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6시 27분쯤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규모 4.5 지진이 발생했다. 강원 동해안 해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지진이 심상치 않다. 횟수도 잦아진데다 올 들어 최대 규모인 4.5의 지진까지 발생하자 주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 들어 한반도 최대 규모 지진 발생
지난 15일 오전 6시 27분쯤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올 들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큰 규모며 역대 22번째 규모로 기록됐다. 규모 4.5 이상의 지진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것은 지난 2021년 12월 14일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9 이후 1년5개월 만이다.
이번 지진에 따른 최대진도는 강원, 경북 지역은 Ⅲ, 충북 지역에서도 Ⅱ를 기록했다. 계기 진도 Ⅲ은 실내와 건물 위층에 있던 사람은 흔들림을 현저히 느끼고, 정차한 차가 약간 흔들리는 정도' 흔들림이 느껴질 수 있을 정도를 말한다.
실제 지난 15일 오전 지진이 발생한 이후 강원소방본부에는 18건의 흔들림 감지 신고가 접수됐다. 지역별로는 강릉 6건, 동해 8건, 삼척 4건 등이며 다행히 피해신고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4월 25일 지진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한데 이어 지진이 잇따르자 지난 15일 '주의' 단계로 상향했다. 지진 위기경보는 가장 경미한 단계부터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으로 발령된다.
동해시 제공잦아지고 강해지는 지진에 불안감 고조
지난 4월부터 동해시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2.0 미만의 미소 지진을 포함해 50차례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의 진앙 주변 5km 이내 지역에서는 지난 달 23일 이후 규모 2.0 이상 지진이 13회 발생했으며 미소지진까지 합하면 총 36회 지진이 있었다. 앞서 지난 4월 25일 규모 3.5 지진 이후 지난 일요일 오전에도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처럼 동해 해역 좁은 반경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상황에서 규모 4.5의 지진까지 발생하자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주민 김혜영(여. 44. 강릉)씨는 "집이 아파트 고층인데 자다가 침대가 흔들려서 눈을 떴는데 재난 문자가 바로 왔다. 요새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처음으로 진동을 느껴보니 너무 무서워 공포감까지 느꼈다"며 "이렇게 직접 경험을 하니 만일의 경우 행동요령이라든가 대피 장소는 어딘지 아이들에게 어떻게 안내를 해줘야 할 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 전했다.
강릉과 동해, 삼척 등 동해안 주민들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주택가 담이 흔들렸다. 아파트 침대가 흔들리고 창문이 덜컹거렸다. 조만간 더 큰 지진이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내용의 글들을 올리며 불안과 우려를 나타냈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지진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기관별로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른 임무·역할을 점검하고 국민께서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행동요령을 숙지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강원 동해 인근 해역에서 잇달아 지진이 발생하면서 강릉시는 지진·지진해일 대피장소와 대응체계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는 등 긴급 상황에 대한 대비에 나섰다. 강릉시 제공더 큰 지진 가능성 낮지만 배제할 수 없어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과거 지진활동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며 역단층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역단층은 지각판의 경계에서 한쪽 판이 다른 판 아래로 파고드는 것을 듯한다. 앞서 지난 2019년에도 동해 해역에서 규모 4.3의 지진이 있었는데 그때도 역단층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역 지진의 분석은 오차가 크기 때문에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다시 말해 지진을 일으킨 단층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앞으로 더 큰 지진이 발생할지, 아니면 지진이 그쳐갈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지난 12일에 이어 15일에도 '지진전문가 회의'를 열고 최근 동해시 해역에서 지진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원인과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동해시 해역지진이 과거 지진활동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며 역단층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나, 해역지진의 분석은 오차가 크기 때문에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동해 해역 발생 지진에 대해 현재까지 관측 및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과거 지진사례 수준의 간헐적 지진 발생 가능성은 상존한다"며 "다만, 일정기간 연속지진으로 발생한 유사사례와 비교해 보면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으나 배제할 수는 없다"며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최근 발생한 지진에 이은 '본진'일 것이라는 것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번 지진이 최근 연속해서 발생한 연속 지진 가운데 가장 강한 본진이라면 당분간 큰 위험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박순천 지진화산연구과장은 "15일 발생한 규모 4.5의 지진이 최근 한 달 간 동해시 해역에서 일어난 수십 차례 지진 중 가장 강력한 본진(本震)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지역에서 일어났던 지진 통계를 보면 가장 큰 지진이 규모 4.3이었는데, 이번 지진도 같은 단층에서 비슷한 운동으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단층 크기가 1㎞ 내외일 것으로 추정돼 이보다 큰 지진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약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창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도 "최근 연속지진이 발생한 양상을 고려하면 이번 지진을 끝으로 해당 지역 단층의 응력이 해소됐을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다만 이번 지진이 발생한 동해안 해역 인근 지역은 역사적으로 큰 규모의 지진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에 단층의 발달 방향과 지진의 재현주기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km 해역에서 규모 4.5 지진이 발생한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관계자들이 지진 진도 분석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해저 단층에 대한 상세한 연구 필요
해역 일대를 대상으로한 단층 연구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아직 세부적인 정보가 많지는 않은 상황이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단층이 1㎞ 내외로 짧게 추정되지만 동해 해안선을 따라 있는 후포단층, 울릉단층 등과 이 단층이 연결됐다면 향후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장성준 강원대 지구물리학과 교수는 "이번 지진이 해안선을 따라 있는 후포단층, 울릉단층 등과 연결됐다면 향후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해저 단층은 아직 연구가 상세히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단층이 한꺼번에 미끄러지면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다.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해저 단층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육상 지진계로는 바닷속 단층면의 크기라든가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을 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지진이 잦은 해역에 대해서는 해저 지진계를 설치해서 미소지진(규모 2.0 미만)을 효과적으로 찾아내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동해시 해역의 지진으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해당 지역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24시간 365일 지진 감시․통보체계 가동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가능성은 낮지만 더 큰 규모의 지진발생은 배제할 수 없으므로 유관기관 등 정부부처에서는 낮은 가능성까지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