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윤석열 검찰총장이 채널A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방침대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대한 지휘권이 상실됐음을 인정했다. 이에 사실상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했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자신이 (적극적 의지로) 해당 지휘를 수용할 사안 자체가 아니었다고 밝히며 불편한 긴장감을 이어가고 있다.
대검찰청은 9일 "오늘 총장 입장은 수용·불수용 차원이 아니고 그러한 문제로 볼 것도 아니다"라며 "(총장의) 지휘권 상실로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이 최종 책임을 지고 자체 수사하게 된 상황을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대검은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이라며 "(추 장관의 지시가)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윤 총장의)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행정법상의 개념인 형성적 처분은 '권리나 권리능력 등을 설정·변경하는 행위'를 말한다. 형성권자가 일방적으로 법적 질서를 변경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검이 굳이 어려운 법률 용어를 붙인 데는 '형성권자인 법무부 장관의 처분에 따라 법적 효력이 발생했을 뿐'이라고 이번 사태 정리를 시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총장이 (자신의 의지로)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님을 강조하는 것이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지난 2일 추 장관이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윤 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전격 발동한 후 일주일간 이어지던 양측의 갈등은 이날 오전 윤 총장의 불편한 승복에 따라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전날 윤 총장은 추 장관에게 자신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배제한 '독립적 수사본부' 설치를 건의했지만 이마저도 추 장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형사1부)을 포함해 수사본부가 꾸려지더라도 그 과정에서 사실상 수사 인력 변경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오후 대검은 "총장은 채널A 수사과정에 티끌만큼도 공정성 시비가 없도록 지휘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며 일단 '제식구 감싸기' 논란에서는 완전히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법무부와 독립 수사본부 설치방안을 논의한 주초부터 어제까지 (대검은) 세부적 요청사항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했음에도 법무장관이 거부했다"며 여전히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총장으로부터의 '독립적 수사'는 물론이고 이번 사건 제보 경위 등에 대한 '균형적 수사'에 대해서도 실무진간 합의가 이뤄진 줄 알았는데, 법무부가 최종적으로 파기했다는 것이다.
법무부와 대검은 독립 수사본부 관련 협의과정을 두고 이날 오전 기자단에 각자 정반대 입장이 담긴 해명을 번갈아 공유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대검찰청은 독립 수사본부의 구성·지휘를 맡는 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하자는 아이디어를 먼저 제시한 것이 법무부이며, 이를 언론에 공개적으로 건의해달라는 요청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대검찰청이 채널A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자체 수사로 결정내린 9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 입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출근길을 기다리던 취재진들이 이미 출근했다는 법무부의 통보를 받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반면 법무부는 대검 측이 서울고검장을 팀장으로 해달라는 요청을 해 법무부 실무진이 검토했으나 장관에게는 보고된 적이 없는 내용이며, 언론 공개 요청도 한 적이 없다고 맞대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 총장이 마지막으로 쟁송을 통해 자신의 지휘권을 확인받는 길을 택할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대검은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총장의) 지휘권 상실 상태"라고 표현하며, 쟁송으로 추 장관 지휘가 취소된다면 지휘권이 회복될 수도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특히 전날 밤 추 장관 입장문 가안이 범여권 인사들에게 유출됐다는 논란으로 독립수사에 더해 균형수사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면서, 장관과 총장의 소송전이 매우 비현실적이지만은 않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대검 관계자는 "이론적으로 쟁송이 가능할 수 있지만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