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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측 '홍장원 메모' 흔들고, 조지호엔 '섬망 증상'은 없었냐

편집자 주

12·3 비상계엄은 해제됐지만, 문득 잠에서 깨 뉴스를 보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민이 잠시 빌려준 권력을 남용해 법치를 독차지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겠죠. '내란해제.zip'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핵심 장면을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진짜 법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이 심판을 통해, 내란도 비로소 해제될 것이라 믿습니다. 함께 탄핵심판 '주문(결정)'을 써 내려가 보시죠!

▶내란해제.zip_10차 변론 현장
25일 최종변론, 3월 중순 선고 예상
'체포조 메모' 홍장원 신빙성 흔들기
조지호는 형사재판 이유로 말 아껴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측은 다시 탄핵심판 증인석에 선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체포조 메모'에 대해 신빙성을 흔드는데 주력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조지호 경찰청장에겐 "조사 당시 섬망 증세는 없었느냐"며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의 신뢰도를 격하시키려는 시도도 펼쳤다.

헌법재판소는 20일 오후 3시부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피고인석에 앉았던 윤 대통령은 헌재 피청구인석에 착석했다.

홍 전 차장의 '체포조 메모'가 어김없이 쟁점이 됐다. 윤 대통령 측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체포 명단을 듣고) 미친 짓이라고 생각해 적다 말았다고 했는데 굳이 메모를 (보좌관에게) 정서시킨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작성 경위를 공격했다.


홍 전 차장은 "최소한 비상계엄 당시에 '방첩사가 체포하려고 했던 명단이다, 명단의 인원들은 알고 있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그 명단을 기억하기 위한 차원에서 메모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 측은 "명단을 굳이 기억할 필요가 있느냐. 다른 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데 그 목적이 무엇인가"라며 몰아세웠다. 메모를 받아 적은 보좌관이 현대고등학교를 졸업한 한동훈 전 대표의 친구는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홍 전 차장은 "제 보좌관의 친구들이 어떤 사람인지까지는 제가 기억하지 못한다"고 짧게 말했다.

윤 대통령의 진술 '흔들기'가 이어지자, 국회 측 장순욱 변호사는 "비상계엄이 해제됐다고 해서 대통령이 체포 지시를 했다는 일도 없어지는 건 아니"라며 "증인이 이 무렵에 이걸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을 위해 기록하는 의미는 충분히 있었을 것"이라고 물었다. 홍 전 차장은 "정보기관의 특성상 무엇을 들으면 기억하거나 메모하거나 알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습관이 형성돼 있다"고 답했다.

나아가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문제 삼는 통화 장소가 어디였고, 메모를 어떻게 했는지가 메모의 신빙성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보를 많이 다뤄본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조태용 국정원장이 메모 작성 경위를 조사한 결과, 원래 메모지와 보좌관에게 정서시킨 메모의 인원수가 거의 일치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홍 전 차장은 "보좌관한테 정서 시킨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제가 혼자만 가지고 있었고, 혼자 썼다면 누가 제 말을 믿어줬겠느냐"고 답했다.

홍 전 차장이 진술했던 메모 장소와 그 시각 국정원 폐쇄회로(CC)TV에 찍힌 동선이 다른 것을 두고도 윤 대통령 측의 공격이 이어지자, 국회 측은 CCTV 영상 속 시간과 실제 시간상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윤 대통령도 직접 홍 전 차장의 증언 내용을 비판하는 데 힘을 썼다. 윤 대통령은 증인신문 말미에 의견진술 기회를 얻어 "지금 국정원 1차장의 메모와 관련된 문제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저와 통화한 걸 갖고 대통령의 체포지시라는 것과 연결해서 내란과 탄핵 공작을 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계엄 당시 주요인사에 대한 위치파악 지시가 '동향 파악을 위한 것'이었다면서도 "불필요하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마지막 증인으로 나온 조지호 경찰청장은 자신의 형사재판을 이유로 "답변하기 어렵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혈액암 투병 중인 조 청장은 증언 중간중간 가쁜 숨을 몰아쉬기도 했다. 조 청장은 계엄 당일 저녁 7시 20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과 소위 '삼청동 안가 회동'를 가졌다.

조 청장은 국회 측의 '12월 3일 삼청동 안가에서 윤 대통령, 김 전 장관과 만났는지, 윤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안가에서 만난 사실도 확인할 수 없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입을 닫았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10차 변론서 발언하는 조지호 경찰청장. 연합뉴스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10차 변론서 발언하는 조지호 경찰청장. 연합뉴스
윤 대통령 측은 조 청장의 건강상태를 언급하며 "조사 당시에 섬망 증세가 있다거나 그런 건 없었나"라고 물었다.

조 청장은 수사기관에서 "전화를 받았더니 대통령은 저에게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했다. 대통령이 굉장히 다급하다고 느꼈다"고 진술하는 등 윤 대통령에 불리한 진술을 한 바 있다. 이에 조 청장의 증언 자체를 공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조 청장은 "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갑자기 폐렴증상이 와서 그때부터 급속도로 (건강이) 나빠졌다"며 "그런데 섬망 증상이 있다든지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증언대에 올랐다. 그는 국무회의의 구체적 상황을 묻는 말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사법절차 판단이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김형두 재판관이 "증인 개인 생각을 말해달라. 그래야 사법적 판단을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관이 다른 국무위원들이 국무회의에 대해 판단한 말을 제시했음에도 한 총리는 "각 국무위원이 가진 하나의 회의를 보는 시각을 재판관이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을 돌렸다. 질문이 이어지자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었고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심판정에 앉아 총리의 증언을 지켜보는 모습이 국가 위상에 좋지 않겠다며 한 총리의 증언을 앞두고 심판정을 벗어났다.

한편,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오는 25일 종결하기로 했다. 탄핵소추안이 의결된지 73일 만이다. 최종 결정 선고는 다음 달 중순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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