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기중기 작업을 하다 급성 뇌출혈로 숨진 노동자에게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업무와 질병 사이 명백한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없지만 제반 사정을 고려해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될 때엔 업무 재해가 인정된다고 봤다.
앞서 A씨는 부친인 B씨가 2017년 12월 굴양식업체에서 호이스트(비교적 가벼운 물건을 들어 옮기는 기중기) 제작 작업을 하던 중 급성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하자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다.
A씨는 "B씨가 발병 한달 전부터 육체적 업무강도 높고 고온 야외에서 이뤄지는 호이스트 설치 공사를 시행했으므로 급성 뇌출혈이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에 기인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단 측은 "'B씨의 업무시간 및 업무량, 구체적인 업무내역, 단기적·만성적 과로내역 등 검토 결과 업무적 사유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업주가 재해조사에서 "고인이 흡연을 하루 1갑, 음주를 주 5회, 한번에 소주 2병 정도 한다"고 진술한 것도 이같은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A씨는 다시 공단에 심사청구를 했지만 공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A씨는 법원의 판단을 구하게 된 것.
재판부의 판단은 공단과 달랐다. 재판부는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고인의 사망원인이 된 급성 뇌출혈은 호이스트 공사로 인한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했다는 것이다. 고인이 여름철 무더운 야외에서 일반 복장으로 용접 작업을 수행한 것도 상당한 정신적 긴장을 유발했다고 판단했다.
또 사업주가 고인에 대한 산업재해보상보험을 가입하지 않아 고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면 이에 따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책임을 부담하고, 고인의 작업시간과 사망원인 등에 대한 부정확한 진술도 판단 근거로 언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