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기아차 광주공장 찾아온 화물연대. 연합뉴스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사흘째 접어들면서 물류 차질에 따른 산업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재고를 쌓아두고 생산하는 방식이 아닌 자동차와 같은 업계는 생산라인 가동이 멈추는 등 일부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은 화물연대가 전날부터 자동차 부품 납품 운송을 거부하면서 생산 라인 일부가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전날 오후 2시부터 울산공장 납품 거부에 들어갔고, 같은 날 오후 4시부터 생산라인 가동 차질이 나타났다. 전형적인 조립 산업인 완성차 업계는 부품이 필요할 때마다 협력 업체로부터 부품을 조달받는 '적시생산방식(JIT·Just In Time)'으로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부품 조달이 이뤄지지 않으면 가동이 멈출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생산 방식은 원활한 부품 조달, 물류가 필수적이어서 단 하나의 부품이라도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이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 제조 관련 11개 단체도 전날 입장문을 통해 "조립산업 특성으로 한 가지 부품이라도 물류가 원활하지 않으면 전체 자동차 산업의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약점을 악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직원들이 번호판도 달지 않은 완성차를 직접 운전해 다른 차고지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자동차 조립에 이어 완성차 운송 차질도 빚어지고 있다. 기아는 광주와 광명 공장 등에서 차량을 실어 나르는 카캐리어 운행이 중단되면서 공장 직원이 임시운행허가증을 발급받아 직접 운전해 적치장으로 옮기고 있다. 기아와 계약한 카캐리어 200여대 중 98%가량이 화물연대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계 안팎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이어 화물연대 총파업이 맞물리면서 차량 출고 기간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의 인기 차종인 싼타페 하이브리드(16개월), GV60·GV80(12개월), EV6(18개월) 카니발(16개월) 등은 현재도 1년 이상 대기해야 한다. 하지만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부품 조달까지 차질이 빚어지면서 출고 지연은 더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동차 부품 생산 업체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도 이날 호소문을 통해 "반도체 공급 차질로 고객들은 자동차 계약 후 수개월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지속된다면 신차 출고를 고대하는 고객들은 더욱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면서 "자동차 고객을 위해서도 화물연대의 자동차 물류 방해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은 "절박한 생존의 상황에 내몰린 부품업계 종사자들을 위해서도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운송 중단을 화물연대는 즉각 철회하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