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왼쪽)·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윤창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같이 갈 수 없다'는 입장이 명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에 한 위원장이 '버티기'에 돌입하면서 벌어진 대치가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봉합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2일 "한 위원장과 같이 갈 수 없다"며 "이미 넘어갔는데 다시 봉합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판단 배경에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 야권의 프레임에 말려 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자리했다.
이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처음에는 '악성 몰카'라고 하다 입장을 바꿨다"며 "민주당 주장이 사과로 끝날게 아니라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 프레임 아니냐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한 한 위원장의 입장은 최근 미묘하게 변했다.
한 위원장은 법무부장관 재직 시절이던 지난달 6일 관련 질의에 "제가 그 내용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고 특별히 언론에서도 상세한 보도가 안 나왔기 때문에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가, 위원장 취임 직전인 지난달 21일 "기본적으로 '몰카 공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18일 그는 "그 문제는 기본적으로는 '함정 몰카'이고, 처음부터 계획된 게 맞다"고 전제하면서도 "(명품백 수수)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19일에도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기류가 달라진 것이다.
여기에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 여사를 프랑스 혁명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에 비유하는 분위기까지 조성된 것은 선을 넘었다는 게 대통령실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해당 사건에 대해 '몰카 공작', '함정 취재'가 본질이고 김 여사는 피해자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위원장의 기류 변화로 당에서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짐과 동시에 야권에게 공격의 빌미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좌장으로도 불리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국민은 항상 옳다고 말한 대통령과, 국민의 눈높이를 말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일심동체와 같은 평생 동지"라며 "그런 한 비대위원장이 말한 국민 눈높이는 형식적 사과가 아닌 김건희특검과 수사 수용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예정됐던 5번째 민생토론회 일정에 돌연 불참한 것도 표면상으로는 감기를 이유로 들었지만 한 위원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새로운 방식으로 업무 보고를 겸한 국민과의 민생 토론회에 빠짐없이 참가해 진행까지 하며 애착을 보여왔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지난 17일 김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공개 지지하며 전략공천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서도 문제가 크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전날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철회했다는 보도와 관련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해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