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주중대사에 내정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윤창원 기자)
정부·여당의 이른바 '회전문'성 인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주요 보직에 있던 인사가 전혀 다른 성격의 요직에 재발탁됨은 물론 과거에도 중용됐던 인사가 다시 당 전면에 등장하는 일을 두고 여당 내에서도 선명성 강조냐 폐쇄성이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4일 알려진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주중대사로 내정이었다.
장 전 실장은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를 지내면서 중국 인민대와 복단대에서 교환 교수를 지냈고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국제자문위원을 맡는 등 중국과 인연이 적지 않은 인물이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에는 경제 뿐 아니라 안보 등 중요한 분야가 많은데 외교와 관련한 이력이 전무한 장 전 실장이 주중대사로 가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여기에 장 전 실장에 앞서 주중 대사 자리 제안을 받았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스스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 전 실장에 대한 인사의 적합성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청와대)
당내 일각에서는 장 전 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모셨던 청와대 핵심 인사였고 정책실장을 지내면서 각종 현안을 두루 다뤘던 만큼 역량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다른 일각에선 최근 남북·북미 관계의 급변으로 인해 대응해야 할 대중 외교 사안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경험이 없는 장 실장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크다.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위원인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장 전 실장의 주중 대사 내정은 일장일단이 있는 인사"라며 "전문성 부분에 대한 지적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5일 전해진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민주당의 인재영입위원장 제안 소식은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백 전 비서관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정무비서와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고, 2017년 정권교체 후 지난 1월까지 민정비서관을 지낸 당내 대표적인 친노(친노무현)이자 친문(친문재인)인 인사 중 한 명이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사진=연합뉴스)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을 경우 풍부한 민정 경험을 토대로 한 인사 검증에서의 전문성을 기대할 수 있고 당과 청을 두루 경험했다는 점에서 당내 일각에선 백 전 비서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해찬 당대표가 지난 1월 최고위원회에서 청와대에 인재영입위원장을 추천해달라고 제안한 사실을 밝힌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기 시작했다.
지난 1월은 백 전 비서관이 청와대를 나온 시점과 맞물려 있는 시기다.
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실무적인 부분에서는 영입대상의 결격사유 검증 등에 대한 책임자이지만 전체적으로는 폭넓게 영입작업을 총괄하기 때문에 주로 당내 무게감 있는 중진이나 정파색이 짙지 않은 인사가 맡아왔다는 점도 백 전 비서관이 위원장으로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이 대표가 대표적 친노 인사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에게 당의 정책 등을 총괄하는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원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의 친노·친문색이 한층 더 짙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당내 한 중진의원은 "당과 청은 엄연히 분리돼 있고 백 전 비서관이 청와대 생활을 최근 마쳤지만 원래 역량 있는 당원이었기 때문에 인재영입위원장을 맡는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도 "아무래도 총선 준비작업의 방향이 외연확장보다는 친문 등 기존 지지층 결집으로 잡히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일대사에 남관표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이 내정되는 등 최근 당청의 인사가 전반적으로 기존에 중용됐던 인물들 위주로 이뤄지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한 민주당 의원은 "개혁 동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집권 초기에 외연확장을 크게 해서 다양한 인재풀을 구성했어야 했는데 초반부터 정책기조 등 입맛에 맞는 인사들 위주로 배치하다보니 이제는 그 한계를 벗어날 수 없게 됐다"며 "미세먼지 대란 등으로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워지는 상황임에도 변화에 나서기보다 기존 인사들을 요직에 다시 배치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교만함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