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조국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른 가운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잦은 등판으로 '조국 정국'이 점점 탁해지는 모습이다.
본인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취임 때부터 '정치를 할 생각 없다'고 했지만, 지금으로선 사실상 정치인보다 더 공격적인 플레이어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유 이사장은 줄곧 조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와 가족 관련 혐의를 일관되게 두둔하며 조 장관 국면에서 친문 진영의 대리인을 자처했다.
유 이사장은 조 장관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총장에게 "총, 칼은 안 들었으나 위헌적 쿠데타나 마찬가지"라거나 "대통령에게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검란' 단계까지 왔다"고도 했다. 여권이 검찰과 각을 세우며, 검찰 개혁을 외치게 된 논리를 함께하며, 논리 제공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또 유 이사장은 검찰의 수사 내용 자체를 구체적으로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정 교수의 PC 반출이 "증거 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전"이라고 논리를 펴는가 하면, 더 나아가 지난 8일 유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인 김모씨와의 인터뷰 내용과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중요한 증인의 진술까지 들어가며, 조 장관 배우자의 변호인이 아니라면 하기 힘든 진흙탕 싸움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유 이사장은 이 과정에서 'KBS가 김씨와 지난달 인터뷰를 했으나 보도는 하지 않고 검찰에 인터뷰 내용을 유출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내가 (KBS) 사장이었으면 모두 보직해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KBS는 파장이 커지자 급기야 "외부 인사를 포함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국 장관 및 검찰 관련 취재 보도 과정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고, 이 때문에 KBS 내부 반발까지 이는 상황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유 이사장이 조 장관 보호를 위해 나설 수록 혼란상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합리적인 말과 촌철살인의 평론으로 정치인 출신 지식인으로서는 많은 팬을 보유했던 유 이사장이 어느 때보다 진영논리에 편중된 태도를 취하면서 상황을 더 꼬이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유 이사장의 도를 넘는 조 장관 보호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보기도 한다.
한 가지는 유 이사장의 트라우마다.이는 유 이사장 스스로 밝힌 바이기도 하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한 지방대학 강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논두렁시계 논란 등으로) 공격당할 때 발언을 잘 안하고 주춤하다 일이 생겼다"며 "조 장관이 어찌될지 모르나 가만히 있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조국 전쟁에 참전했다"고 했다.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언론의 공격에 대한 강한 트라우마가 조 장관 보호에 나선 이유란 것이다.
두 번째로는 조 장관을 친문 진영의 대표 인물로 정했기 때문에 적극적인 보호막을 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낙연 총리나 김부겸 의원 등은 지역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친문 핵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런 진영 논리가 아니고서야 유 이사장의 과도한 개입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조 장관을 친문 쪽이 대권후보로 밀려고 하다가 무리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러한 유 이사장의 행동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확장력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과도한 두둔이 오히려 비이성적으로 비치면서 여권으로써 오히려 중도층을 잃게 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다. 한마디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은 '민주당 당원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스스로도 '어용지식인'이라고 밝힌 만큼 완전히 거리를 두기도 어렵다.
한 여권 중진 의원은 유 이사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점점 수렁에 빠지는 모습"이라며 "현 상황이 지지층 결집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중도층을 계속 잃고 있는데, 현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지 않겠냐"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