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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교익 "'혼밥'으로 내모는 자본 횡포 직시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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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황교익 "'혼밥'으로 내모는 자본 횡포 직시하려 했다"

    "왜곡 보도 '동네 우물가 뒷담화' 수준…글쟁이로서 정제된 소통법 고민중"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사진=황교익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유명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최근 논쟁을 부른 "혼밥(혼자 먹는 밥)은 사회적 자폐" 발언에 대해 "자본의 횡포로 혼밥에 내몰리게 된 산업사회 노동자들의 현실이, 그럴 듯한 삶의 태도인 것처럼 자본에 의해 포장되는 현상을 드러내고자 사용한 용어"라고 부연했다. 그는 사회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이 용어를 의학적 질환인 것처럼 왜곡 보도한 일부 매체를 두고 "동네 우물가 뒷담화 수준"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이번 일을 통해) 글쟁이로서 말과 글을 적절하게 정제하고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황교익은 26일 CBS노컷뉴스에 "('혼밥은 사회적 자폐' 발언을 한 것은) 지난 4월 21일 방송 인터뷰였다. 청취율 1, 2위를 달리는 방송이었고, 팟캐스트 일일 다운로드 500만 건이 넘어갔지만, 당시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말을 이었다.

    "제가 예전부터 강연 등에서 '사회적 자폐'라는 말을 써 왔다. 이는 사회 환경·영향 등에 의해 스스로를 가두도록 내몰리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학적 질환으로 나타나는 자폐와는 다르다. 우리가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먹는 혼밥은 아무 문제가 없다. 저 역시 여행 다니고 하면서 혼자 밥을 먹기도 하니까. 다만, 일종의 대인 관계 기피와 같은 혼밥이 늘어나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그는 "혼밥을 다룬 글들을 보면 '사람 만나는 일이 귀찮다'는 논조가 많다"며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는 모두에게 힘든 일이다. 상대방의 감정이 어떤지 관찰해야 하고, '어떤 식으로 해야 상대방과 잘 소통할 수 있을까'를 끝없이 궁리하면서 관계를 다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뇌의 피로도가 가장 큰 것이 대인관계 영역이다.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극복하면서 살아야 사회 생활이 가능하다. 그런데 (혼밥을 논할 때) 그 모든 관계 맺기를 끊고 '그냥 혼자 살지' '귀찮게 자꾸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하고 같이 밥 먹을 필요가 있느냐'는 식이다. 혼밥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렇다면 그 발원지가 어디인가를 관찰해야 한다. 저는 그러한 사회적 권장이 일어나는 지점을 자본이라고 봤다."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늘면서, 혼밥이 트렌디하고 세련된 삶의 방식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는데, 이는 자본에 의해 강제됐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손학규가 내세웠던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에는 한국 사회에 대한 중요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우리는 '저녁이 있는 삶'이 부족해서 불행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혼밥을 권하는 현상은 이와 정반대되는 것이다. 기업들이 상품을 팔기 위해 어떤식으로 마케팅을 하든 그들의 자유이기는 하나, 어쩔 수 없이 혼밥을 해야 하는 산업사회 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럴 듯한 삶의 태도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 "혼밥, 자본의 횡포 앞에서 파편화 된 개인들이 처한 현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그는 "자본이 우리에게 강권하고 있는, '혼밥이 세련된 삶의 방식'이라는 인식에 정반대되는 것으로 선택한 용어가 '사회적 자폐'"라며 "우리는 혼밥을 스스로 선택했다고 의미를 부여하는데, '내가 왜 혼밥을 하게 됐을까'라는 문제를 직시하려는 자세가 이젠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산업사회로서 한국은 굉장히 폭압적이다. 개인의 삶이 안전하고 편안할 수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 행복도를 보면 최하위에 있지 않나. 왜 이렇게 행복도가 낮은지를 따져봐야 한다.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혼밥이 좋은 일이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면 행복도가 높아져야 한다. 개별화된 삶이 인간의 행복도를 높이는 것이라면 지금 대한민국의 행복도는 무지무지 높아야 한다. '혼밥의 왕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행복도는 세계 최고여야 한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의 행복도는 그리 높지 않다."

    황교익은 "이는 결국 우리가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게 되는 작동 원리가 고장 났다는 의미"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인간은 남의 즐거움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즐거움을 만든다. 인간이 남의 감정을 읽고 공유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사회적 동물인 까닭이다. 그래서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 감정을 교류해야만 실제적인 행복도가 올라가게 된다. 그런데 자신이 사람들과 적절하게 소통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는 경우가 텔레비전, 음악, 핸드폰을 통해 보는 여러 영상물 등이다. 그 속에서 움직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가짜인간' '복제인간' 들은 보는 이들에게 끝없이 일방적인 감정을 쏜다. 이렇듯 일방적인 감정 전달에 빠지게 되면, 사람들은 현실에서 만나 감정을 교류하는 일을 버거워하게 된다. 감정 교류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극복해야만 진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관계 맺기에 소홀해지는 현상을 두고 '사회적 자폐'로 표현했다"는 것이 황교익은 설명이다. "'자폐' 대신 '자발적 고립' '자발적 고독'이라는 표현을 쓰면 이 일이 심각하게 다가가지 않고 낭만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쉬운 해고를 '노동시장 유연성'이라는 말로 포장하는 것처럼, '자발적 고립' '자발적 고독' 등의 표현은 이미 자본이 혼밥에 상업적인 이미지를 붙일 때 써먹고 있다. 그러한 용어를 제가 가져와서 재확장할 필요는 없다. '혼밥은 사회적 자폐' 발언은 자본의 횡포에 의해 혼밥이 강제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하도록 만들려는 경고의 메시지다. 이제는 '왜 한국 사회가 혼밥에 내몰리게 됐는가' '왜 혼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구호가 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게 됐는지를 말이다."

    그는 "'혼밥을 한다'는 것은 자본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세련된 삶의 태도가 아니라, 자본의 횡포에 내몰린 산업사회 노동자들, 파편화 된 개인들이 처한 현실"이라며 "결국 자본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를 사회적 자폐로 유도하고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두고 연예매체 디스패치에서는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인 '자폐아'로 왜곡했다. 사회적 현상을 의학적 질환으로 바꿔치기한 것이다. 자폐라는 단어를 반드시 의학적 용어로만 쓸 이유는 없다. 맛 칼럼니스트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먹거리와 관련된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지, 의학적 질환을 진단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그것을 의학적 용어로 한정짓고 질환을 이야기한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 "어떻게 거북함 줄여 나가면서 이야기할까…정말 고민되는 지점"

    (사진=황교익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황교익은 "디스패치의 왜곡 보도로 인해 제 발언이 '혼밥하는 사람들은 선천적 장애를 지녔다'는 뜻으로 잘못 인식되도록 만들었다"며 "해당 매체는 제게 사과도 없이 그 기사를 삭제했는데, 그 보도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증거를 없앤 것이다. 그 기사를 캡처해 놨으니,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은 이후 디스패치에서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이후 중앙일보에서 디스패치 보도를 받아썼는데, '자폐아'라는 표현은 안 썼더라. '사회적 자폐'가 자폐아와 다르다는 정도는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논란 확산'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다는 등 클릭수를 높이려는 낚시질 기사를 썼다. 한국 주요 언론마저 낚시질 기사를 만들어내는 것은 정론지로서의 기능을 포기하는, 매체 이미지에 어마어마한 타격을 가하는 자해행위다. 저급한 낚시질 기사 하나로 만들어진 부정적인 이미지가 그 매체의 모든 기사에 들러붙을 수 있다는 점을 경영진도 알아야 한다. 맥락을 파악하지 않고 몇몇 단어와 단락만 솎아내 낚시질 기사를 쓰는 행태가 한국 언론에 얼마나 큰 문제로 자리잡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언론으로서의 기능보다는 동네 우물가에서 이뤄지는 뒷담화 수준이다."

    그는 "맛 칼럼니스트로서 언론인의 역할, 인문학의 역할은 고정된 관념에 살짝 흠집을 내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지,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며 "독자·시청자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들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그것을 적절한 말로 표현해 '내가 왜 이런 삶을 살고 있는가'를 스스로 성찰해 보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저의 태도와 '사회적 자폐' 등의 용어가 거북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꼰대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태도를 바꾸고 그럴 듯한 말, 사람들이 들으면 좋아할 만한 말을 하는 사람이 돼야 하는가? 내가 입장을 바꿔야 하는가? 욕 안 먹고 유명성을 확보하는 일은 쉽다. 사람들이 거북해 하는 말은 피하면 된다. '인간은 고독한 삶을 좋아하니 혼밥도 좋은 일이죠' '현대사회는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으니까, 혼밥하면 행복하고 좋죠'라는 말을 하면 된다. 하지만 이는 실제 우리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말이 될 것이다."

    '이번 논쟁으로 더 나은 표현법, 소통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나'라는 물음에 황교익은 "많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의 미디어 환경이 바뀌면서 유명성을 지닌 개인들이 미디어처럼 작동하고 있다"며 말을 이었다.

    "수용자들이 거북해 하는 메시지를 던질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그 거북함을 어떻게 줄여 나가면서 이야기할까'는 정말 고민되는 지점이다. 자칫 왜곡된 정서에 영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제가 평생 업으로 삼았던 글쟁이로서의 직업은 포기해야 한다. 황교익이라는 실체가 아니라, 저의 말과 글, 표정, 이미지 등이 주는 메시지가 저의 이름을 달고 분산된다. '이러한 분산의 방식을 적절하게 정제하고 제대로 소통하는 데 실패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고민을 어젯밤에 했다. 아직 답은 모르겠다. 실마리는 수용자들에 대한 이해와 분석에서부터 풀어가야 할 것 같다. 황교익이라는 미디어가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용자가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서 미디어는 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말과 글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는 정말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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