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용 갤럭시 폴드에서 스크린이 쉽게 파손되는 결함이 발생했다. (사진=트위터)
삼성전자가 당초 26일(현지시간) 미국에 세계 최초 출시하기로 했던 접이식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는 리뷰용 제품에 결함 이슈가 불거지면서 출시까지 연기됐다. 화웨이 등 경쟁사와 달리 유일한 인폴딩 방식으로 스마트폰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삼성의 '퍼스트 무버'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 결함은 2가지…디스플레이 보호막과 힌지·개구부 설계 문제
갤럭시 폴드는 2개의 금속 케이스 사이를 힌지(경첩)로 연결해 안으로 접을 수 있게 설계됐다. 기존에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강화유리는 접을 수 없어 삼성이 개발한 복합 폴리머가 플렉서블 OLED인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이 보호막(Protect Layer) 역할을 한다.
장점은 매우 얇으면서도 선명한 화질을 전달하고 디스플레이와 한 몸체처럼 접었다 펼수 있다. 단점은 외부 충격에 약해 20만 번 접었다 펼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스크래치나 열에 의해 손상이 발생하면 교체해야 하는데다 디스플레이를 틈새없이 보호할 수 없다.
갤럭시S 10이 IP68 등급의 방수·방진 성능을 갖춘데 비해 갤럭시 폴드가 방수·방진 성능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무엇보다 힌지 설계에 의한 개구부 노출은 태생적으로 먼지나 물에 약할 수 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는 기술은 2세대 제품에서나 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복합 폴리머는 일반 사용자가 쉽게 떼어내기 어렵다. 문제는 삼성전자도 일면 인정하고 있는 힌지 개구부 문제가 더 크다. 외부 충격이나 먼지 등이 내부에 침투해 정상적인 사용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모바일 하드웨어 수리 전문업체 아이픽스잇(iFixit)은 갤럭시 폴드를 분해한 뒤 "깨지기 쉬운 디스플레이는 잘못 충격을 가하면 재앙을 초래 할 수 있다"면서 "힌지의 틈새로 인해 먼지와 다른 입자가 접이식 장치와 스크린 사이에 유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갤럭시 폴드는 힌지(경첩)의 개구부에 먼지와 물 등이 유입돼 스크린에 잠재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무버 전환에 제동스마트폰 판매량은 삼성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지만 하이엔드 프리미엄 스마트폰만 따져보면 애플의 아이폰은 '넘사벽'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팎이지만 전체 순이익의 90% 이상을 애플이 가져간다.
10년 전 세계 1·2위를 다투던 노키아·모토로라가 무너지고 인터넷과 앱으로 대변되는 스마트폰인 아이폰의 시대가 열렸다. 옴니아 참패 이후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전환한 삼성은 2010년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를 출시하며 아이폰에 맞불을 놨다.
삼성이 아이폰을 압도한 시기는 갤럭시S6 엣지 버전을 내놓으면서다. 여기에 대화면 스크린과 대용량 배터리, 펜슬을 적용한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애플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삼성과 구글의 파트너십이 만든 안드로이드 진영의 공세는 무서울 정도로 애플을 몰아쳤다.
하지만 갤럭시S가 아이폰을 곧 능가할 것처럼, 패스트 팔로워라는 딱지를 떼고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시점에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게이트가 발목을 잡았다. 아이폰의 2배에 육박하는 배터리 성능을 제공하며 급속충전 등 퍼스트 무버 기술을 제품에 밀어 넣었다가 터진 일이었다. 3년 전 이 사건으로 삼성은 제품 전량 리콜이라는 초강수, 배터리 전략 수정, 이듬해 빠르게 출시된 갤럭시S9으로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았다.
갤럭시 폴드 결함은 삼성의 퍼스트 무버 전환 시기에 다시 한 번 발목을 잡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갤럭시 노트7과 달리 갤럭시 폴드는 소비자 판매 전인데다 아직 경쟁 제품이 없다는 점이다. 업계는 여전히 갤럭시 폴드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버지는 "갤럭시 폴드 스크린 이슈에는 은유적으로 표현하면 먼지가 끼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갤럭시 폴드는 흥미로운 미래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아직 도착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삼성 갤럭시 폴드와 화웨이 메이트 X
◇ 6월 이후 출시 연기설…갤럭시 폴드, 화웨이 메이트X와 불안한 경쟁삼성이 갤럭시 폴드 이슈를 개선하기 위해 정식 출시까지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에서 걱정하는 시각이 많다.
국내 일각에서는 미국 여론이 5G와 폴더블 폰에서 한국과 삼성을 잠재적 경쟁자로서 견제하기 위한 영향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갤럭시 폴드 결함 논란이 촉발되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작심하고 쓴 기사'에서 갤럭시 폴드를 핫도그에 비유하고 "우리가 지금 시제품을 베타 테스트하고 있는 거냐"며 리뷰를 거부한 것이 대표적이라는 주장이다.
WSJ도 리뷰용 제품을 받기 전까지는 갤럭시 폴드에 대한, 접이식 스마트폰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다룬 기사들이 다수 있다. 다른 매체들도 마찬가지다.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제품이 나오는데 대한 기대반 우려반을 다루면서도 1세대 초기 제품의 문제나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크게 부각한 바 있다.
정작 더 큰 우려의 시각은 차세대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을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화웨이는 6월 초 밖으로 접은 아웃폴딩 방식의 5G 폴더블 폰 '메이트X'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벌서부터 메이트X와의 비교를 기대하는 눈치다.
최근 미국 통신사 AT&T는 웹사이트에 사전예약 구매자를 대상으로 갤럭시 폴드를 6월 13일 배송한다고 표기했지만 곧 삭제됐다. 미국에 이어 유럽 15개국에 5월 3일, 국내 5월 중순 출시 예정일도 6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때문에 갤럭시 폴드와 메이트X의 경쟁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6월 초 출시할 예정이던 메이트X는 디스플레이 공급사인 BOE의 수율이 낮아 9월 이후로 출시가 연기될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갤럭시 폴드 출시가 우선될 가능성이 있지만 결함을 해결하지 못하면 삼성은 화웨이 메이트X와 비슷한 시기 주도권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타겟은 다르지만 신형 갤럭시 노트와 아이폰 출시 시기와도 겹쳐 갤럭시 폴드에 집중됐던 스포트라이트가 분산될 수 있다.
화웨이 입장에서는 갤럭시 폴드 결함 이슈로 시간을 벌은 반면, 삼성은 모처럼 잡은 '퍼스트 무버'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 사면초가에 빠진 삼성의 해법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