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명식당 대표 살인사건' 주범 박모(55)씨. 고상현 기자'제주 유명식당 대표 강도살해 사건' 주범들에 대해 검찰이 완전범죄를 노린 계획범죄이자 '황금만능주의'에 따른 인명경시 범죄라며 재판부에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피해자의 딸들은 오열하며 "피고인들이 돈에 눈이 멀어 어머니를 무자비하게 살해했다"며 엄한 처벌을 탄원했다.
"황금만능주의 인명경시 범죄" 사형 구형
15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계획자 박모(55)씨, 살해 행위자 김모(50)씨, 조력자 김씨의 아내 이모(45)씨 사건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연갈색 수의 또는 연녹색 수의를 입은 피고인들은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거나 눈물을 흘렸다.
검찰은 범행을 계획한 박씨와 살해 범행을 저지른 김씨에게 각각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남편인 김씨의 범행을 도와준 이씨의 경우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먼저 박씨에 대해 "피고인은 이전에도 있지도 않은 재력을 과시하면서 여성들에게 접근해 결혼을 빙자해 돈을 가로채는 등 수차례 사기 전과가 있다. 피해자가 채무를 정리할 것을 요구하자, 완전범죄를 꿈꾸고 이번에 살해 범행을 했다. 그런데도 지금껏 반성하는 태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 부부에 대해서도 "박씨의 범행 지시 이후 실행 전까지 수개월 동안 기회가 있었는데도 범행을 중단하지 않고 일면식 없는 피해자를 살해했다. 황금만능주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살해 행위자 김모(50)씨와 그의 아내 이모(45)씨. 고상현 기자박씨와 김씨, 이씨는 재판 내내 그랬던 것처럼 이날도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박씨 측은 "해코지만 지시했을 뿐 김씨가 살해할 줄은 몰랐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김씨 측은 "피해자가 격렬하게 저항하자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했다. 이씨 측은 "살해를 공모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숨진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해서 피고인들은 고개를 숙인 채 오열하며 "유가족과 피해자에게 사죄드린다" "어떤 말로도 용서 안 되는 거 안다. 죗값을 달게 받겠다"며 용서를 구했다.
범행 직후 유가족에 '자신 믿으라' 뻔뻔
결심 공판에 앞서 이날 피해자의 큰딸이 증인으로 나와 법정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엄한 처벌을 요청했다. 어머니가 숨진 이후 대학생이었던 큰딸이 식당을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큰딸은 "식당이 잘 된지 얼마 안 됐다. 그간 어머니께서 어려운 생활을 많이 하셨다. 식당 일을 하시면서도 저와 동생을 위해서 뭐든지 해주시려고 했다. 바쁜 일 중에도 시간이 나면 저희들과 맛있는 것도 먹고 여행도 다니셨다. 식당 일을 해보니 어머니의 어려움을 알 것 같다"며 오열했다.
이어 "어머니께서 건강하시고 앞으로 더 오래 저희와 함께하실 수 있는 분이신데… (살해당했다)"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큰딸은 "돈과 욕심에 눈이 멀어 (피고인들이) 저희 어머니를 무자비하게 살해했다. 평생 감옥에 있으면 좋겠다. 엄한 처벌에 처했으면 좋겠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고상현 기자증인심문 과정에서 범행 직후 박씨의 뻔뻔한 태도도 드러났다. 큰딸은 "사건 직후 제주에 내려왔는데, 박씨가 공항 앞에서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 그가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하면서 자신을 믿으라고 했다. 저희가 지낼 곳이 없자, 숙소도 구해주겠다고 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 유명식당 대표 청부살해 사건은
김씨는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3시쯤 제주시 오라동 한 빌라에서 A(55‧여)씨의 머리를 둔기로 20여 차례 때려 살해한 혐의다. 사건 직후 주택에서 18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들고 나왔다. A씨의 식당 관리이사였던 박씨는 식당 운영에서 배제되고 막대한 빚 탕감을 요구받자 범행을 계획했다.
지난 2020년 3월 박씨가 자금이 필요했던 A씨에게 식당 본점 토지‧건물과 함께 공동담보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인 소유의 토지를 제공한 점을 이용해 식당 운영권을 가로채려 했다. A씨가 숨진 후 대출 연장에 자신이 동의하지 않으면 식당이 경매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려 했던 것이다.
박씨는 알고지낸 지 6개월 된 김씨와 그의 아내에게 범행 대가로 수차례에 걸쳐 3200만 원을 제공했다. 아울러 A씨를 살해한 후에는 식당 지점 운영권과 채무 2억3천만 원 해결을 약속했다.
택배기사로 위장해 피해자 집에 침입한 김씨. 제주동부경찰서 제공이들은 지난해 9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 A씨에게 해를 가하기 위해 교통사고 위장, '묻지마 폭행' 등 살해 방식을 바꿔가며 6차례 시도한 끝에 결국 사건 당일 A씨를 둔기로 때려 무참히 살해했다. 특히 A씨의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집 앞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기도 했다.
김씨와 이씨는 경찰의 수사망을 따돌리기 위해 범행 전후 제주를 오갈 때 3차례에 걸쳐 지인의 신분증을 이용해 여객선 승선권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분 확인이 허술한 점을 악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