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운명 공동체'였다. 2014년 9월부터 시작된 둘의 동행은 3년도 되지 않아 최악의 결말로 마무리될 위기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축구가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와 마주한다.
지난 3월 말로 돌아가보자. 축구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중국 원정에서 패하고 돌아오자 축구팬뿐 아니라 대부분의 축구계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불신이 더욱 커졌다. 수면 아래에서 논의되던 슈틸리케 감독 경질설이 주류로 떠오른 것도 정확히 이 시점이다.
대한축구협회는 4월 3일 경기도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기술위원회를 열고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기술위원회는 격론 끝에 슈틸리케 감독의 재신임을 결정했다. 결코 순탄하지 않았던 결정이다. 그만큼 슈틸리케 감독의 입지는 전에 비해 크게 좁아진 상태였다.
기술위원회가 끝난 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지금은 대표팀의 비상사태”라며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가 한 경기 한 경기마다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기뿐 아니라 다른 팀의 결과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떤 일도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면서 “(재신임 이후) 매 경기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에 따라 러시아월드컵까지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한 경기 한 경기에 따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사실상의 시한부 감독을 선언했다.
어쩌면 자신의 불안한 미래를 알고 대표팀을 지휘하는 만큼 슈틸리케 감독은 더욱 의지를 불태울 만했지만 기술위원회의 기대와 달리 슈틸리케 감독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리아전 승리에도 카타르 원정 패배로 돌이킬 수 없는 파도와 마주했다.
축구협회는 다시 3달 만에 기술위원회를 열고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논의하기로 했다. 사실상 경질이다. 슈틸리케 감독 체제 유지를 원했던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어떠한 힘도 남지 않았다. 경질을 주장했던 이들의 목소리만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하지만 한국 축구을 위기에서 구할 ‘골든 타임’은 더욱 줄어들었다.
선수 대부분의 평가를 듣더라도 이미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내부에서 신뢰가 바닥을 친 상황이다. 잔류는 곧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불발과 더욱 가까워지는 지름길이다. 카타르 원정서 패하고 돌아온 슈틸리케 감독은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선택하는 대신 협회의 경질을 기다리는 듯한 뉘앙스도 풍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