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진출로 K리그 자존심을 지킨 제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K리그는 아시아 강호였다. 2009년부터 K리그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4장씩 주어진 뒤 최소 2팀 이상의 16강 진출 팀을 배출했다. 또 2009년 포항, 2010년 성남, 2012년 울산, 2016년 전북까지 4번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2017년 챔피언스리그 16강에 K리그 팀은 제주가 유일하다. K리그 클래식 챔피언 서울을 비롯해 울산, 수원이 나란히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009년 이후 가장 적은 16강 진출이다.
반면 중국의 상승세는 거셌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2015년과 2016년 두 팀씩 16강에 올렸던 중국은 올해 조별리그에 오른 3개 팀 모두 16강에 진출했다. 일본 역시 4개 팀 중 3개 팀이 16강 티켓을 따냈다. 아시아 축구 지형도가 바뀐 셈이다.
◇성적으로 드러난 투자의 차이중국의 과감한 투자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일찍부터 거액을 투자해 세계적인 선수들과 사령탑을 대거 영입했다.
현재 상하이 상강에는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헐크와 첼시 미드필더 오스카가 뛰고 있다. 감독은 첼시와 토트넘을 지휘했던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다. 광저우 에버그란데 역시 브라질 대표팀 감독으로 잔뼈가 굵은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장쑤 쑤닝에는 최용수 감독을 비롯해 마르티네즈, 하미레즈 등이 활약 중이다.
이미 광저우는 2013년과 2015년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투자가 결실을 맺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은 중국과 다른 형식으로 지원했다. 2008년 감바 오사카 이후 우승팀을 배출하지 못한 일본은 지난해부터 챔피언스리그 지원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일정 배려는 물론 토너먼트 성적에 따라 보너스도 책정했다.
하지만 K리그는 오히려 투자가 줄고 있는 현실이다.
서울 같은 경우 아드리아노가 중국 2부리그 스좌장 융창으로 떠났다. 다카하기가 떠난 아시아쿼터 한 자리도 채우지 않았다. 수원은 일찌감치 투자를 줄였다. 아시아 챔피언 전북의 징계로 갑작스럽게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울산도 핑계는 있지만, 사실상 투자가 예년만 못한 상황이다.
결국 투자를 한 제주만 살아남았다. 제주는 멘디, 마그노, 알렉스 등 외국인 선수와 조용형, 박진포, 김원일, 이찬동 등을 영입해 챔피언스리그를 대비한 더블 스쿼드를 구축했다. 중국, 일본과 마찬가지로 투자는 곧 성적으로 이어졌다.
ACL 16강 진출에 실패한 K리그 클래식 챔피언 FC서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 챔피언스리그, FA컵 등 빡빡한 일정수원 서정원 감독은 지난 25일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G조 5차전에서 패한 뒤 빡빡한 일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정원 감독은 "너무나 많은 경기 스케줄로 체력이 소진돼 걱정했다. 그런 부분이 경기에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단순히 핑계거리를 찾은 것은 아니다.
실제 수원은 4월8일 K리그 클래식 상주전을 시작으로 한 주에 두 경기를 했다. 4월에만 K리그 클래식 4경기, 챔피언스리그 3경기, FA컵 1경기 등 총 8경기를 치렀다. 나머지 팀도 마찬가지였다. 챔피언스리그에 나선 제주, 서울, 울산 모두 4월 8경기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앞서 K리그 클래식 경기를 토요일에 배정한 것이 사실상 유일한 배려였다. 2~3일 휴식. K리그 경기가 원정인데다 챔피언스리그 원정이라도 떠날 경우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챔피언스리그 출전 팀을 최대한 배려했다.
중국은 챔피언스리그를 위해 아예 일주일을 쉬기도 했다. 또 원정 등 팀 상황에 따라 금요일로 경기를 빼 하루라도 더 준비할 시간을 줬다. 일본 역시 챔피언스리그 출전 팀에 한해 목요일과 금요일에 리그 경기를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