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선택하라고요?' 한국 청소년 야구 대표팀 핵심 선수인 강백호는 투타 모두 빼어난 재능을 갖고 있어 '제 2의 오타니'로 기대를 모은다. 강백호를 지명한 kt도 일단 투타 겸업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자료사진=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로야구 막내 kt가 그동안 애타게 기다렸던 스타 탄생을 이룰 기대주를 찾았다. 투타에 모두 능한 원석 중의 원석이다. 일본 프로야구의 보석 오타니 쇼헤이(23 · 니혼햄)처럼 키우겠다는 부푼 꿈에 부풀어 있다.
kt는 1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강백호(18 · 서울고)를 지명했다. 청소년 대표팀의 투수와 포수에 중심 타자까지 맡은 다재다능한 유망주다.
강백호는 올해 고교 야구에서 27경기 타율 4할2푼2리(102타수 43안타), 2홈런, 32타점, 10도루, 35득점을 기록했다. 장타율은 6할8리, 출루율은 5할2푼으로 OPS가 무려 1.143에 이른다.
투수로서도 빼어났다. 11경기 등판, 29⅔이닝 3승1패, 평균자책점(ERA) 2.43을 기록했다.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로 삼진도 45개를 솎아냈다. 투타 모두 엄청난 성적을 낸 것이다.
때문에 kt는 강백호를 프로에서도 투타를 겸업하도록 계획을 세웠다. 이른바 '제 2의 오타니'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노춘섭 kt 스카우트 팀장은 "김진욱 감독과 상의해야 할 일이지만 강백호는 프로 시작부터 야수와 투수를 병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자랑하는 오타니 쇼헤이는 투타 모두 수준급 성적을 내며 이른바 '이도류'로 각광받고 있다.(사진=플리커 캡처)
오타니는 일본이 자랑하는 투타 만능 선수다. 193cm, 92kg의 당당한 체격에 시속 160km가 넘는 광속구를 뿌리며 홈런도 펑펑 날린다. 지난해 오타니는 21경기 등판해 140이닝을 소화하며 10승4패 ERA 1.86, 174탈삼진을 기록했다.
타자로서도 104경기에 나와 타율 3할2푼2리 22홈런 67타점 5득점의 성적을 냈다. 투고타저가 두드러진 일본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적이다. 오타니는 사실 2014, 2015년 각각 11승과 15승을 올렸지만 타자로서는 각각 2할7푼4리, 10홈런, 31타점과 2할2리, 5홈런, 17타점에 머물렀다. 그러다 지난해 투타 모두 기량이 만개한 것이다.
강백호도 오타니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182cm 95kg의 강백호는 투수로서 살짝 작은 신장이지만 허벅지 둘레 32인치의 가공할 하체에서 나오는 힘은 강력한 구위와 장타의 근간이다. 투타에서 모두 즉시전력감이라는 평가다.
다만 투타 겸업 계획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자칫 선수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데다 이도저도 아니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타니도 만화와 같은 활약을 펼쳐왔지만 과중한 역할에 몸이 견뎌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올해 오타니는 부상 여파로 2경기(4⅔이닝)에만 등판, 2패만을 안았다. ERA는 15.43이나 된다. 다만 타자로서는 51경기 타율 3할4푼6리 7홈런 28타점을 기록 중이다.
'내가 바로 원조 투타 겸업' 김성한 전 KIA 감독은 현역 시절인 1982년 프로 원년 타자로서 3할 타율과 함께 타점왕에 올랐고, 투수로서도 10승을 거두며 다재다능의 진수를 선보였다.(자료사진=KIA)
KBO 리그에서도 오타니와 같은 선수는 있었다. 바로 김성한 전 KIA 감독(59)이다. 김 전 감독은 프로 원년인 1982년 타율 3할5리 13홈런에 타점왕(69개)에 올랐고, 투수로서도 10승5패 1세이브 ERA 2.88(6위)을 찍었다. 부족한 팀 전력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김 감독은 1983년 4경기 17⅓이닝 1승1패 ERA 2.08, 1985년 10경기 40⅓이닝 4승3패1세이브 ERA 3.35의 성적을 냈다. 그러나 1986년 1경기 3이닝을 소화한 이후 타자로 전념했다. 1985년 홈런왕(22개)과 함께 MVP에 오른 것을 포함, 통산 3번의 홈런왕과 2번의 MVP를 수상했다.
때문에 kt도 타자 쪽에 무게를 두고 강백호의 진로를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투타 겸업을 원하는 선수 본인의 의사를 일단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어떤 재능이 더 나을지를 시험하는 기간도 필요하다. 노 팀장은 "일단 구단에서는 선수가 원하는 대로 투타 모두 시키는 쪽으로 생각 중"이라면서 "시간이 지나서 강점이 드러나는 포지션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본인이 원한다고 해도 투타 겸업을 위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일단 양쪽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이다. 주말리그 체제인 고교와 달리 프로는 한 시즌 144경기를 치러야 한다. 더욱이 군계일학이었던 또래 선수들과 경쟁이 아닌 한국 최고의 선수가 모인 프로의 치열한 레이스다.
재능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본격적인 투타 겸업이라면 긴 시즌을 치를 몸이 따라줘야 한다. 오타니도 무리가 올 만큼 투타 겸업은 몸에 과부하를 일으킬 수 있다. 물론 구단이 적절하게 안배를 해줄 테지만 과욕이 화를 키울 수 있다.
'이들 중 누구를 택할까' 고교 시절 투수에서 프로 입단 뒤 타자로 전향해 성공한 이승엽(왼쪽부터), 추신수와 타자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투수로 전향한 봉중근.(자료사진=삼성, 노컷뉴스DB, LG)
여기에 프로에서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관건이다. 언제 등판할지 모르는 불펜 투수라면 타자로서 출전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로테이션이 안정적인 선발이라면 모를까 불펜이라면 본격 투타 겸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오타니가 성공할 수 있던 것도 선발로 꾸준히 등판했기 때문이다.
사실 투타 겸업은 만화 같은 이야기다. 워낙 체력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오타니 역시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하면 투수로 전념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때문에 투타 모두 뻐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한쪽을 택했다. '국민 타자' 이승엽(삼성)과 추신수(텍사스)도 고교 시절 투수 유망주였으나 프로에서 타자로 전향해 대성했다. 이대호(롯데)는 어깨 부상 속에 투수에서 타자로 옮겨간 경우다. 반대로 봉중근(LG)은 애틀랜타 입단 당시는 '한국의 베이브 루스'로 평가받았으나 투수로 전향했다.
kt의 신생구단 형님인 NC는 나성범(28)이라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키워냈다. 나성범은 2012년 입단 당시 연세대 투수로 주목을 받았지만 김경문 감독의 권유로 타자 전향을 결정해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도약했다. 다만 나성범은 2015년 두산과 플레이오프에서 깜짝 등판해 투수로서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과연 kt가 강백호를 오타니처럼 괴물로 키워낼까, 아니면 나성범처럼 확실한 양자택일로 갈까. 그토록 바랐던 프랜차이즈 스타 재목을 얻은 kt의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