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노컷뉴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자유계약선수(FA) 계약 상한선의 도입 등 FA 제도를 개선하자는 KBO의 제안에 시기와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며 거부했다.
선수협은 1일 "최근 KBO가 선수협에 제안한 FA 제도 변경안은 선수협을 제도 개선의 협상 당사자로 인정하였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시기상 빠른 논의와 결정의 어려움, 제안의 실효성 문제, 시행시기의 문제, 독소조항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 전체 선수의 권익 뿐만 아니라 리그의 경쟁력 제고에도 부정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KBO 이사회는 선수협 측에 FA 계약 총액 상한선을 비롯한 FA 관련 제도와 최저연봉 조정 등 여러가지 개선안을 제안했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1일 오후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KBO 이사회의 제안에 대한 선수협의 입장을 공개했다. 주요 항목별로 KBO의 제안 내용과 선수협의 입장을 정리했다.
◇ FA 계약 총액의 4년 최대 80억원 제한 - '결사 반대'선수협은 명확히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기본적으로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선수들의 의견을 들은 결과 일부 선수만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저연차 선수들 역시 다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협은 FA 연봉 상한제가 일종의 담합에 해당하므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이 동일한 조건 아래 더 좋은 환경에서 뛰고 싶다고 한다면 일부 수도권 구단에 집중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봉 감액 제도가 포함된 FA 연봉 상한선은 실효성이 없다는 게 선수협의 입장이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4년 최대 80억원으로 제한하는데 그게 보장 계약이 아니다. 연봉 감액 제도가 존재한다면 보장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KBO 이사회가 FA 연봉 상한선 도입을 주장한 이유는 비용 감축을 위해서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KBO가 계약 투명성 보장제를 국세청과 연계해 강력하게 시행하겠다고 했다. 시행되면 비용 감축 효과가 클 것이라 생각한다. 계약 투명성 보장으로 인해 아무래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어 많은 비용이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FA 취득 기간을 단축하고 등급제 보완을 통해 선수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 FA 시장의 과열을 막고 몸값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선수협은 FA 계약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 A-B-C로 나누는 FA 등급제 - '여전히 보상 기준 강력해'선수협의 논리는 이렇다. 합리적인 FA 등급제를 시행해 선수 이동을 자유롭게 만들면 각 구단이 선수 수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FA 시장 과열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KBO는 최근 3년간 구단 평균 연봉 순위에 따라 FA 등급을 나누자고 제안했다. 여기에 FA 계약 선수와 해외진출 복귀 선수는 순위에서 빠진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A등급(최초 FA 취득) - 보호선수 20명 외 1명 + 전년도 연봉의 200% 보상
A등급(재자격 FA 취득) - 보호선수 25명 외 1명 + FA 계약기간 평균 연봉의 150% 보상
B등급(최초 FA 취득) - 보호선수 25명 외 1명 + 전년도 연봉의 100% 보상
B등급(재자격 FA 취득) - 보호선수 30명 외 1명 + FA 계약기간 평균 연봉의 100% 보상
C등급(최초 FA 취득) - 전년도 연봉의 100% 보상
C등급(재자격 FA 취득) - FA 계약 기간 평균 연봉의 70% 보상
이에 대해 선수협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KBO의 제안으로는 현실적으로 선수가 활발하게 이동하기 어렵다. 여전히 보상 조건이 강력하고 FA 미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 FA 자격 취득 시기 단축 - '부상자 명단 제안, 좋은 조건은 아니다'KBO는 선수협에 FA 자격 요건을 고졸 선수는 현행 9시즌에서 8시즌, 대졸 선수는 현행 8시즌에서 7시즌으로 각각 1년씩 단축하고 해외 진출의 경우 현행 7년을 유지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추가로 부상자 명단에 등재된 최대 30일의 기간을 1군 등록일수로 인정해준다는 안도 함께 건넸다.
"FA 취득 기간이 길기 때문에 선수의 희소성 문제로 몸값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선수협이 FA 자격 요건 취득의 단축을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다만 부상자 명단 제안과 관련해서는 "그다지 좋은 조건이 아니다"라며 "30일만 해주면 여러 차례 당하는 부상에 대해서는 적용이 안된다. 1군에서 운동하거나 훈련할 때 발생하는 부상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일본의 예를 들어 유연성있는 부상자 명단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일본은 뇌진탕을 검사하는 시간, 독감 특례 조치 등 열흘 정도 보전해주는 제도가 있다. 개막전이나 올스타전 전후로 팀 사정상 등록되지 않는 선수는 7일 이내에 등록이 되면 그 전 날짜들을 모두 FA 등록일수로 반영해준다"고 말했다.
◇ 최저연봉 인상 - '27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KBO는 선수 권리 향상의 일환으로 최저연봉을 인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현행 2700만원에서 얼마나 인상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선수협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최저연봉이 4000만원 정도로 인상되기를 희망했다. "FA 제도 변경을 통해 감축된 비용이 최저연봉 선수들에게 투자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몇년에 한번씩은 인상할 수 있는 조치가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 새로운 FA 제도, 당장 시행하자 - '시기상조'현재 KBO 리그는 막판 순위 경쟁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실적으로 제도와 관련해 선수들의 의견을 모으기가 어려운 시기다. KBO는 새로운 FA 제도를 당장 2018시즌 종료 후부터 시행하자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선수협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당장 2018년부터 시행하자는 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소 2018시즌 개막 전에는 어느 정도 예고가 돼야 한다. 선수들과 충분한 토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선수협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KBO와 협상하기를 원한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우리도 제안을 했다. KBO 이사회가 유연성을 갖고 개선할 여지가 있다면 우리도 충분히 협상할 수 있다. 작은 부분의 차이는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 한달 안에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