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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기]'크레이지 호스' 띄우기에 쓰인 리사의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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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보기]'크레이지 호스' 띄우기에 쓰인 리사의 '영향력'

    블랙핑크 리사. 리사 인스타그램블랙핑크 리사. 리사 인스타그램월드 투어로 180만 관객을 동원한 K팝 걸그룹 멤버,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9794만 명, '인간 OO'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고가품 브랜드 앰버서더, 고국 태국에서 대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스타이면서 동시에 세계적인 셀러브리티. 모두 여성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BLACKPINK)의 리사에게 붙는 수식어다. 그런 리사가 프랑스의 오래된 누드 쇼인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에 출연해 소란을 일으켰다.

    1951년부터 시작한 '크레이지 호스'는 "'절대적인 시크함' 한계 없는 창조성' '충동적인 무례함'을 겸비한 쇼로 호평을 받고 있다"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공연하기 위해 태어났고, 열정적이고, 뛰어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원한다며 키, 나이, 특기, 성품 등 구체적인 자격 요건도 밝혔다.

    '크레이지 호스'는 특출한(exceptional) 재능과 독특한 매력(wildly unique)을 지닌 이들이 꾸미는 '예술적인'(artistic) 공연이라는 점을 앞세우지만, 실상은 여성의 신체를 재료 삼아 시각적 자극에 초점을 맞춘 스트립쇼에 가깝다. 여성 나체에 빛을 비추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쇼에 '아티스틱 시그니처'(artistic signature)라는 이름을 붙인 데서, 이들이 주장하는 '아트'를 짐작할 수 있다.

    '누드 쇼'로 기획됐기에, 댄서들의 신체 노출은 필수다. 초반에는 그날 쇼의 콘셉트에 맞게 의상을 입고 나오더라도, '크레이지 호스' 무대 위에서 옷은 '벗겨지기 위한'("only to better undress them") 목적으로 존재한다.

    리사가 오른 쇼의 주제 중 하나는 '경제 위기? 무슨 위기!?'(Crisis? What Crisis!?)였다. 경제 위기 당시 프랑스 파리의 증권 거래소를 배경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주가에 스트레스를 받던 여성 CEO가 오피스룩을 하나씩 벗는 방식이었다. 한 회사를 책임지는 고위직(CEO)이라는 캐릭터는 '어떤 옷'을 벗느냐를 결정할 여러 설정 중 하나에 불과하다.

    경제 위기로 고통받은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걷어내고, 주제 그 자체로 접근하더라도 저런 내용에서 기발한 상상력이나 곱씹어야 할 예술성은 발견하기 힘들다. 예정된 결과다. 여러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끝내 누드로 가기 위한 스트립쇼라는 정체성이 변함없기 때문이다. 1968년 누드 쇼가 합법화돼 댄서들이 완전한 나체("completely naked")로 공연할 수 있게 된 것을 '진화'("evolve")라고 표현한 데서, '크레이지 호스'의 지향점이 드러난다.

    K팝 스타 리사가 '크레이지 호스'에 출연한다는 내용이 나타나 있다. '크레이지 호스' 공식 홈페이지 K팝 스타 리사가 '크레이지 호스'에 출연한다는 내용이 나타나 있다. '크레이지 호스' 공식 홈페이지 '엘르' 프랑스판(9월 8일자)에 실린 '크레이지 호스'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겸 브랜드 디렉터 인터뷰에 따르면, 리사는 이 쇼를 여러 번 보러 올 정도로 팬이었고 공연이 끝난 후 댄서들을 만나기도 했다. 모든 것이 비밀리에 치러지는 가운데 리사는 블랙핑크의 월드 투어 프랑스 공연이 있었을 때도 '크레이지 호스' 연습을 했다고 부연했다.

    관계자 인터뷰 요지는 마지막에 있었다. 리사를 공식 초청한 것을 계기로, 젊은 여성을 '크레이지 호스'의 새로운 고객으로 유치하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크레이지 호스'는 여성의 '자부심' '자유' '호기심'을 상징한다면서.

    리사의 출연 덕에 '크레이지 호스'는 어마어마한 화제 몰이에 성공했다. 이런 쇼가 있는지도 몰랐던 수많은 사람이 '크레이지 호스'의 존재를 이제는 안다. 푯값이 적게는 180유로(약 26만 원)에서 350유로(약 51만 원)에 달하지만 리사의 출연분은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적인 성적 대상화와 선정성을 비판하는 반응이 있었으나, 리사가 가슴 등 주요 부위를 가린 특별(커스텀) 의상을 입고 나온 것을 근거로 옹호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신체 일부를 가린 '원하는 옷'을 입은 건 리사여서 가능했던 '특권'인데도, 오히려 과도한 선정성을 우려하는 이들에 대항하기 위한 방어 논리로 쓰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급기야 일부 팬들 사이에선 'K팝의 틀을 깼다'는 류의 찬사도 등장했다. K팝 걸그룹 멤버의 누드 쇼 데뷔가 어째서 곧장 'K팝의 틀 깨기'가 되는지, 리사가 깨야만 했던 K팝의 틀이라는 것이 과도한 신체 노출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지, 더 과감히 신체 노출을 하는 것이 일종의 진보나 혁신이라는 듯 둘을 맥락이 없이 엮는 시도가 유독 왜 여성에게 자주 일어나는지 등에 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찾아보긴 힘들었지만.

    핵심인 '새로운 여성 고객 유치'에도 성공할지는 두고 봐야 하겠으나, '크레이지 호스'를 향한 긍정적인 관심과 호기심 유발, 인지도 상승에는 단연 리사 공이 컸다. 리사는 28일부터 30일(모두 현지 시간)까지 사흘 동안 총 5회 공연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팔로워만 9794만 명에 달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여러 차례 '크레이지 호스' 홍보에 나섰다. 블랙핑크 멤버인 지수, 로제도 직접 쇼를 보러 가 리사를 응원했고, 이 모든 것 역시 리사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됐다.

    앞선 '엘르 프랑스'에서 '크레이지 호스' 관계자는 리사의 출연을 "K팝 팬들을 기쁘게 할 이벤트"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정말 그게 "K팝 팬들을 기쁘게 할 이벤트"이긴 했을까. 놀람, 당혹, 질타 등 부정적 반응을 보인 표출한 K팝 팬들이 있었고 문제 제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크레이지 호스'와 리사가 마치 '없는 것처럼' 무시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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