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11명을 선발하기 위해 막판 질주하고 있는 엠넷의 '프로듀스101'시즌2가 연일 화제몰이 중이다.
지난 26일 방송된 2번째 순위 발표식에서도 1번째 발표식에 이어 예상을 뒤엎는 이변이 속출,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화제성만큼은 최고지만 편집과 투표 시스템의 불공정성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롤러코스터 순위 변동에 끓는 팬심 '와글와글' 4월 7일 첫 방송 후 금요일 심야를 달구는 '프로듀스101' 시즌2의 시청률은 2∼3%대에 불과하지만 화제성만큼은 웬만한 지상파 주말 예능보다도 높다. 26일 방송의 시청률은 3.3%(닐슨코리아)까지 올라갔다.
여기에는 롤러코스터 같은 순위 변동이 큰 기여를 한다.
지난 26일 방송된 7주차 순위 발표에서는 5주간 선두를 지켜온 박지훈이 김종현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2위가 초보 연습생 라이관린인 것에도 모두 놀랐다.
24위에서 5위로 오른 임영민, 2위에서 10위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4위로 올라서며 회복세를 탄 이대휘, 95위에서 23위까지 올라선 서성혁, 44위에서 18위로 오른 김용국 등도 화제였다.
반면, 6주차에서 2위를 했던 강다니엘은 8위로 하락했고 데뷔 안정권에 속했던 김사무엘, 윤지성, 안형섭은 11위 밖으로 밀려났다. 초반 화제의 주인공이던 장문복은 32위까지 떨어졌다.
우수한 실력을 보였던 유회승과 홍은기, 30세라는 나이에도 많은 팬의 응원을 받았던 박성우는 35위 밖으로 밀려나 하차했다.
6위부터는 투표수가 200만표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던 만큼 온라인에는 환호와 분노가 공존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방송 직후 새벽 1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도 "축하한다", "순위 급상승한 연습생의 부정행위설이 돈다", "1인1표를 도입하자" 같은 다양한 반응을 쏟아내며 격론을 벌였다.
7주차 1~4위를 차지한 연습생들. 첫줄 왼쪽 김종현(1위), 오른쪽 라이관린(2위), 아래줄 왼쪽 박지훈(3위), 오른쪽 이대휘(4위)
◇ 소녀부터 아줌마까지 몰입…대중교통 광고까지 등장 걸그룹 연습생들이 출연했던 시즌1보다 보이그룹 데뷔를 위한 시즌2의 '국민 프로듀서'들은 화력이 훨씬 세다.
시즌2 영상은 2억 3천만뷰를 기록하며 시즌1의 1억 8천만뷰를 훌쩍 넘었다.
열성 팬들 덕분에 연습생들은 지하철 역사 전광판과 버스 광고에까지 등장했다. 대중교통 광고에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이 드는 점을 고려하면 기성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다.
최상위권에 속한 연습생의 소속사 관계자는 28일 "우리 연습생과 결혼하고 싶다는 소녀부터 밥 한 번 꼭 지어주고 싶다는 중년 여성까지 회사에 전화도 많이 온다"고 전했다.
과열된 응원 양상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보컬이나 랩, 댄스 등 포지션별 평가에서 나타났다. 현장투표에 참여한 팬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을 위해 다른 연습생들에게 투표하지 않는 이른바 '견제픽' 현상이 일어나며 최상위권이 집합해 뛰어난 실력을 보인 '겟 어글리' 조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김사무엘은 '겟 어글리'조의 센터(중앙에 서는 멤버)로 활약하고도 꼴찌가 돼 눈물을 삼켜야 했다. 현장투표자들과 달리 다수 팬은 공감하기 어려운 결과라고 비판했다.
'프로듀스101' 시즌2 연습생 대중교통 광고
◇ '편집'에 울고 웃는 소년들…공정·투명성 확보 시급 반복된 이변에는 편집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일부 팬들은 이를 '악마의 편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직 10대거나 이제 갓 20대에 접어든 연습생이 좌절하고 환희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함께 울고 웃는다.
다재다능한 모습으로 첫 센터를 꿰찼던 이대휘는 하위권 동료들을 보며 "마지막에 뽑히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 모습이 클로즈업된 후 융단폭격을 맞고 순위 폭락을 경험했다가 가까스로 회복했다.
윤지성과 권현빈은 편집의 수혜자이자 희생양이다. 윤지성은 타고난 입담으로 상당한 방송분량을 챙기며 3위까지 올랐다가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권현빈은 부족한 실력에도 화면에 많이 잡히면서 팬과 안티 팬을 함께 얻었다.
강동호, 안형섭, 장문복, 정세운, 주학년 등도 편집에 따라 순위가 요동쳤다. 제작진이 편집을 통해 '드라마'에만 집중하는 사이 정작 실력자들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 때문에 일부 팬들은 "국민프로듀서의 선택이 아니라 PD의 선택이 사실상 데뷔를 결정한다"고 조소하기도 한다.
투표 시스템이 불공정하다는 지적도 있다.
평가 때마다 1위에게 10만∼20만표를 한꺼번에 부여하는 '베네핏'(benefit) 제도로 해외 팬들이 온라인 투표용 아이디를 사고파는 현상까지 생겼다. 일부 조는 공연을 보자마자 투표할 수 있고, 나머지는 그렇지 못한 점을 두고 불공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엠넷 관계자는 "후반부로 갈수록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제작진도 알고 있다. 여러 보완책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팬심이 과열되면서 모두가 동의하는 아이디어를 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분량 공정성 확보 문제는 물리적으로 연습생 인원이 줄수록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