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기습 점거에 CJ대한통운 본사 유리문 부서지고 있다. CJ대한통운 제공오전 11시 30분. 점심 식사 미팅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책상을 정리하고 사무실을 나서려던 때였다.
밖에서 싸우는 듯한 소리가 났다. "올라가자!"는 외침과 함께 수십명의 사람들이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10일 오전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200여 명은 1층 로비 유리문을 밀치고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로 들어와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사무실까지 들어온 노조원은 붉은색 머리띠를 메고 빨간 목장갑을 꼈다. 직원 책상 앞에 일렬로 앉아 농성을 벌이면서 직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한통운 한 직원은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가던 중 날벼락을 맞은 듯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층 로비에 빼곡히 자리를 잡은 노조원 탓에 점심도 굶고 사실상 사무실에 감금됐다는 이 직원은 "노조원이 사무실까지 들어와 있어 업무를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본사 직원 8명이 노조원과 몸싸움 도중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10일 CJ대한통운 본사 기습 점거 농성을 벌인 가운데 본사 직원이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CJ대한통운 제공 당초 노조는 이날 오후 2시 이재현 CJ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전 11시 30분 '긴급 공지'를 통해 "CJ대한통운의 사회적합의 불이행과 노조 죽이기에 맞서 파업 45일차인 오늘 본사 검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 노조는 사회적합의에 따라 이뤄진 요금인상분 중 연 3천억 원을 CJ대한통운이 이윤으로 빼돌리고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40일 넘게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 "대한통운 대화 나서라"…CJ, 재택근무 · 건물 폐쇄 검토
10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서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기습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와 소상공인, CJ대한통운 대리점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해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CJ대한통운 본사가 대화에 나서 파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대한통운은 계약 당사자인 대리점과 논의해야 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간 노조는 원청인 대한통운과 직접 대화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 등 강경 투쟁을 이어왔다. 하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서 설 명절 기간 농성 수위를 낮추며 숨 고르기를 해 왔다. 또 대리점연합과 비공식적으로 접촉하며 합의점을 모색해 왔다. 이 과정에서 택배기사 사회적합의를 도출하는데 역할을 했던 을지로위원회도 중재에 나섰지만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대한통운이 대화에 나설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며 대한통운을 압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점거 농성이 장기화될 예정이다.
택배노조 진경호 위원장은 "대한통운 본사 점거농성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11일 민주노총 결의대회와 13일 택배노조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노조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파업 사태를 종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조합원들이 10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노조의 기습 점거에 CJ대한통운은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측은 "택배노조의 불법적인 점거와 집단 폭력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관련자 모두에 대한 형사적, 민사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대한통운은 점거가 장기화될 경우 전원 재택근무와 건물 폐쇄 등을 고민중이다.
노조의 점거농성에 업계 안팎에서 비난도 이어졌다.
비노조 택배연합은 노조의 점거 농성을 강력 규탄하며 즉각적인 철수와 노조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다. 경영자총연합회도 입장문을 내고 "노조가 근거가 부족한 파업 명분을 내세우며 집단 이기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불법점거와 업무방해 등 불법행위에 대한 정부의 엄정한 법집행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