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선수 팔아 생존 vs 육성 장인' 영웅 군단, 양날의 검

야구

    '선수 팔아 생존 vs 육성 장인' 영웅 군단, 양날의 검

    키움에서 KIA로 이적한 포수 박동원. KIA키움에서 KIA로 이적한 포수 박동원. KIA
    결국 KIA와 키움의 트레이드가 승인됐다. 지난해 22홈런을 날린 키움 포수 박동원이 KIA로 가고, 키움은 내야수 김태진과 현금 10억 원, 내년 신인 2차 지명권을 받는 조건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5일 두 구단의 트레이드를 승인했다. 당초 두 구단은 전날 트레이드를 발표했지만 KBO는 트레이드의 세부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한 뒤 하루 뒤 승인을 결정했다.

    예전 키움의 행태 때문이다. 키움은 2008년 운영난에 시달리던 현대를 흡수해 히어로즈 구단으로 창단했다. 그러나 모기업 없이 네이밍 스폰서 등 후원과 입장 수익 등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형태라 태생적으로 불안감을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주축 선수들에 대해 현금을 낀 트레이드를 단행해 구단을 운영했다.

    2008시즌 뒤 히어로즈는 당시 좌완 에이스 장원삼을 삼성으로 보내고 30억 원과 좌완 박성훈을 받는 트레이드를 시도했다. 그러나 '5년간 구단 매각 금지와 선수 트레이드 금지' 조항을 어겼다며 나머지 6개 구단이 극력 반발해 KBO는 이를 불허했다.

    하지만 2009시즌 뒤 히어로즈는 대대적인 세일에 나섰다. 이택근을 LG로 보내며 선수 3명과 25억 원을, 이현승을 두산으로 보내며 금민철과 10억 원을, 장원삼을 삼성으로 보내며 김상수, 박성훈과 20억 원을 받았다. 이후에도 마일영이 한화, 황재균과 고원준이 롯데, 송신영과 김성현이 LG로 가는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프로야구에서 영구 제명된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이사. 박종민 기자프로야구에서 영구 제명된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이사. 박종민 기자
    결국 탈이 났다. 총 23건의 트레이드를 통해 히어로즈는 131억 원의 뒷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이를 주도한 데다 수십억 원의 횡령 등으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된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는 KBO로부터 영구 퇴출됐다. KBO는 또 이면 계약 금지 규정 위반 시 해당 구단의 다음 연도 신인 1차 지명권 박탈, 제재금 10억 원, 해당 선수의 1년 출전 금지 징계를 명문화했다.

    KBO가 이번 박동원 트레이드를 바로 승인하지 않은 까닭이다. 이면 계약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다만 예전처럼 뒷돈 거래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해 트레이드를 승인했다.

    그럼에도 키움은 선수를 팔아 구단을 운영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지난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거포 박병호를 잡지 않은 키움은 kt로부터 보상금 22억5000만 원을 받았다. 박병호는 2012년부터 4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히어로즈의 상징적인 선수였지만 결국 팀을 떠나게 됐다. kt는 3년 최대 30억 원에 박병호를 영입했다. 이런 가운데 키움은 지난해 팀 최다 홈런을 기록한 박동원까지 보낸 것이다.

    하지만 이는 키움의 생존 전략이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수를 팔아야 한다. 다른 9개 구단처럼 굴지의 그룹이 모기업으로 수백억 원을 지원해주지 않는다. 김광현에게 151억 원을 안긴 SSG나 나성범에게 150억 원, 양현종에게 103억 원을 베팅한 데 이어 10억 원을 들여 박동원을 영입한 KIA처럼 막대한 자금이 나올 언덕이 없다.

    더군다나 지난해까지 2년 동안은 코로나19로 거의 관중을 받지 못해 입장 수익이 급감해 힘겹게 구단을 운영해야 했던 키움이다. 2019년 70억 원 가깝던 입장 수익은 2020년 6억 원 정도로 줄었다.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는 키움 간판 타자 이정후. 연합뉴스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는 키움 간판 타자 이정후. 연합뉴스
    때문에 키움은 반대로 목숨을 걸고 선수를 키워야 한다. 구단을 운영하려면 좋은 선수를 키워 비싼 값에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강정호, 박병호를 메이저리그로 보내면서 키움은 200억 원의 이적료를 챙겼다. 강정호의 후계자였던 김하성(샌디에이고) 역시 90억 원의 이적료를 안겼다. 현재 리그 최고 스타로 꼽히는 이정후 역시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는데 성사될 경우 막대한 이적료가 예상된다.

    선수들 역시 생존을 위해서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 역설적으로 팀을 떠나기 위해서다. 가난한 구단이 아닌 부자 구단의 눈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수많은 주축들이 팔려 갔음에도 키움이 리그 상위권을 유지해온 이유다.

    태생적으로 재정적 위험 부담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는 키움. 그러기에 선수 세일을 해야만 하는 운명을 안고 있다. 다만 선수 육성의 마스터로 한국 프로야구에서 모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운영 모델의 가능성은 여전히 제시하고 있는 상황. 양날의 검이 아닐 수 없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