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황진환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7)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63)씨가 운영한 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수백억원의 출연금을 낸 대기업들이 재단 청산 절차가 마무리되더라도 돈을 돌려받지 못할 전망이다.
최근 대법원이 최순실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등 출연금을 요구한 행위를 두고 2심과 달리 '강요죄가 아니다'고 판단해 기업들이 출연금 반환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부실해진 탓이다.
◇ K스포츠 청산인 "강요로 돈 안 낸 기업들, 반환 청구 어려워"K스포츠재단의 청산을 담당하고 있는 A 변호사는 최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출연금을 요구한 행위를 두고 강요죄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기업들이 출연금을 돌려달라고 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국내 40개 기업이 낸 출연금은 모두 288억원이다. 법원에 따르면 이 돈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한 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을 통해 모은 돈이다.
최근 K스포츠재단은 설립 당시 돈을 낸 기업들에 출연금 반환을 희망하는지 여부를 물었는데, 출연한 기업 40곳 중 삼성생명 등 5곳이 돌려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기업들의 출연 행위가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온 이상, 출연금 반환은 어렵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재단 청산 작업은 막바지…"국고로 환수될 것"K스포츠재단 청산 절차는 정부 주도하에 막바지 단계에 이르고 있다.
지난 7월 말 재단에 근무하던 임직원을 정식으로 해고했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재단 사무실도 정리 중이다. 기업들이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 반환을 정식으로 요구하지 않으면, 청산 후 남은 돈 230억여원은 국고로 환수된다.
앞서 지난 2016년 말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뒤 미르·K스포츠재단 재산의 국고 환수를 촉구하자는 여론이 거세졌고, 정부는 이듬해인 2017년 3월 두 재단의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청산 절차 작업에 착수했다.
미르재단은 지난해 4월 청산절차를 마무리했고, 출연금 486억원 중 남은 462억원이 국고로 환수됐다.
청산 작업과는 별개로 과거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이 재단 취소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까지도 소송이 진행중인 상태다. 소송 결과 1심과 2심에서 정부가 승소했고,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한편, 대기업 출연금 모금 행위가 '강요가 아니다'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재단 해산 행정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K스포츠재단 청산 작업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K스포츠재단 설립허가 취소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의 주요 근거였던 '출연금 강요'가 이번에 무죄가 된 것"이라면서 "결과가 대법원에서 뒤바뀔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같은 주장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재정적 요건은 법원의 판단 근거 여러개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