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에 기후변화가 기회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2020년 9월 반소매 차림으로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의 수해현장 농작물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산림분야 남북협력을 촉구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연합뉴스북한의 대미 강경모드 전환 예고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다시 고조된 가운데 기후변화를 고리로 국제사회와 한국이 북한과의 신뢰 구축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은 19일(현지시간) '재난위기 감축: 남북협력을 위한 지속가능한 길'이라는 제목의 제언을 실었다.
스웨덴에 본부를 둔 '안보발전 정책연구원(ISDP)'의 연구원들이 쓴 이 글은 기후변화 시대 자연재해 위기 극복을 통한 북한과 국제사회간 신뢰 구축방안이 담겨있다.
잘 알려졌다시피 북한은 다른 나라보다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하다.
북한은 대규모 산림벌채로 태풍에 의한 홍수와 산사태에 무방비 상태에 방치돼 있고 이것이 가뜩이나 시원찮은 농업생산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의 고리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북한에서는 잦은 폭우와 태풍으로 수백 명의 사망자와 농작물 피해, 대규모 홍수로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020년 8월, 북한 수도 평양시 사동구역의 농경지가 집중호우로 물에 잠긴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연합뉴스유엔식량농업기구(FAO) 집계로도 북한은 지난해 2개월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고,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 인구의 약 40%가 영양실조 상태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재난 위험 감소가 북한 정권의 핵심 정책이 됐으며, 정책의 초점도 재난 복구에서 재난 예방으로 전환됐다.
특히 북한은 지난 수십 년간 극도의 고립 상태에서도 자연재해와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와 교류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코로나19 봉쇄 속에서도 북한은 유엔지속가능개발목표(UNSDG)에 '자발적국가검토'(VNR)라는 재난 위험 관리 보고서를 제공하기도 했다.
'디플로맷'은 "재난의 예방과 완화에 대한 북한의 대외 개방성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앞으로 UNSDG는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의 재난 예방과 감축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지식기반 지원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한국의 기여 필요성을 강력히 제안했다.
한국은 북한과 기후 지리적 환경이 비슷해 기후변화 적응에 공동으로 나설 필요가 있고, 역대 대부분의 정권도 북한과 산림녹화협력 사업을 벌여온 경험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산림분야 남북협력을 재차 촉구한 바 있다. 북한과의 공동재해위험관리체계 수립을 위해서다.
이 매체는 산림녹화는 남북교류가 한창이던 때 재난 위험 관리에 대한 남북간 직접협력이 성공을 거둔 유일한 분야이며 2018년 남북정상간 평양공동합의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결과"를 얻기로 재차 합의한 사실도 환기시켰다.
더 나아가 한국은 최근 국제기구에 기후 적응에 관한 기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 협력을 증진하고 있기도 하다.
또 한국에는 유엔동북아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과 세계 재난 위험 감소 교육 훈련 연구소도 설립돼 있다.
따라서 한국은 유엔개발그룹(UNDG)에 북한에 대한 구체적이고 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북한과 관련된 다른 유엔 기구들도 참여시킬 수 있다.
'디플로맷'은 끝으로 "이 같은 방안들이 대북협력 제안의 도구화 논란을 불식시킴으로써 진정한 신뢰구축을 행동으로 나타내고 기후 안보에 대한 한국의 확고한 의지도 보여줄 것"이라며 "재난 관리에 대한 남북 협력을 제도화해 향후에 있을 수 있는 정치적 기후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