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컷뉴스)
2018년 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 연구 자료를 살펴보면 국가대표 선수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은 지도자에 의해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전체 성희롱 피해의 약 54%는 지도자에 의해 발생했다. 특히 국가대표 지도자와 선수 사이의 관계가 나쁠 경우 폭력 및 성폭력의 발생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대표팀에서는 성과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그러나 성적만 좋으면 뭐든지 괜찮다는 인식 때문에 정작 지켜져야 할 가치가 흔들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지도자와 선수의 관계다. 지도자는 효율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컨디션 관리를 도우며 건전한 피드백을 통해 선수의 발전을 도와야 한다. 하지만 성적 향상의 부담 때문에 이들의 관계는 최악의 경우 복종을 강요하는 '주종' 관계로 변질된다.
대한체육회가 발표한 2018년 (성)폭력 실태조사 자료에는 경기 성적에 대한 중압감이 클수록 폭력과 성폭력의 피해 및 가해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가대표 지도자의 경우 스포츠 인권 교육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 교육을 받지 않은 지도자가 21.3%나 됐고 성폭력이나 인권 관련 사안을 다루는 기관의 존재를 알고 있는 지도자는 26.7%에 불과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지도자의 권력과 권한이 강할수록 선수는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침묵을 깨기 어렵다.
빙상 종목의 경우 뛰어난 유망주를 특정 코치가 오랜 기간 전담하는 경우가 많다. 조재범 전 코치와 심석희는 무려 14년동안 지도자와 선수의 관계였다. 하지만 조재범 전 코치는 현재 선수 폭행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데 이어 성폭행 혐의로 추가 고소된 상태다.
심석희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은 "국가대표 선수에 대해 지도자가 상하 관계에 따른 위력을 이용해 폭행과 협박을 가함으로써 선수가 만 17세의 미성년자일 때부터 약 4년간 상습적인 성폭행을 해온 사건"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앞으로 지도자와 선수의 관계는 수직적인 상하 관계가 아닌 보다 수평적인 관계로 형성돼야 한다. 지도자와 선수를 두고 흔히 스승과 제자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감독 및 코치와 선수 사이의 관계에 상호 존중이 기본으로 자리잡고 특히 선수가 지도자를 존경할 수 있을 때 어울리는 표현일 것이다. 지도자들의 반성과 노력, 각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