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지난해 3월, 전 세계의 이목이 바둑 천재 이세돌 9단과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의 맞대결에 집중됐다. 당시 '인간 대 AI'라는 세기의 대국을 앞두고 프로 바둑기사들과 과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이세돌 9단의 압승을 자신했다.
그런데 빅데이터 분석가인 김진호(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교수는 홀로 '이세돌의 완패'를 점쳤다. AI와의 대결에서 인간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대중은 김진호 교수의 '나홀로' 예측에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렸다. 하지만 대국 결과는 1승 4패로 이세돌의 완패였다. 김 교수의 분석과 예측이 정확히 들어맞은 셈이다.
알파고는 23일부터 이틀 간격으로 세계 최강 바둑기사로 꼽히는 중국의 커제 9단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에서 세 차례 맞대결을 펼친다. 김진호 교수는 첫 대국을 하루 앞둔 22일 CBS노컷뉴스에 "(커제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볼 것도 없다"며 알파고의 압승을 확신했다.
"지금의 알파고는 커제보다 최소한 6점 앞선다. 개인적으로는 8점 차이가 난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람들이 굉장한 충격을 받아서 낮춘 것이다. 알파고는 이미 이세돌 9단과 대결할 당시에도, 이 9단이 4점을 깔아야 (대등)할 실력이었다. 알파고가 판후이 2단을 거쳐 이세돌 9단과 대결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5개월이었다. 이 9단과의 대국 이후 커제 9단과 맞붙기까지 1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알파고의 실력은 상상을 불허할 만큼 성장했다."
◇ "커제가 고교팀이라면 알파고는 FC바르셀로나"이번에 커제 9단과 맞붙는 알파고는 지난 1월 선보인 '알파고 2.0' 버전이다. 지난해 이세돌 9단에게 4승 1패를 거둔 알파고는 올 초 인터넷상에서 프로기사들에게 60전 전승을 거뒀는데, 이 가운데 3승은 커제 9단에게서 거둔 것이다.
김 교수는 앞선 버전보다 더욱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알파고 2.0에 대해 "축구로 쳤을 때 커제가 고교팀이라면, 알파고 2.0은 FC바르셀로나"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바둑에서 다음 수를 둘 곳이 100군데 있을 경우, 사람은 직관으로 서너 군데를 찍어서 그중에 최고라고 판단되는 곳을 선택한다. 이때 알파고는 사람보다 10배 정도 많은 30여 개의 다음 수를 염두에 두면서 하나를 선택한다. 그런데 알파고 2.0은 30여 개를 찍지 않고 다음 수 100군데를 일일이 모두 따진 다음에 최고의 수를 둔다. 그러니 사람은 상상할 수도 없는 희안한 수를 찾아서 돌을 놓는 경우를 더욱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번 커제와 알파고의 대결 결과는 이미 결정된 것으로, 승패보다는 중국이라는 커다란 시장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 이벤트로 봐야 한다"며 "커제와의 대결 이후 구글은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AI 프로그램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구상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타크래프트는 순간적으로 들어오는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전략적인 판단을 빠르게 내려야 하는 게임이다. 알파고가 바둑을 두면서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5초라고 봤을 때, 이는 알파고에게 상당히 긴 시간이다. 그런데 스타크래프트는 0.5초보다 빨리 판단해서 수를 둬야 한다. AI가 자신에게 주어진 수많은 데이터에 대해 바로 의사결정을 해서 행동을 취하는 훈련을 하는 데 스타크래프트는 매우 적합한 주제인 것이다."
AI를 활용한 제품이 빠르게 상용화 되면서 우리네 일상에서 이제 AI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김 교수는 "사회의 모든 맥락에서 이미 AI가 안 쓰이는 곳이 없다"고 전했다.
"동네 주민센터에서 인감증명을 뗄 때 본인 확인을 위해 거치는 지문인식 역시 AI를 활용한 기술이다. 이메일이나 전화에서 스팸 메일·전화를 걸러내는 기술은 물론, 거의 모든 영역에서 데이터의 패턴을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는 AI가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어려운 분야로 꼽히는, 알파고의 핵심 기술인 (스스로 배우고 실력을 끌어올리는) '딥 러닝'도 혁혁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구글의 자동 번역기 등이 딥 러닝을 활용한 기술이다. 딥 러닝의 활용 폭은 앞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