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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연평도 실종死 공무원 사생활 공개한 해경, 인권침해"

인권/복지

    인권위 "연평도 실종死 공무원 사생활 공개한 해경, 인권침해"

    핵심요약

    중간수사발표 과정서 채무액 밝혀…"정신적 공황상태" 표현도
    "사회적 관심 크다고 정당화 안돼…사생활은 비공개가 원칙"
    "실종·변사는 당사자·가족 명예 훼손되지 않게 세심히 주의"

    연합뉴스연합뉴스
    지난해 9월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사망한 공무원의 죽음을 수사한 해경이 그의 사생활 정보를 공개한 것은 피해자의 명예와 유족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7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씨가 서해상에서 피격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해양경찰청이 실종 동기 정황으로 고인의 사생활을 상세히 공개하고 피해자를 '정신적 공황상태'라고 표현한 행위는 헌법 제10조와 17조에서 보장한 당사자와 유족의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경청장에게 △실종·변사사건을 수사하거나 수사내용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할 것 △수사과정에서 유가족에게 진행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소속 직원들에게 직무교육을 실시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권고했다. 중간관리자인 윤성현 수사정보국장과 김태균 형사과장에게 경고조치를 내릴 것 또한 권고했다. 
     
    피격 공무원 유족 입장 밝히는 김기윤 변호사. 연합뉴스피격 공무원 유족 입장 밝히는 김기윤 변호사. 연합뉴스
    앞서 이씨의 아들은 지난해 11월 "해경은 중간수사보고 기자회견 당시 객관적 근거 없이 고인에 대해 '정신적 공황'이라고 표현하고 월북의 증거라 하면서 도박 송금기간·횟수·금액 등 고인의 금융거래내역을 언론에 공개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당시 이씨의 전 부인 권모씨 역시 "민감한 개인신상에 대한 수사정보를 대외적으로 발표해 명예살인을 자행했고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들이 도박하는 정신공황 상태의 아빠를 둔 자녀라고 낙인되어 제 자식들의 미래를 짓밟아 놓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해경 측은 사건 경위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해경은 "어업지도선에 대한 실황조사, 표류예측 분석결과, 국방부 방문 확인사항 등을 근거로 피해자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언론에 발표했다"며 "그 이후 기자가 피해자의 채무와 도박에 대해 질문을 하는 등 당시 언론에서 피해자의 채무와 도박에 대한 의혹 제기가 있어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최소한의 사실을 확인해줄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실종 전 15개월 간의 도박횟수, 금액, 채무상황 등을 밝힌 것은 월북 동기를 밝히기 위한 불가피한 설명이었다"며 "'정신적 공황 상태'는 정신병명을 공개한 것이 아니라 실종 동기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이다. 당시까지 사실로 확인된 사항에 대해 여러 전문가의 자문의견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공무원의 공무원증. 연합뉴스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공무원의 공무원증. 연합뉴스
    하지만 인권위 조사결과 해경이 이씨에 대한 심리상태 진단을 의뢰한 전문가들은 다소 엇갈리는 분석을 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 A씨는 이씨에 대해 '도박 중독' 수준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낸 반면 B씨는 '도박장애 진단기준에 일부 해당할 가능성이 있으나 추정 수준에 불과하다. 당사자가 이미 사망한 상태에서 제한된 정보로 도박장애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전문가인 C씨는 '당사자를 만난 적이 없는 상태에서 제공된 자료로 도박문제 진단평가는 불가하다'고 난색을 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내사보고에 포함된 '인터넷 도박 중독에 따른 월북가능성 자문 결과' 역시 전문가 7명 중 1명만이 '(이씨가)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세간의 관심이 수사내용을 발표하는 당위적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봤다. 인권위는 "수사 진행 중에 수사기관의 발표나 수사내용 공개는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신용, 사생활에 심각하고 중대한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사회적 관심이 크다고 하여 수사 발표나 수사내용의 공개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내용을 공개하여서는 안 되고, 수사내용 공개가 불가피한 경우라 하더라도 필요 최소한의 내용에 대해서만 공개해야 한다. 사건관계인의 인격이나 사생활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못박았다. 
     
    또한 사건의 특수성을 들어 "더욱이 실종·변사사건에 있어 실종자 또는 변사자는 범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볼 수도 있으므로 실종·변사자를 비롯한 가족의 명예가 훼손되거나 사생활이 부당하게 공개되지 않도록 수사발표나 그 내용을 공개함에 있어 보다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22일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가운데)이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소연평도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수사에 대한 중간 결과를 설명하는 모습. 연합뉴스지난해 10월 22일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가운데)이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소연평도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수사에 대한 중간 결과를 설명하는 모습. 연합뉴스
    인권위는 해경 수사 당시 고인을 둘러싼 일부 언론들의 '추측성 보도'가 있었다 해도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에 대한 공개가 당연시되거나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중간수사 발표 당시 발표한 채무금액은 이후 수사에서 확인된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고, 도박 채무액의 경우 2배 이상 부풀려 발표되는 등 충분한 자료나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 발표라고 볼 수 없다"며 "2차 중간수사 발표 이전에 피해자 가족들이 가정사와 금전 부분에 대한 언론보도에 불편함을 토로했던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이런 내용을 섣불리 공개하는 것은 적법한 조치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종 동기를 규명하고자 고인의 경제적 상황을 살펴야 했다 해도 이를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인권위는 "발표 당시 실종경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완전히 규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가운데 실종 동기의 정황으로 고인의 사생활에 관한 내용을 상세히 일반에 공개한 것은 해경의 변사사건 처리의 기본원칙에도 반(反)한다"며 "이로 인해 유족들의 정신적 상처과 고통이 더욱 가중되었을 것은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인권위는 김홍희 해경청장에 대해 "당시 과열된 취재상황 및 피해자 사망사건이 갖는 사회적 특수성을 감안해 개인 책임을 묻기보다 해양경찰청의 책임자로서 이같은 일이 더 이상 재발되지 않도록 소속 경찰관들에 대한 직무감독을 철저히 하고 솔선해 직무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피진정인에 포함됐던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을 두고는 "단순한 정치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보고 진정을 각하했다. 신 의원은 해경의 중간수사발표 이후 '월북을 계속 감행할 경우 사실하기도 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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