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올해 구매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부지에서 500억원대 '로펌 타운'을 지으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9월부터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불거지면서 해당 사업을 급하게 취소하고 돌연 미국으로 잠적했다.
역삼동 '로펌 타운' 500억 사업, 9월 돌연 취소
압수수색이 진행된 남욱 변호사의 청담동 소재 회사가 입주한 건물 모습. 연합뉴스9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남 변호사는 올해 4월 부동산 개발 업체 '엔에스제이피엠'(NSJPM)을 통해 역삼동의 한 부지와 건물을 300억원에 구입했다.
이 회사의 대표는 남 변호사로, 엔에스제이는 남 변호사의 아내 정모 씨(MBC 전 기자)의 이니셜을 거꾸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설립 시기 역시 4월이다.
남 변호사는 이 부지에 건물을 허물고 2400평 규모의 임대용 오피스를 짓기로 했다. 평당 공사비는 800만원, 즉 200억원 수준이다.
이 사업은 남 변호사가 해당 부지를 구입하기 이전인 올해 초부터 진행됐다.
천화동인4호 측은 이때 건축설계사무소 업체와 시공사를 접촉해 "로펌들을 입주시켜 2~3년 동안 임대 수익으로 현금을 확보한 뒤 매각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사업 설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천화동인 4호 측은 9월 갑자기 사업을 중단한다. 일방적으로 사업 계획을 취소하고 토지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개발 사업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당시 천화동인 4호 대표가 변호사니까 법조 인맥을 활용해 로펌 유치를 계획을 한 것으로 이해했다"면서 "9월 초쯤 천화동인 측에서 '대표님께서 사업을 취소하고 토지 매각을 검토하라고 하셨다'면서 갑자기 프로젝트 취소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한편 역삼동 부지와 건물을 판매한 사람은 법무법인 강남 소속의 박모 변호사다. 법무법인 강남은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대표로 있던 로펌이다. 박 전 특검은 대장동 개발 관련 50억원 보상을 약속한 일명 '50억 클럽'에 포함됐다고 국민의힘에서 폭로했다.
'대장동 논란' 터지자 자산 모두 급처분…현금 확보해 9월 출국
화천대유와 성남도시개발공사,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의 청담동 소재 회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사건 전담팀 관계자들. 연합뉴스9월 초쯤이면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1~7호 관련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할 시점이다.
최근 3년간 8721만원을 투자해 1천억원이 넘는 배당 이익을 챙긴 남 변호사가 대규모 부동산 사업을 추진했다가, 관련 문제가 터지자 재빨리 현금을 확보해 잠적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남 변호사가 돌연 미국으로 떠난 시점도 이 시기와 겹친다.
남 변호사는 올해 8월 말쯤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귀국 후 대장동 프로젝트 관련자들을 만나며 수익 배분을 논의하고 있었는데, 이번 논란이 터지면서 국내 재산들을 급처분했다고 한다.
남 변호사가 살던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아파트(50평형)에서는 짐을 빼놓았고, 2억 4천만원 상당의 포르쉐 파나메라도 급하게 판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 아내 정 씨도 21년 9월 16일자로 '자진퇴사'했다.
이밖에 남 변호사는 올해 2월에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에 있는 물류단지 부지를 매입하고 물류센터를 짓기도 했다.
또 올해 7월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에 있는 부동산 업체 더썬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남양주도시공사는 금곡동에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더썬도 이와 관련된 사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