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정책금융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이 흥행 참패를 기록한 안심전환대출의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추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특례보금자리론의 이자가 대출자들에게 크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16일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4.29%로 역대 최고점을 기록한 전달(4.34%)에 비해 0.05%포인트 줄어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이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4.69~7.36%로 전날에 비해 하락했다.
금리인상기 치솟는 대출금리를 억제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금리 인하를 압박하자 시중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미 금리를 조정했다.
오는 30일 출시 예정인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주택가격 6억원 초과 또는 부부 소득 1억원 초과)는 4.75~5.05% 수준이다. 그런데 시중은행 주담대 변동금리와 비교했을 때 차별점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담대 변동 수준이 가장 낮은 신한은행의 경우 금리 하단이 4.69%로 더 낮다.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기도 힘들다. 만일 특례보금자리론이 적용하는 △저소득층 △한부모·장애인·다문화·다자녀 가구 △신혼부부 △저소득청년 등 우대금리 조건을 만족시킨다면 시중금리보다 더 낮은 수준의 금리가 되겠지만 실상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이를 만족시키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직장인 A씨(39)씨는 "소득 기준이 없다고 해서 많이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우대금리 받을 수 있는 것이 없다보니 금리가 생각보다 싸지 않아서 일단 시중은행도 다 알아보려고 한다. 조금이라도 더 싸다면 좋은 일이지만 기대만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이어 나머지 은행권이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 역시 특례보금자리론 무용론에 힘을 더하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향후 금리 인하로 인해 상품을 갈아탈 때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는데, 시중은행도 똑같이 이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큰 유인동기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 값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당분간 집 살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지난 13일 기준금리가 인상했음에도 주담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꾸준히 나왔다. 이렇게 주택구입을 관망하는 여론이 많아질 수록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정책금융을 이용한 신규대출 동기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특례보금자리론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의 흥행실패를 되풀이 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당시 정부는 안심전환대출의 공급 목표를 25조원으로 세웠지만 37.9%(9조4787억원)만 공급되는데 그쳤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책금융을 제공할 경우 충분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측면이 실제로는 중요하다. 따라서 금리조건을 양호하게 제공한 뒤 만일 이것이 충분하지 않다면 금리조건을 변경하는 형태로 진행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