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처분에 불복중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향후 징계가 의결돼 대통령이 재가하더라도 소송으로 맞설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련의 조치가 위법·부당하다고 생각되는 만큼, 그 결과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추 장관은 "국가기관의 안정적 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윤 총장의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재차 내비쳤다. 두 사람이 이미 각자의 답을 정해놓은 수평선 싸움이어서 향후 법원의 판단과 감찰위, 징계위 등 절차가 이 답을 바꾸는 변수가 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총장 측은 30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법무부가 중징계를 의결해 대통령이 재가하더라도 아무런 얘기 없이 서명만 한다면 그걸 대통령의 의사 표시로 볼 수는 없다"며 "근본적으로 윤 총장은 위법한 처사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추 장관의 주도로 이뤄진 징계는 부당하기 때문에, 끝까지 법적 대응으로 응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적인 불신임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취지로도 읽힌다. 지난달 국감에서도 윤 총장은 "임명권자인 대통령께서 임기 동안 소임을 다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날 법원의 집행정지 심문에서 추 장관의 조치가 '검찰총장 찍어내기'의 절차일 뿐이라는 시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정부 의사에 반하는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불편해진 검찰총장을 쫓아내고자 위법하고 부당한 처분을 함으로써 사실상 즉각적으로 해임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 "정권의 비리에 맞서 수사하는 검찰총장에게 누명을 씌워 쫓아내려 한다"며 불편한 속내도 내비쳤다. 추 장관의 처분을 막지 못한다면 "역사적 판단으로 남을 것"이라며 조치의 위법·부당성과 불복 의지 역시 다시 한번 보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출근하지 않은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그러나 윤 총장의 불복 의지만큼 추 장관의 강행 의지도 완강하다. 추 장관 측은 집행정지 심문에서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으로 행정부와 법무부, 검찰청은 극심한 내홍에 빠져있다"며 "국가기관의 안정적 운영이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이 사실상 국정운영을 흔들고 있다고 본 셈이다.
추 장관 측은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한다면 징계 절차와 수사 절차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할 것임이 뻔하다"고 강조했다. 징계와 수사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설명이다. 현재 윤 총장의 징계 청구와 수사 의뢰는 모두 추 장관이 내린 조치다.
추 장관 측은 특히 '12월 2일이면 징계가 의결되는데 왜 굳이 집행정지를 신청하냐'는 취지의 말도 꺼냈다. 징계위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고, 그 결과도 직무정지 처분의 수준에 맞는 중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암시하는 대목이다.
결국 윤 총장의 불복 소송과, 추 장관의 징계 강행으로 접점 없는 대치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조만간 나올 법원의 집행정지 판단과 감찰위·징계위의 결정은 두 사람에게 서로 징계 이후 행보에 대한 법적·정치적 명분만 제공할 뿐 '징계와 불복' 구도의 큰 변수는 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집행정지 사건이 징계위에 어느 정도 영향은 미칠 수 있겠지만 실제 결정은 어차피 정해진 수순대로 가는 거라 아무 상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추 장관의 결론은 이미 해임 수순으로 가는 것이고, 윤 총장은 거기에 행정소송으로 다투는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대화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다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나서는 '정치적 해법'이 강대강 대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으로 추 장관은 징계 절차를 중단하고, 윤 총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물러나는 카드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30일 열린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문 대통령에게 "윤 총장 징계 문제가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놨다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