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5월 23일 (목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 정관용> 주미 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이 한미 정상 간의 전화 통화 내용 등을 고등학교 선배인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유출해왔다. 이 사실이 밝혀졌죠. 이 문제 지금 또 청와대와 야당 사이의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봐야 할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연결해서 이 문제 짚어보고 또 북핵 협상 진전 사항도 좀 살펴보겠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안녕하세요?
◆ 정세현>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같은 고등학교 선배라서 SNS로 본인이 업무상 파악한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을 전달했다. 이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정세현> 참. . . 이건 고등학교 선후배가 아니라 아버지라도 할 수 없는 짓입니다. 아버지한테하도 공무원이면. 이건 뭐 무슨 국민의 알권리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려고 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되는 거고 공무원은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정부 방침에 의해서 공개될 때까지는 누설해서는 안 되는 게 도리입니다. 법으로도 그렇게 되어 있잖아요. 법을 어긴 거예요, 이거는. 더구나 정치인한테 줬다면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봐야 되는 거죠.
◇ 정관용> 이걸 전달한 외교관도 개인적,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
◆ 정세현> 그렇죠. 그렇지 않고는 그렇게 하겠어요?
◇ 정관용> 이게 법을 어겼다, 정치적 목적이었다. 이 말씀 주셨는데 이게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지 않나요?
◆ 정세현> 되죠. 되죠. 정상 간의 주고받은 이야기는 양쪽의 국무부와 외무부나 또는 청와대나 백악관이 합의해서 여기까지만 발표하자 이렇게 정한 뒤에 발표하는 거 아니에요?
◇ 정관용> 그렇죠.
◆ 정세현> 그거는 그냥 있는 대로 아주 입장을 정하기 전에 있는 대로 중계방송 하듯이 하는 것은 잘못해도 한참 잘못된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미국 백악관에서 볼 때도 이제 한국, 문재인 대통령하고는 전화 통화도 하면 안 되겠구나, 이런 생각하지 않을까요?
◆ 정세현> 문재인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렇게 된다면 외무부도 지금 이 사람들이 앞으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다. 주미대사관에 있는 외교관 아니에요? 문재인 대통령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른 대통령 정부에서 외무부도 미국하고 일하기 어렵게 만들어놓은 겁니다.
◇ 정관용> 네. 어쨌든 개인적 관계로 SNS로 그 내용을 강효상 의원이 전달받았다 손 치더라도 그걸 강효상 의원이 또 공개적으로 언급을 하고 발설을 했다. 그러면 어디서 그 소식을 알게 되었을까를 추적 조사당할 거라는 걸 몰랐을까요?
◆ 정세현> (웃음) 그렇죠. 그렇게까지는 안 했겠죠. 쉽게 생각한 거죠. 그리고 일단 터트려놓고 보자는 그런 생각이었던 것 같고 이게 한쪽에서는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구걸했다는 표현도 쓰는데 그런 식으로 해서 뭔가 흠집을 내려고 하는 계획이 있으니까 일단 돈키호테처럼 돌진만 한 거죠. 바로 문제가 되리라는 걸 생각 못했던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런데 강 의원이 밝힌 통화 내용이 이렇습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5월 하순 일본을 방문한 후 잠깐이라도 한국을 방문해 달라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한 뒤 미국에 돌아가는 귀로에 잠깐 들르는 방식이면 충분할 것 같다. 주한미군 앞에서 만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답변했다. 이 내용이거든요. 이 정도 내용이면 그냥 공개해도 된다 이렇게 생각했던 거 아닐까요?
◆ 정세현> 그렇죠. 그런데 원래 6월 말에 오게 되어 있는 거 아니에요? 6월 말에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 들려서 오는 걸로 합의가 됐다고 청와대가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 정관용> 네.
◆ 정세현> 5월 말로 바꾼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어쨌건 저는 주한미군 앞에서, 주한미군 앞에서 만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얘기까지 했다면 그건 정말로 아주 내밀한 얘기인데 방위비 분담 얘기를 반드시 하려고 할 겁니다. 그렇다면. 그거는 국민의 알권리 범위를 넘어서는 한미 협상 차원에서 정말 이거는 대책을 세워야 될 문제인데 그 대책을 못 세우게 만들어버린 거 아니에요. 이거는 국가 이익에 도움이 안 되는 짓인데. 이 얘기를 들었다 할지라도 발표할 얘기가 있고 뒤로 적당히 눌러놓을 얘기가 있지 그렇게까지 합니까?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과 통화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던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지난 22일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강 의원에게 유출한 외교관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청와대랑 외교부는 이 정도 구체적 내용을 담은 강효상 의원의 발표가 있으니까 이건 좀 조사해 봐야 되겠다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정보유출자를 색출하는 보안조사를 했고 K 씨를 적발했습니다. 그래서 형사처벌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 보이는데 아까 위법이라고 하셨으니까 장관님도 형사처벌 필요하다고 보세요?
◆ 정세현> 그럼요. 저도 공무원 생활을 해 봤지만 정말 공무원이 제일 조심해야 될 것이 이런 말하자면 기밀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실수를 했을 때 그게 형사처벌까지 올 수도 있다는 거 때문에 조심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별로 신경 안 썼다면 참, 특이한 분이네요.
◇ 정관용> 네. 이번 경우도 엄정하게 형사처벌을 해서 하나의 전례를 반드시 남겨야 한다 이 말씀이군요?
◆ 정세현> 법적으로 형사처벌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형사처벌할 수 있으니까 한다고 했을 텐데. 공무원의 기밀, 국가기밀관리 관련해서는 그거는 확실하게 일벌백계로 나가야 됩니다. 그렇지 않고는 행정 못 해요.
◇ 정관용>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공무원의 휴대전화를 불법 감청했다. 또 지금 강효상 의원한테 제보한 것은 공익제보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했다라고 주장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정세현> 견강부회가 심하네요. 공무원이 이런 사고가 났는데 휴대폰 조사하는 것은 불가피한 거고. 조회라도. 그다음에 국회의원한테 한 거라니까 공익제보다라고 하는 건 국가기밀도 국회의원한테는 다 얘기해도 되는 겁니까? 정보위원회에서, 정보위원들한테 하는 것도 다 이것이 결국 발표가 될 텐데 발표가 됐을 경우에 몰고 올 파장 같은 걸 계산해서 발언 수준을 정해서 보고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이거는 그냥 그야말로 있는 대로 문장 그대로 쏘아 보낸 모양인데 그러고도 공익제보라고 하는 건 억지도 그런 억지가 없다고 저는 봅니다.
◇ 정관용> 국민의 알 권리라는 표현은요?
◆ 정세현> 글쎄요. 국민의 알 권리, 국민의 알 권리는 그러면 민주당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도 전부 공개를 하라고 하죠, 그럼.
◇ 정관용> 특히 아까 언급하셨습니다만 한미정상이 주한미군 앞에서 만나는 방안 이런 얘기를 트럼프 대통령이 했다는 것. 이거는 만약 그렇게 성사되더라도 깜짝 쇼로 공개되는 게 바람직할 텐데 미리 공개됐다는 거, 방위비 분담과 연계된다는 이런 면에서는 알 권리 차원을 좀 넘어선다?
◆ 정세현> 그렇죠.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도 그런 깜짝쇼를 통해서 무언가 지금 방한효과를 극대화하고 싶어할 텐데 이제 틀렸죠.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정세현> 백악관도 매우 불쾌할 뿐만 아니라 불편하고 이런 사람들하고는 앞으로 무슨 얘기를 하겠는가. 주미 대사관도 곤란해졌어요. 대사님도 참 조윤제 대사님도 곤란하게 됐네요, 참.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 대목은 그 정도 말씀 듣고. 자, 지금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 한국에 와서 한미정상회담 하기 전에 남북이 어떻게 좀 만나야 되는 거 아닙니까? 가능할까요?
◆ 정세현> 그러게요. 그런데 그게 지금 앞으로 시간이 6월 중순까지는 6월 말에 트럼프 대통령 온다고 할 경우에 6월 중순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약 한 달은 못 남았지만 그 안에 어떤 정세변화가 있을지 모르죠. 그런데 정세변화가 없이 이대로 간다면 남북 원 포인트 정상회담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사진=시사자키 제작팀)
◇ 정관용> 그러게 말이에요. 최근에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의 한 전문가가 북한외무성 관계자를 만난 얘기가 보도가 됐는데. 북한 외무성 관계자가 이랬다는 거예요. 미국의 태도 바뀌지 않으면 올해 말까지 기다리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가겠다. 남한이나 미국, 누구도 만나지 않겠다. 이렇게 말했다는데요?
◆ 정세현> 그런데 이제 그게 공식적인 입장인 게 아니고 러시아의 외무성 산하에 있는 무슨 연구소에 있는 연구 위원회 관계자가 북한에 들어가서 미국국장도 만나고 국제기구 부국장도 만나고 그랬던 것 같은데 그 사람들이 개인적인 환담 차원에서 그런 의향을 비춘 걸 보고 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우리가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아직 공식적으로는 발표가 안 된 거니까.
◇ 정관용> 크게 의미부여하지 말자?
◆ 정세현> 크게는 아직은 의미부여를 해서 무슨 큰일났다 이렇게 겁을 먹을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사람이 전달하는 것이 그게 좀 과장됐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좀 해봅니다.
◇ 정관용> 러시아는 북한 쪽 편을 들어주려고 약간 과장해서?
◆ 정세현> 북한 편든다기보다는 미국과 러시아의 사이에서 러시아가 그런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할까 하는 식으로 해서 대미 레버리지를 챙기려고 하는 계산된 행위 아닌가.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북한 쪽을 향해서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한테 주는 메시지가 있다라고 공개적으로 말까지 했고 그래서 남북 간에 만나자는 제안을 사실 한 거고 게다가 반응이 없으니까 쌀 지원 방안도 발표했고 개성공단 기업인들 방북 승인까지 했습니다. 몇 가지 카드를 우리는 던진 셈인데 북한은 반응이 없어요.
◆ 정세현> 없어요. 더군다나 오늘부터 한 27일까지 증국 선양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던 민간 단체들의 접촉 일체를 취소해 버렸다고 합니다. 상당히 좋은 일은 아닌데 그러나 지금 남북 간에 물밑대화를 통해서 그것도 안 된다고 하지만 물밑 대화를 통해서 미국으로부터 뭔가 조금 더 희망적인 사인을 받아낼 수 있다면, 전달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원 포인트 남북정상회담에 못 나올 리는 없죠. 그러니까 남북정상회담은 먼저 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야만 됩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런데 그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다시 미국으로부터 뭔가 희망적 사인을 얻어 와야 되는 겁니까?
◆ 정세현> 그렇죠. 북한이 자꾸 해달라고 하니까.
◇ 정관용> 그 방법밖에 없는 겁니까? 다시 한미 간에 또 비밀 접촉 같은 걸 해야 되는 건가요?
◆ 정세현> 해야죠. 도리가 있습니까? 그 대신 이제 전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걸 확실하게 보장해 놓고.
◇ 정관용> 이제 별 걱정을 다해야 됩니다, 정말 참.
◆ 정세현> 요새 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있습니까?
◇ 정관용> 지금 우리 정부에 대한 얘기들은 쭉 하셨으니까 김정은 위원장한테도 한 마디 하시죠.
◆ 정세현> 다른 언론하고 인터뷰에서는 세게 이야기했어요.
◇ 정관용> 뭐라고?
◆ 정세현> 정신 차리라고. 이렇게 정상회담 제안을 했는데도 대꾸도 안 하고 개성공단 기업인들 방북하겠다는데 거기에 대해서 일언반구 반응도 없고 이런 식으로 해서 압박을 했다고 해서 미국이 방침을 바꾸고 나올 것 같으냐. 미국의 셈법을 바꾸라고 요구하기 전에 북한이 셈법을 먼저 바꿔라. 남한을 무시하고 남한 우회해서 미국 갈 수 있는 길은 없다. 착각하지 마라. 제가 세게 얘기했습니다.
◇ 정관용> 네. 김정은 위원장이 정세현 전 장관 얘기를 꼭 좀 들었으면 좋겠네요. 고맙습니다.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
◆ 정세현> 네.
◇ 정관용>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