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데니스 슈뢰더. NBA미디어센트럴 제공
미국프로농구(NBA)는 리그 수입이 선수 연봉의 규모로 직결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NBA 사무국이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선수들에게 영향을 주는 팀 샐러리캡(연봉 상한선) 기준도 높아지기 때문에 거액 연봉자들이 속출한다.
작년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기는 했지만 NBA의 살림살이는 지난 몇년동안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 결과 연 평균 연봉 3000만 달러(약 346억원)의 선수들이 다수 탄생했다.
10년 전에는 연 평균 연봉 2000만 달러(약 231억원) 이상을 받은 선수가 코비 브라이언트 한 명밖에 없었다.
지난 2020-2021시즌에는 총 51명의 선수가 연 평균 20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가져갔다.
올해는 그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근 현역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4년 총액 2억1500만 달러(약 2450억원)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처럼 리그의 평균 연봉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자신의 시장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헷갈릴 수 있다.
자신을 과대평가 했다가 지금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 선수가 있다.
지난 시즌 LA 레이커스에서 활약한 독일 출신의 가드 데니스 슈뢰더는 올해 3월 계약기간 4년, 총액 8400만 달러(약 971억원) 규모의 연장 계약 제안을 받았다.
2013년 데뷔한 슈뢰더는 프로 8년차 베테랑 가드로 통산 평균 14.3득점, 4.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뛰어난 스피드를 바탕으로 하는 공격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하지만 올스타 레벨은 아니다.
레이커스에서는 주전 가드로 활약했지만 8년 동안 식스맨으로 뛴 경기수가 더 많다. 준주전급 선수 중에서는 최상급 실력을 갖춘 선수로 볼 수 있다.
레이커스가 2020-2021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연장 계약을 제안한 이유는 슈뢰더가 올해 여름 FA 권리를 얻기 때문이다. 거액의 계약으로 그를 잡아놓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슈뢰더의 꿈은 더 컸다. 자신의 시장 가치가 그보다는 높을 것이라는 확신에 레이커스의 제안을 거절했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슈뢰더는 자신이 FA가 되면 총액 1억 달러(1156억원) 이상 규모의 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FA 시장이 열리자 분위기는 싸늘했다.
그 누구도 쉽게 슈로더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슈뢰더가 뛰어난 공격형 가드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면서 시장 가치가 다소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가드 중심의 공격 농구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NBA의 FA 시장은 공격형 가드의 수요보다 공급이 더 넘쳐나는 상황이다.
슈뢰더는 그래도 레이커스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줄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샐러리캡 여유가 많지 않아 자신의 대안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레이커스는 초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해 슈뢰더의 포지션을 채워버렸다. 워싱턴 위저즈에서 뛰던 MVP 경력의 포인트가드 러셀 웨스트브룩을 영입한 것이다.
슈뢰더는 지난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레이커스로 돌아와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인터뷰로 충성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레이커스는 슈뢰더의 연장 계약 거절 이후 그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슈뢰더와 가까운 관계자는 미국 현지 언론을 통해 "그가 지금 큰 충격에 빠져 있다"고 알렸다.
결국 슈뢰더는 'FA 재수'를 선택했다.
슈뢰더는 11일(한국시간) 보스턴 셀틱스와 1년 계약을 맺었다. 다음 2021-2022시즌이 끝나고 FA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시험해보겠다는 의도다.
몸값은 지난 3월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락했다. 보스턴이 제안한 금액은 590만 달러(약 68억원)다.
FA 시장에서 자신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슈뢰더는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내년 여름 다시 FA가 돼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계산이다.
4년과 1년, 계약 기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슈뢰더는 순간의 선택으로 약 903억원의 보장 연봉을 날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