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년 예산안' 사전 브리핑에서 취재진에게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오전 윤석열 정부가 처음으로 편성한 '2023년 예산안' 사전 브리핑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 경제 운용을 격하게 비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에 그토록 탄탄했던 재정이 지난 5년 사이 엄청나게 적자가 늘고 국가 부채가 1100조 원에 육박하는 장부를 물려받았다"는 것이다.
해당 추경호 부총리 발언은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급격하게 줄이는 데 따른 우려를 제기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내년 예산안에서 '긴축 재정' 이른바 '건전 재정'을 내세우며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5.2%로 묶었다.
총지출 증가율(이하 본예산 기준)이 2019년 9.5%, 2020년 9.1%, 지난해와 올해 각각 8.9%로 전임 문재인 정부 내내 이어졌던 '확장 재정'에 급제동을 건 모양새다.
이에 따라 내년 정부 총지출은 639조 원으로 올해보다 31조 4천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고 특히, 올해 2차 추경 기준으로는 오히려 40조 5천억 원이나 줄어든다.
"재정 여력 컸다면 내년 예산 지출 늘릴 수 있었을 것"
서민과 취약계층 생계에 직결된 보건·복지·고용 분야 지출 증가 규모는 올해 18조 원에서 내년 8.9조 원으로 반 토막 났고, 증가율은 올해 9%에서 내년 4.1%로 대폭 축소된다.
추경호 부총리는 "재정 여력이 컸다면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지출도 늘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전임 정부 경제팀이 '방만 재정'으로 재정 여력을 소진해 내년 정부 지출을 크게 줄일 수밖에 없다는 원망이다.
그러나 전임 홍남기 경제팀으로서는 억울할 만한 비난이다.
문재인 정부와 홍남기 경제팀은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경기 회복에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확장 재정 기조를 지속했다.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으로부터 "한국은 코로나 경제 피해를 최소화했으며, 빠른 속도로 경기를 회복한 주요 선진국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홍남기 경제팀 역시 내년부터 경제 회복 추이에 맞춰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윤 대통령은 "전 정권 핑계 더 이상 안 통한다"는데…
연합뉴스기재부가 지난해 8월 '2022년 예산안'과 함께 발표한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제시한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5.0%로, 추경호 경제팀이 짠 내년 예산안의 5.2%보다도 낮았다.
지난 25일 오후 충남 천안에서는 국민의힘 연찬회가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여당 연찬회에 모습을 나타냈고 각 부처 장차관이 총출동했다.
당일 오전 내년 예산안 사전 브리핑을 마친 추경호 부총리도 기재부 1·2차관과 함께 연찬회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찬회에서 "전 정권에서 잘못한 것을 우리가 물려받았다는 핑계는 더 이상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 등을 두고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 다른 정권 때와 비교해 보라"던 윤 대통령 입에서 나온 말이기는 하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