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상호 합의 끝에 지난 2년 9개월간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공식 결별했다. 박종민기자
한국 축구와 슈틸리케 감독의 동행은 약 2년 9개월 만에 막을 내린다.
대한축구협회는 15일 낮 경기도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2017년 5차 기술위원회를 열고 상호 합의를 통해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대표팀을 떠나기로 최종 의견을 모았다.
지난 2014년 9월 지휘봉을 잡은 슈틸리케 감독은 최대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경우 본선 일정의 마지막까지가 임기였다. 하지만 최종예선에서 부진한 성적이 계속되자 결국 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을 신임하지 않기로 했다. 표현만 상호 합의일뿐 사실상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묻는 경질이다.
지난 3월 사상 처음으로 중국 원정에서 패하고 돌아온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 논의가 있었지만 당시 기술위원회는 격론 끝에 재신임을 결정했다. 재신임 결정에는 정몽규 회장의 의중도 어느 정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매 경기 ‘참사’가 거듭되는 상황에서 누구라도 더는 슈틸리케 감독을 옹호할 어떠한 이유가 없었다. 12명의 기술위원 가운데 10명이 참석한 이날 기술위원회는 예정보다 일찍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결국 최종예선 두 경기를 남기고 한국 축구는 슈틸리케 감독과 이별을 선택했다.
슈틸리케 감독과 상호 합의에 따른 이별뿐 아니라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사퇴한다. 이 기술위원장은 “감독은 매 경기, 매 대회의 결과에 책임의식을 갖고 일한다. 기술위원장은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책임의식을 갖고 일하는데 우리가 원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자신의 사퇴 이유를 밝혔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퇴진과 함께 기술위원장 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 기술위원장은 차기 감독은 외국인 지도자가 아닌 국내 지도자가 위기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목소리를 냈다. 이한형기자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한 축구협회는 당장 새로운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막중한 숙제를 안았다. 8월 31일 이란과 홈 경기, 9월 5일 우즈베키스탄과 원정 경기를 앞둔 축구대표팀이라는 점에서 차기 감독의 빠른 선임이 필요한 상황이다.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 유력 후보로는 외국인 지도자가 아닌 국내 지도자가 사실상 확정적이다.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끈 국내 지도자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을 마친 신태용 감독 등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1년의 시간은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예선 두 경기는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 행정 절차보다는 외국인 감독은 선수 파악이 짧은 시간에 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지도자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