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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들기]韓 스타들이 희생양?…中 문화 테러 어쩌나



문화 일반

    [파고들기]韓 스타들이 희생양?…中 문화 테러 어쩌나

    중국 누리꾼들 한복·김치 등 소유권 주장에 '문화 분쟁'
    곳곳서 신경전 발발…국내 소비자들 반중 정서도 심화
    설날에는 한류 소속사·연예인 겨냥 악성 게시글 '봇물'
    "이미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는데"…난색 표하는 업계
    전문가 "아시아 문화 패권 주도 한류는 중국에 걸림돌"
    "평가절하로 중화민족주의 강화…'반한류'마저 상품화"

    가수 송가인과 배우 김소현 SNS 캡처

     

    한국 연예인들이 중국발 문화 테러의 타깃이 됐다. '음력설'을 축하한 가요 기획사는 중국팬들의 악성 게시물에 시달렸고, 한 배우가 올린 고구려 의복은 중국 전통의상인 '한푸'로 취급됐다.

    현재 한국과 중국 두 나라 온라인에서는 문화 소유권 분쟁이 한창이다. 대개 중국 누리꾼들이 한복, 김치 등 전세계적 인지도를 지닌 한국 문화를 '중국이 원류'라고 무리한 주장을 펴면서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이 같은 신경전이 심화 하면서 양국 콘텐츠 소비자 사이 격렬한 대립 역시 빈번해졌다.

    최근 중국 일각에서는 한국 플랫폼이 중국 웹툰을 수입해 현지화하는 작업을 두고 "중국 웹툰을 한국이 훔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한 유튜버는 "한국인들이 즐겨 읽는 웹툰의 50% 이상이 중국 웹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동북아시아 국가 중 자국 웹툰 산업이 가장 발달한 한국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이런 흐름에 따라 국내 누리꾼들의 '반중정서'도 높아지고 있다. tvN 드라마 '여신강림'은 국내 방영분에서 중국 상품 PPL(간접광고)을 삽입해 지탄받았다. 중국 관련 리메이크 작품들이나 콘텐츠는 원작자나 작품 내용에 '혐한' 요소가 없는지 검증하는 흐름이다.

    급기야 한류를 이끄는 연예인들을 겨냥해 중국 소비자들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항미원조'를 내세워 중국 언론 매체들이 방탄소년단 등 K팝 스타들을 압박했다면, 이번에는 중국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라 더욱 심각하다.

    중화권 멤버들이 다수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설날에 'Lunar new year'(음력설) 인사를 올렸다가 중국팬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중국 '설날', 즉 '춘절'은 음력설 개념과 다른데 중국 문화를 무시한 처사라는 현지 팬들의 비난이었다. 팬 게시판이 중국 누리꾼들 항의글로 도배되는 와중에 한국을 비하·혐오하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와 논란을 빚었다.

    중국 누리꾼들 반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사극 '달이 뜨는 강' 주인공인 배우 김소현은 SNS에 올린 설날 인사로 곤욕을 치렀다. 김소현이 고구려 의복을 입고 건넨 설날 인사에 중국 누리꾼들이 몰려와 해당 의복이 '한푸'라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 중에는 인격 모독성 악성 댓글도 상당했다. 결국 김소현 SNS는 '한복'과 '한푸'로 설전을 벌이는 양국 누리꾼들 격론의 장이 됐다.

    일부 연예인들은 직접 중국 누리꾼들을 향해 쓴소리를 건넸다. 래퍼 이센스는 SNS에 "'한푸' 아니고 '한복'이다. 한복이 중국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정신차려라. 한복은 한국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트로트 가수 송가인도 SNS에 한복 사진과 함께 "김치도, 한복도 우리나라 대한민국 것"이라고 일침했다.

    '한한령' 이후 잠시 주춤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류 콘텐츠의 가장 중요한 소비 시장이다. 주요 K팝 그룹들에 중화권 멤버들이 포진해 있고, 중국 자본 투자를 받는 한국 콘텐츠들도 수두룩하다. 여전히 업계에서는 양국 사이 콘텐츠 등 문화 교류가 활발하다는 이야기다. 다만 최근 '문화 소유권 분쟁'을 통해 급격히 성장한 반중 여론에 업계도 당황하는 분위기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중국과는 서로 문화적 영향력을 주고 받을 수밖에 없는 관계다. 한창때 수준은 아니어도 시장 규모가 큰 만큼, 중국은 왕성하게 한류 콘텐츠를 소비하는 국가 중 하나"라며 "소비와 생산이 긴밀하게 얽혀 있어 무시하기 어렵고, 업계 내에서는 좀 더 유동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니 중국 인기 작품 판권을 사서 들여오기도 하고, 우리 것을 팔기도 하는데, 지금 중국에 대한 국민 정서가 좋지 않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이런 문화 분쟁을 스스로 자처하는 것일까. 전문가는 중화민족주의에 뿌리내린 한류를 향한 중국의 경계심을 결정적인 이유로 꼽는다.

    동아시아 국제관계 전문가인 대구가톨릭대 김용찬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은 자국 가치와 문화를 전 세계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동양권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게 장르 불문 전 세계에 통하는 문화 강국이 돼가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한류는 이미 중국 내 깊숙이 침투한 상황이고, 이를 원래부터 '우리 것'이었다고 해야 한류가 중국 문화를 베꼈다고 평가절하할 수 있는 정당성이 생긴다"며 "중화민족주의 결속 효과도 큰데, 이는 위기마다 작동해 온 공산당 프로세스이기도 하다. 일본의 '혐한' 서적들처럼 현재 중국 내에서는 '반한류' 자체도 상품성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미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세력을 넓힌 한류가 자국 가치와 문화를 퍼뜨리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인 셈이다. 경제·군사적 성장은 이뤘지만 아시아 문화 패권만은 한국에 내어준 것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다.

    김 교수는 "중국의 가장 큰 약점은 자국 가치와 문화가 미국과 유럽의 영향력을 넘어서지 못하고 심지어 한국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시진핑 주석이 갑자기 공자를 소환한 것도 이런 맥락 안에 있다. 문제는 중국 국가운영이 체제 우선이기 때문에 전 세계인들로부터 공감대를 얻기 위해 필수 요소인, 폭넓은 타국 문화 수용과 재해석이 어렵다는 데 있다"라고 진단했다.

    '파고들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 깊숙한 곳까지 취재한 결과물을 펼치는 코너입니다. 간단명료한 코너명에는 기교나 구실 없이 바르고 곧게 파고들 의지와 용기를 담았습니다. 독자들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통찰을 길어 올리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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