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7월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자료사진=노컷뉴스)
대한체육회는 지난 4월 대의원 총회에서 회장 선출 관련 정관 개정을 만장일치로 가결했지만 아직까지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종전까지는 현직 임원이 체육회 회장을 포함한 단체장 출마 시 임기 만료 전 90일까지 사직하도록 명시돼 있었다.
이기흥 체육회 회장이 연임을 위해 내년 1월 선거에 나오려면 임기 만료 90일 전인 올해 11월까지는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기흥 회장이 체육회 수장을 내려놓으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도 잃게 된다.
그는 지난해 6월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자격으로 IOC 위원에 선출됐다. 회장직 사퇴로 NOC 대표 자격을 상실할 경우 IOC 위원직을 유지할 수 없다.
이에 체육회는 입후보자가 90일 이전 사퇴하는 대신 직무 정지를 하는 것으로 정관을 개정했다.
IOC 역시 지난 1월 타 NOC에서 회장 선출 시 현직 회장이 사임 후 출마하는 사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체육회의 정관 개정에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런데 주무 부처인 문체부는 체육회 정관 개정이 가결된지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개정 승인을 미루고 있다.
체육회는 회장 선거 규정과 관련해 공정성을 확보하라는 문체부의 요구에 따라 지난 6월 공청회를 개최해 체육계 의견을 수렴했지만 문체부는 여전히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12일 "종합적으로, 정책적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이 많다.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와 관련된 정관이 확정되지 않으면 내년 1월 회장 선거를 앞둔 체육회는 물론이고 올해 연말 회장 선거를 치러야 하는 회원종목단체도 일정 진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체육회 정관 개정 승인이 늦어지면서 일각에서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분리가 다시 수면 위로 거론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문체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지난해 8월 대한체육회와 KOC의 분리를 권고한 바 있다.
당시 혁신위는 7차 권고안을 통해 체육회가 연간 수천억 원의 예산 대부분을 정부와 공공기금을 통해 지원받는 공공기관이나 스포츠 분야에서 발생해 온 중대한 인권침해와 각종 비리 및 부조리 등에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지난 2016년 대한체육회가 국민생활체육회와 통합해 생활스포츠 기반의 엘리트 스포츠 육성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여전히 올림픽과 엘리트 중심의 기존 체육회 운영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혁신위는 2021년 상반기까지 대한체육회와 KOC의 분리 운영을 권고했다.
7차 권고안의 내용은 IOC가 국가별 올림픽위원회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분리를 통해 정부의 관리 감독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고(故) 최숙현 선수 청문회에서도 체육계 비리 근절과 전문성 강화를 이유로 대한체육회와 KOC의 분리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체육회 수장이 KOC 위원장을 겸임하는 현 체제는 지난 2009년에 확립돼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혁신위의 7차 권고안이 나오자 체육계는 즉각 반발했다.
체육회는 당시 공식 입장문을 내고 "IOC 헌장에 명시된 대로 체육회는 정치적·법적 자율성을 유지해야 하나 내부 구성원의 충분한 논의와 자발적 의사 없이 법 개정으로 KOC 분리를 추진하겠다는 생각은 지극히 비민주적인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IOC 헌장을 위배하고 졸속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비록 권고안이라 할지라도 국제스포츠계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