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이 통화 긴축 기조를 강조하면서 시장금리와 함께 은행의 대출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서는 등 상승하는 모양새다.
고금리 기조가 당초 예상보다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도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서만 1조원 넘게 늘어나는 등 '역행'하는 모습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4대 시중은행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 7% 돌파…고금리 이어질 듯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270~7.099%로 상단 7%를 돌파했다.
지난달 말보다 변동금리 상단이 0.13%포인트 오르며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가 전월 대비 0.03%포인트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가 오른 이유는 시장금리가 반영돼서다.
주요 시장금리 지표인 은행채 금리는 최근 미국과 한국의 긴축 장기화 전망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긴축 장기화를 시사하자 상승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이에 은행채 금리를 지표로 삼는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900~6.469% 수준으로 전월 말 대비 상단이 0.219%포인트 급등했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 기준)도 연 4.560~6.560%로 같은 기간 상·하단이 0.14%포인트 올랐다.
예금 금리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지난 4월 기준금리(3.50%)마저 밑돌았던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는 속속 4%대로 반등하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지난해 하반기 연 5%대 고금리로 받아둔 정기예금들을 재예치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은행들이 고금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게 돼서다.
당분간 고금리 지속 예상되는데 가계대출은 왜 늘어나나
연합뉴스이처럼 긴축 장기화 우려로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도, 가계대출 증가세에는 오히려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NH농협은행을 더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1일 기준 682조4539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6419억원 늘었다. 21일 만에 이미 지난달 증가폭(1조5912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특히 주담대는 1조8759억원 늘어 지난달(2조1122억원)에 이어 이번달에도 2조원대 증가가 전망된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하며 이달 들어 50년 만기 주담대 등 기존 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지만 대출 수요가 여전한 모습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있었지만 올 초부터 장기간 동결되면서 실제 시장 상황에서 요청되는 금리보다는 낮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에서는 기준금리의 실질적인 인상이 없을 거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이 시장의 기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 역시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재상승할지, 재하락할지의 변곡점에서 재상승을 예상한 사람들이 대출을 받고 있는 것"이라면서 "현재 대출 급증은 금리가 올라가는데도 주택에 대한 수요가 있어서다"라고 설명했다.
금리 오름세 계속될 것…가계대출 억제는?
은행권에서는 당분간 전반적인 금리 오름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연준에서 연내 한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데다 내년 금리 예상치까지 오른 상황"이라며 "긴축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시장금리가 떨어질 요인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하반기 수신한 정기예금에 대한 재예치 경쟁을 위해서는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만기가 도래한 예금을 돌려주고 대출 수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다만 이 경우 은행들이 예금금리 인상과 함께 자금조달을 위한 은행채 발행을 늘려 금리가 오르면 전체적인 시장금리가 오를 수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여러가지 정책을 시작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금융당국은 '상환능력이 입증되는 경우'에만 50년 주담대를 허용하도록 했는데, 이 기준이 모호해 논란이 됐다. 당국은 청년층이나 연금 등 노후소득이 확실히 있는 경우를 제시했지만, 정량화된 기준이 아닌 데다 사실상 검증은 은행이 알아서 해야 해 불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례보금자리론 역시 최근 '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 초과 또는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형 상품의 공급을 27일부터 중단하고 '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 이하 및 주택가격 6억원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우대형 상품만 취급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연말까지 취급하기로 했던 약속을 어긴 것 아니냐는 불만도 실수요자층 사이에서 나왔다.
김상봉 교수는 "부채가 심각한데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역전세 문제나 개인 파산 등의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면서 "성장률이나 물가도 결국 가계부채 문제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자칫 우리 경제 전체의 심각한 뇌관이 될 수 있다"며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