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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용산참사' 남탓 오세훈 발언에…유가족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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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용산참사' 남탓 오세훈 발언에…유가족 "사퇴하라"

    "장례조차 치르지 못했던 355일 고통…이유 모르고 원통히 죽어"
    "망루 위 절규에도 잔인한 진압…제2의 용산참사 촉발할 공약"

    지난 2009년 1월 20일 새벽 경찰이 재개발에 따른 적정 보상을 요구하며 용산구 한강로 건물에서 밤샘 점거농성을 벌이던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회원들에 대한 강제진압에 나선 가운데 경찰특공대가 진압을 위해 건물로 진입하고 있다.

     

    자신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했던 2009년 벌어진 '용산 참사'를 두고 "(임차인들의) 과도하고 부주의한 폭력행위"에 책임을 돌린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당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과 생존 철거민 등은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생존 철거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는 1일 성명을 통해 "오 후보의 인면수심에 치가 떨리고 두렵기까지 하다"며 "12년 전 여섯 명의 시민이 하루아침에 사망한 용산참사에 대한 오 후보의 발언에 온몸이 떨려온다"고 밝혔다.

    앞서 오 후보는 전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재개발 과정에서 전국철거민연합회라는 시민단체가 가세해 매우 폭력적 형태의 저항이 있었다"며 "쇠구슬인가, 돌멩인가를 쏘며 저항하고 건물을 점거했는데, 거기에 경찰이 진압하다 생겼던 참사다. 그것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용산 참사를 정의했다.

    철거민들의 저항으로 인해 당시 공권력 사용이 정당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임차인 권익이 최대한 보장되지 못하고, 투쟁과 갈등이 나타난 건 분명히 책임을 느껴야 할 대목"이라며 "여러 번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유감의 뜻을 표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 일대에서 건물 점거농성을 벌인 철거민들에 대해 경찰이 강제진압에 나서면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 등 6명이 사망한 가운데 지난 2009년 1월 20일 오후 참사 현장을 찾은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소식을 듣고 몰려든 철거민들과 취재진에 둘러싸여 힘겨운 표정을 짓고 있다.

     

    유가족과 진상규명위는 "당시 이명박 정부와 오세훈의 서울시가 평범한 우리 가족들과 세입자들을 '도심 테러리스트', '폭도‘로 매도했던 끔찍한 시간이 다시 떠오른다"며 "원통함에 장례조차 치르지 못했던 355일의 고통이 후벼 파헤쳐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을 떠넘겨도, 어떻게 희생자들에게 돌릴 수 있나. 살고자 올랐던 망루에서 주검이 되어 내려왔다"며 "왜 죽어야 했는지 이유조차 모르고 원통하게 죽었다. 살아남았다는 게 죄스럽다며 트라우마를 호소하다 10년이 지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생존 철거민까지 있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2009년 1월 20일 새벽 경찰이 재개발에 따른 적정 보상을 요구하며 용산구 한강로 건물에서 밤샘 점거농성을 벌이던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회원들에 대한 강제진압에 나선 가운데 경찰특공대원들이 한 농성자를 검거해 끌고가고 있다.

     

    이들은 "철거민 세입자들은 동네에서 수년에서 수십 년 장사하던 임차상인들이었고,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었다. 개발로 대책 없이 쫓겨나는 것이 억울해 버텼더니, 돌아온 건 철거용역 깡패들의 극심한 폭력과 모욕"이라며 "망루에 오르기라도 해야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알았다. '여기, 사람이 있다'는 절규를 그렇게 잔인하게 진압하고 죽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한 "참사의 책임자가 본질을 왜곡할 뿐 아니라 용산을 '서울의 마지막 기회의 땅', '100만 평의 선물'이라고 말하며 용산 일대 대규모 개발공약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제2, 제3의 용산참사가 또 올 것만 같아 두렵고 두렵다. 서울을 갈등과 폭력, 비극과 참사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말에 살기까지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다시 '2009년 1월 20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했다. 이들은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모독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조차 없이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오세훈 후보는 서울시장의 자격이 없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후보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9년 1월 20일 새벽 경찰이 재개발에 따른 적정 보상을 요구하며 용산구 한강로 건물에서 밤샘 점거농성을 벌이던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회원들에 대한 강제진압에 나선 가운데 크레인을 탄 경찰특공대가 옥상을 통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진상규명위 이원호 사무국장은 "오 후보의 발언 중 '조문을 갔고 당사자들을 만났다'라는 건 1년여만에 장례 합의가 이뤄진 이후"라며 "합의에 따라 정부가 유감 표명을 하고 조문한 것이다. 조문 온 자리에서도 유가족들을 잠시 본 것 말고는 (사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백서'를 만들었다면 서울시의 일방적 주장이 담긴 면피성 백서일 것"이라며 "'여러번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렸다'는데 누구에게 죄송하다고 이야기했는지 모르겠다. 유가족들은 사과 한 마디 받은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오 후보에 대해 "욕도 아깝다"라는 한 줄 입장을 내놨다.
    지난달 31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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