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신임 대검찰청 차장검사(왼쪽부터), 송경호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후곤 신임 서울고검장이 23일 오전 출근하며 보도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새로 임명된 검찰 고위 간부들이 향후 대대적인 사정 태풍을 예고하는 취임 일성을 한목소리로 내놓았다. 최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을 거치면서 수사권이 대폭 줄고 내부 사기도 떨어졌지만 법 시행을 앞두고 이전 정권에서 중단됐던 권력형 비리 수사를 대대적으로 펼쳐 이런 위기를 타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원석 신임 대검찰청 차장검사(53·사법연수원 27기)는 23일 첫 출근을 하며 "법률이 바뀌어 혼란스럽고 어려운 상황인 것은 확실하지만 바뀐 법률 탓만 할 수는 없다. 전력을 다해 수사하고 기소하고 재판하는 것만이 국민 신뢰와 마음을 얻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차장검사와 김후곤 신임 서울고검장(57·25기),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52·29기),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49·29기), 홍승욱 수원지검장(48·28기) 등 새 검찰 지휘부는 이날 각각 취임식을 열고 △엄정한 수사를 통한 범죄자 처벌 △검수완박 부작용 및 피해 최소화 등에 방점을 찍은 다짐을 밝혔다.
국내 최대 검찰청인 중앙지검 수장이 된 송경호 지검장은 "구조적 부정부패 범죄 대응에는 어떠한 공백도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라며 "국가·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권력형 비리와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기업·금융범죄는 배후까지 철저히 규명하여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지검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삼성 웰스토리 부당지원 의혹 등 대형 사건을 수사 중이다. 송 지검장의 이런 발언을 두고, 벌써부터 법조계에서는 전 정권 시절 멈췄던 대형 수사가 빠른 시일 내에 본궤도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송경호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3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그는 또 "검찰의 형사법 집행은 결과와 과정, 절차까지 모두 공정의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도 엄격히 지켜야 한다"라며 "여러 이해관계에 따른 외부의 불합리한 공격에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법과 원칙, 양심과 윤리에 따라 직무에 임하고 전문가로서 실력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같은 송 지검장의 발언은 과거 경험에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중앙지검 3차장으로 이른바 '조국 수사'를 지휘했다가 좌천 인사를 당했었다.
홍승욱 수원지검장은 "검찰의 위기를 넘어 우리나라 형사사법 체계가 위기를 맞았다고 생각한다"라며 "검찰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검찰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원지검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사건을 수사 중이라 중앙지검 못지 않게 앞으로 '사정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운용 사건과 신라젠 로비 의혹 사건 등을 쥔 양석조 남부지검장은 "더는 '과잉된 정의' '과소한 정의'라는 함정에 빠져 사건 실체로부터 도피하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전임자인 심재철 지검장이 지난 20일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정의가 지나치면 잔인하게 된다. 과잉된 정의는 진정한 정의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콕 집어 반박한 셈이다.
김후곤 서울고검장은 검수완박 법안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특히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고발인의 이의신청 등 범죄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고검에서 일선청 업무감독, 항고사건 처리 등에 범죄 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고검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