도 '미수습자 가족'을 대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미수습자 수습을 제1의 원칙으로 합의해달라는 요구는 수차례 진통 끝에 구두로 확인될 뿐이었다.
결국 이것이 우리가 '미수습자 가족을 유가족으로'라는 마음으로 선배들과 함께 세월호특별취재팀에 합류한 이유다.
우리가 직접 세월호 안으로 들어가 미수습자들을 수습할 수는 없다. 다만 그들이 하루라도 빨리 수습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사로 보탬이 될 수는 있었다.
수습(收拾)은 '바로 잡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상처 입은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들의 마음을 '기다림'에서 '두려움'으로, 그리고 마침내는 '치유됨'으로 바로잡는 것이 우리의 취재 여정이었다.
다시 한 번 미수습자들의 조속하고 안전한 수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