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열린 제8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세종시의회 제공세종시 출자·출연 기관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둘러싼 최민호 세종시장과 세종시의회 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시의회는 세종시장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 조례안을 공포했고, 세종시는 대법원에 무효 소송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시와 시의회 간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실종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기 진영의 유불리만 내세운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종시와 시의회는 지난 2월 10일 조례안이 제80회 시의회 임시회 문턱을 넘은 뒤 50여 일째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세종시장은 조례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다시 시의회로 넘어간 조례안은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의 실수로 예상을 깨고 원안 가결됐다.
이후 세종시가 재차 '공포'를 거부하자, 세종시의회 상병헌 의장이 조례안을 공포하며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 세종시의회 제공표면상으로는 조례안을 둘러쌀 갈등이지만, 국민의힘 소속의 최민호 시장과 여소야대 세종시의회 상병헌(더불어민주당) 의장의 힘겨루기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세종시당 역시 "민주당은 '묻지마식' 조례안 공포를 감행해 힘 자랑을 하고 있다"며 최 시장을 지원 사격하고 나섰다.
그러나 조례 갈등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민주당 임채성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출자·출연기관 조례는 세종시문화재단과 세종사회서비스원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을 시장 추천 3명, 시의회 추천 2명, 이사회 추천 2명에서 시장 추천 2명, 시의회 추천 3명, 이사회 추천 2명으로 바꾸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조례안은 세종시가 전동면에 조성 중인 폐기물 처리 시설과 같이 주민들의 찬반이 극명한 사안이 아닌 데다, 시민의 삶에 직결된 문제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누가 한 명을 더 추천하느냐를 두고 50여 일 동안 대치 국면이 이어지자 산하 기관장의 임명권을 놓고 밥그릇 싸움만 벌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세종시의회 전경. 의회 제공시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종시민은 "출연기관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시민도 많은데, 최민호 세종시장이 취임한 지 1년도 안 돼 시와 의회가 싸움만 하는 걸 보니 답답한 마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2025년 국제정원도시박람회를 앞두고 있는 세종시는 이후에도 2027년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와 세계대학경기대회, 2028년 국회세종의사당 설치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또 최민호 세종시장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대중교통 무료화를 비롯해 KTX 세종역 설치,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기에도 빠듯한 일정 속에 의회와의 불협화음으로 현안을 추진할 동력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시와 시의회간 강대강 대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기 진영의 유불리만 앞세운 행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성은정 사무처장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국민의힘과 민주당과의 대립 관계로 보이는 사안"이라며 "조례안 이야기가 나왔을 당시 국민의힘 세종시당이 행정과 의정 사이에 개입하며 더 촉발된 부분이 있고, 민주당에서도 주도권을 뺏기면 안 된다는 점이 작용해 계속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사건건 의정과 행정이 부딪치는 것과 관련해서는 시장이라는 위치에서 최민호 시장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배재대 최호택 행정학과 교수 역시 "여소야대 정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또 최근 의회가 인사권이 독립되면서 힘이 생기다 보니 집행부와의 관계에서 힘을 강조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특히 내년 총선과 관련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고, 총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분들에 의해서 이 갈등이 발생되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도 "지금 민생도,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이런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