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캐리 양현종' KIA 양현종은 올해 약해진 팀 전력에도 꿋꿋하게 팀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3.78로 국내 토종 선수 중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지만 역대 가장 높은 수치가 될 전망이다.(사진=KIA)
올해 프로야구 국내 선수 평균자책점(ERA) 1위는 역대 가장 높은 수치가 될지도 모른다. 최근 몇 년 동안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타고투저' 현상 속에 일부 정상급 투수들의 부진이 원인으로 꼽힌다.
6일까지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ERA 1위는 조시 린드블럼(두산)으로 2.72이다. 토종 선수로는 양현종(KIA)이 3.78로 가장 좋다. LG 듀오 타일러 윌슨(3.06), 헨리 소사(3.25)에 이어 리그 4위를 달린다.
양현종의 기록은 역대 외인들을 뺀 국내 ERA 1위 중 가장 높다. 지금까지 토종 ERA 1위 중 가장 높았던 기록은 2014년 김광현(SK)의 3.42로 릭 밴덴헐크(당시 삼성)의 3.18에 이어 리그 2위였다.
일단 최근 몇 년 동안 리그 정상급 국내 투수들이 올해 주춤한 탓이 크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ERA 전체 2위에 토종 1위였던 장원준(두산)은 올해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다. 2016년 3.32, 지난해 3.14였던 장원준은 올해 무려 10.14에 이른다.
지난해 전체 4위이자 토종 2위(3.43) 차우찬(LG) 역시 올해는 6.77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3.68로 토종 4위였던 박세웅(롯데)도 올해는 8.10이다. 김광현은 현재 2.72의 호성적이지만 관리 속에 등판하느라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해 순위에는 없다.
그나마 양현종이 꾸준하게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2015년 2.44로 ERA 타이틀을 차지한 양현종은 2016년 3.68, 지난해 3.44를 찍었다. 올해도 아시안게임 출전까지 했음에도 3.78로 토종 1위를 지킨다. 지난해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MVP를 거머쥔 양현종은 올해 거의 홀로 KIA와 대한민국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다.
(자료=KBO)
꾸준한 타고투저 현상도 한몫을 하고 있다. 올해 리그 타율은 2할8푼6리, ERA는 5.12다. 역대 가장 타고투저가 기승을 부린 2014년(2할8푼9리, 5.21)과 2016년(2할9푼, 5.17)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15년(2할8푼, 4.87)과 지난해(2할8푼6리, 4.97)보다는 심한 현상이다.
외국인 타자 부활로 타고투저가 가장 심했던 2014년 리그에서 토종 3점대 ERA는 김광현이 유일했다. 토종 2위인 당시 LG 소속 우규민(삼성)이 4.04였다. 그 직전 시즌인 2013년에는 3점대 미만 토종 투수가 NC 이재학(2.88) 등 7명이나 됐다.
올해 역시 양현종이 유일한 3점대 토종 선수가 될 위기에 놓여 있다. 최원태(넥센)가 3.95로 토종 2위인데 언제 4점대로 넘어갈지 모른다.
사실 이런 현상에는 스트라이크존도 꾸준히 원인으로 거론된다. 메이저리그나 일본 등 다른 리그보다 존이 좁아 투수들이 견뎌내기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존이 넓은 국제대회에서 한국 타자들이 고전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예선 탈락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후 문제가 제기됐지만 잠시뿐이었다. 존이 넓어지는 듯했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원상복귀됐다. 올해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 타자들은 넓은 존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대만전 패배의 한 이유다.
타고투저 현상은 류현진(LA 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 등 특급 선수들의 해외 진출로 위기를 느낀 KBO가 어느 정도 방관한 측면이 있다. 화끈한 타격으로 재미를 더하겠다는 목적으로 외인 타자 제도를 부활시켰고, 존도 좁아졌다.
하지만 여기저기 부작용이 있다는 점은 꾸준히 문제 제기가 이뤄져 왔다. 역대 최악 토종 ERA 1위도 마찬가지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