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달린 태극기의 무게. 연합뉴스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벅찬 감동을 선사한 태극 전사들이 2년 전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결전지인 중국 항저우로 향한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금빛 질주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구슬땀을 흘린 만큼 값진 성과가 기대된다.
특히 한국의 대표 효자 종목으로 꼽히는 펜싱과 양궁에서 무더기 메달이 예상된다. 펜싱 남자 사브르 구본길(34·국민체육진흥공단), 양궁의 김우진(31·청주시청)과 안산(22·광주여대) 등이 각 종목의 간판으로 메달 사냥에 앞장선다.
탁구는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21년간 끊긴 금메달 계보를 잇는 게 목표다. 대표팀 막내에서 에이스로 거듭난 신유빈(19·대한항공)을 앞세워 한국 탁구의 부활을 이끌고자 한다. 신유빈은 여자·혼성 복식에서 대표팀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구본길의 '금빛 찌르기', 최다 기록에 도전한다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리스트는 구본길이다.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2010년 광저우 대회를 시작으로 2014년 인천 대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3연패를 이뤘다. 2014년과 2018년 사브르 단체전에서 획득한 금메달까지 총 5개를 목에 걸었다.
은퇴 선수까지 포함하면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기록은 6개를 수확한 박태환(수영)과 남현희(펜싱)가 보유하고 있다. 구본길은 이번 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면 금메달 7개로 역대 한국 선수의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리스트에 등극한다.
구본길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이미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려왔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도쿄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펜싱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펜싱 국가대표 구본길이 24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진행된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D-30 미디어 데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진천=황진환 기자그러나 금빛 질주만 해왔던 건 아니다. 한때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구본길은 한동안 슬럼프를 겪으며 우려를 사기도 했다. 2020년 룩셈부르크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약 2년간 국제 대회 개인전 입상이 없었다.
다행히 최근에는 제 기량을 되찾은 모습이다. 지난해 5월 이탈리아 파도바 그랑프리 대회에서 개인전 은메달, 6월 서울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을 알렸다. 올해 3월 열린 부다페스트 월드컵에서는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안게임 금빛 찌르기를 예고했다.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두고 맞붙을 유력한 후보는 다름 아닌 대표팀 동료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다. 두 선수는 지난 자카르타-팔렘밤 대회 결승에서 치열하게 맞붙은 바 있다. 현재 아시아 선수 중 세계 랭킹이 가장 높은 알리 파크다만(이란·10위) 등도 경쟁자로 꼽힌다.
단체전에서는 오상욱, 김정환(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화성시청)와 함께 3연패를 노린다. 이들은 자카르타-팔람방 대회와 도쿄 올림픽에서 우승을 합작한 만큼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효자 종목' 양궁, 김우진과 안산의 활시위에 주목한국은 1978년 방콕 대회부터 양궁 종목에서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꾸준히 지켜왔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나온 금메달 60개 중 절반이 훌쩍 넘는 42개를 차지했다.
그만큼 집안싸움이 뜨겁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국제 대회 메달 경쟁보다 치열하다는 한국 양궁이다. 여기서 김우진은 당당히 1위에 올라 태극 마크를 품었다.
김우진은 지난 2010년 만 18세의 나이에 참가한 자신의 첫 메이저 대회인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한국 양궁의 중심에는 늘 김우진이 있었다.
2014년 인천 대회에서 김우진은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4년 뒤 자카르타 대회에서는 개인전 금메달,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무대에서는 2016년 리우 대회, 2020년 도쿄 대회에서 모두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양궁 국가대표 김우진이 24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아경기대회 D-30 미디어 데이' 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진천=황진환 기자이런 김우진도 아직 이루지 못한 업적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혼성전까지 석권해 개인 첫 3관왕에 오르는 게 목표다.
김우진은 올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열린 국제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목에 거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개인전 우승을 자치하며 아시안게임 전망을 환하게 밝혔다.
3관왕을 차지하려면 일단 대표팀 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예선에서 팀 내 상위 2명만 본선 개인전에 출전할 수 있고, 단체전은 상위 3명이 팀을 이룬다. 혼성전은 남녀 각각 1위가 나서는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양궁 안산. 연합뉴스여자 양궁은 이번에도 안산의 화살 끝에 관심이 쏠린다. 안산은 도쿄올림픽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혼성전을 휩쓸었다. 한국 하계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3관왕을 달성해 대표팀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안산은 광주체육중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2016년 제42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남녀양궁대회 여자부 중등부에서 국내 양궁 사상 최초로 전 종목 우승을 차지하며 관심을 모았다.
광주체고 입학 후 첫해에는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체육고교 체육 대회 3관왕, 유스세계선수권대회 혼성전 은메달을 차지하는 등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 결과 안산은 2학년 때 꿈에 그리던 태극 마크를 달았고, 이후 꾸준히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안산은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을 여자부 2위로 통과했다. 생애 첫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획득한 그는 또다시 3관왕에 도전한다.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2023 현대 양궁 월드컵 4차 파리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만큼 아시안게임에서도 선전이 기대된다.
▲'탁구 신동'에서 '탁구 간판'으로 성장, 신유빈의 첫 아시안게임어린 시절 '탁구 신동'으로 불린 신유빈은 2019년 만 14세의 나이에 태극 마크를 달고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가 됐다. 도쿄올림픽에서는 단식 32강과 단체전 8강에 그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한국 탁구 사상 최연소 대회 출전을 이루며 기대를 모았다.
올림픽 직후에는 손목 통증에 시달리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부상 탓에 2021년 미국 휴스턴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기권한 사이 한 살 어린 김나영(18·포스코에너지)이 급성장해 신유빈의 빈자리를 꿰차는 듯했다.
하지만 신유빈은 올해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와 여자 복식에서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한국 탁구에 36년 만의 은메달을 안겼다.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이 24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진행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D-30 미디어 데이' 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진천=황진환 기자
대표팀에서 여전히 막내지만 어느새 에이스로 거듭났다. 신유빈은 여자 단식에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세계 랭킹 9위에 올랐고, 여자 복식은 전지희와 함께 1위를 달리고 있다. 임종훈(26·한국거래소)과 함께하는 혼합 복식은 3위를 기록 중이다.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신유빈은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고자 한다. 2002 부산 대회 남자 복식(유승민-이철승), 여자 복식(이은실-석은미) 이후 21년간 끊긴 금맥을 잇겠다는 각오다.
높은 만리장성을 뛰어넘어야 한다. 중국은 최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 7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반면 한국은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라는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한국 탁구는 이번 대회 통해 설욕과 부활을 노린다. 간판 신유빈을 내세워 중국을 제치고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를지 지켜볼 일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39개 종목에 총 1140명의 선수와 지도자를 파견한다. 대한체육회는 금메달 45~50개를 획득해 종합 3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구본길과 김우진, 안산, 신유빈이 그 중심에 서서 도쿄의 영광을 재현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