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경찰과 검찰이 수사자료의 숫자를 잘못 읽어 사기 혐의로 기소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사건을 심리한 판사는 "오해가 불러온 터무니없는 상황"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50대 여성 A씨는 2017년 순번에 따라 곗돈을 몰아주는 '번호계'에 가입하면서 계주한테 "앞번호 쪽에 나를 넣어 곗돈을 타게 해주면 이후 불입금을 틀림없이 내겠다"고 해 이듬해 6천만원을 받은 뒤 불입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가 당시 대부업체에서 대출받은 거액을 갚지 못해 곗돈을 꾸준히 납부할 의사가 없었다"며 그 증거로 신용정보조회 결과를 분석한 경찰관 수사보고서를 재판부에 냈다.
보고서에는 "A씨가 15개 대부업체로부터 7억원 상당 대출을 받았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신용평가기관이 경찰에 보낸 자료에는 A씨 대출 규모가 7천만원 정도로 기재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천원' 단위로 된 자료를 '만원' 단위로 잘못 읽고 채무를 10배나 부풀린 것이다.
사기죄 구성의 전제가 된 '거액의 대출금'은 7억원이 아닌 7천만원가량이었지만, 검찰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그대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사건을 맡은 대전지법 형사3단독 구창모 부장판사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금액 단위를 오독해 터무니없고 엉뚱한 결론을 냈다"며 "이런 (경찰의) 실수가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때까지 정정되지 않았고, 검찰도 기소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 소득 자료, 피고인이 낸 곗돈이 4천700만원에 이르는 점 등으로 미뤄 일부 돈을 못 낸 건 연체한 것이라는 피고인 말에 설득력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